정말 물어봐도 되나요?

by 한수

어른들에게도 여러분과 같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잠시 상상해 보세요.


학생이었던 어른은 호기심이 충만했습니다. 머릿속은 항상 질문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하지만 스마트폰은커녕 지금처럼 인터넷이 대중화된 시절도 아니어서 답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집안 어른들은 일하느라 늘 바쁘셔서 뭘 물어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있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른이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차근차근 설명해 줄 자세를 잡는 건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매우 어색한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질문 많이 하나요? 학교는 배우는 곳이니까 모르면 물어보고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아쉽게도 과거에는 학교 역시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표현하는데 제약이 많았어요. 주입식 교육이 한창이었던 때라 그것을 벗어나는 걸 허용하는 선생님들이 많지 않았거든요. 중요한 건 H2O가 물이라는 사실이지 ‘왜 그것이 물이 되는지’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전쟁이 1950년에 일어났다는 사실이지 어떠한 연유로 그 전쟁이 벌어졌는지가 아니었어요. 많은 것을 가르치기 위한 선생님의 마음이었겠지만, 조금 아쉬운 시기였어요.


게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더욱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질문에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질문에 대답해 주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여기가 학교냐고 핀잔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회사에서는 신입이 들어오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신입은 가르치기 힘들다고 경력자를 선호해요. 결국 스스로 배워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그렇게 살아왔어요.


비교적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나 역시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계산식이 잘 안 외워지더라고요. 이해하면 도움이 될까 싶어 직장 상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어요.


“그냥 그 공식 외우면 돼.”


알지만 알려주기 귀찮은 건지, 쉽게 알려주기 싫었던 건지, 혹은 몰랐던 건지 정확한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일은 허다합니다. 여러분도 많이 겪게 될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라고 질문해야 합니다. ‘왜 그런지’ 아는 게 중요해요. 원리를 알면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일의 목적이나,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알면 일반적이지 않은 문제가 발생해도 대처를 위해 고민할 수 있게 돼요. 반대로 왜 그런 것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면 그저 알려준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요. 어떤 게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행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왜?”라는 질문은 매우 당황스럽습니다. 피하는 게 당연하지요. 모르는 게 위신이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이요. 어른이라고 혹은 먼저 경험했다고 반드시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질문에 답하기는 더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어떤 어른들은 매우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거든요. 그것만 옳으므로 이유 같은 것도 설명할 필요 없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다른 말에는 귀를 열지 않습니다. ‘다른 가능성’은 없으니까요.


종종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여전히 내가 그리고 세상의 많은 어른이 여러분을 그런 태도로 대하고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어른에게 기대하는 바가 전혀 없을까 봐서입니다.


질문하기 어려운 거 알아요. 늘 문전박대만 당하면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게 당연하지요. 모두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고 가질 수 있는 의문도 다양한데, 늘 정답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주입하기를 서슴지 않는 어른들의 크나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도 그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특히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릅니다. 예를 갖춰 차근차근 설명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요. 예의는 윗사람에게 행하는 거라고 배웠거든요.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존중해야 함을 배우고는 있지만 그게 금방 몸에 배지는 않아요. 잘하겠다는 다짐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믿을 수 없겠지만, 내뱉은 말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어른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러니 한 번쯤 믿고 먼저 말을 건네 보세요. 어색해도 아주 반가워할 테니까요.


인간에게 궁금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싶은 거예요. 다음 단계를 밟기 위해서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든 말입니다. 답을 구하기 위해 질문하는 태도는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좋은 원동력이 됩니다.


질문하세요. 질문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의문을 가지지 않으면 변화가 어려워요.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전화기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을까?


도전 혹은 시도는 늘 작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질문은 도전으로 이어지고 결국 해답을 찾게 합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결과물은 그렇게 탄생한 거예요.


더불어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 게 좋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 늘 질문하세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밤을 새울지도 모릅니다. 정답은커녕 그저 머릿속만 헤집다가 끝나는 날도 많을 거고요. 하지만 그것도 괜찮습니다. 질문은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거든요. 그 태도가 여러분의 평생을 바꾸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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