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강의를 들으러 갑니다. 강의가 끝날 때쯤 강사님들은 늘 궁금한 사항에 대해 질문하라고 하세요. 그런데 보통은 무얼 질문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듣지는 않나 봅니다. 물론 가끔은 알고 싶은 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어보지 못합니다. 왜냐고요?
우선, 손을 들 용기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기 어렵거든요. 제대로 된 질문이 아니어서 창피를 당할까 봐 두렵기도 합니다. 강의 중에 나온 내용인데 내가 놓친 건 아닌지, 모두 이해하고 있는데 나만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닌지 스스로 검증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러다 결국 지나쳐 버려요. 어쩌면 손을 들지 않을 변명거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궁금한 것이 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 편입니다.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으니까요.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급한 건 아니라서 그냥 모른 척하는 거라면 그래도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당연히 지금 당장 궁금한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언가와 마주할 때 순간이나마 그것을 이해하려 애쓰게 됩니다. 지나치는 사람들에게서 띄엄띄엄 들려오는 대화의 전체 내용도 궁금하잖아요. 의도치 않게 보게 된 퀴즈의 답도 고민해 보는 게 사람입니다. 궁금한 것이 없는 게 아니라, 궁금한 게 있지만 지금 물어보고 싶지는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너무 일반화시켰네요.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질문의 소재는 아주 많습니다. 알고자 하는데 이해되지 않는 모든 것이 그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지’, ‘게임을 왜 나쁘다고 하는지’, ‘꿈은 왜 클수록 좋다고 하는지’, ‘그 크고 작음의 기준은 무엇인지’가 모두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물어보고 싶은 게 더 많아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사실 좀 귀찮기는 합니다. 늘 해답을 찾으러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나는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그럴 땐 그것을 해결해 보고자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보통은 혼자 알아내려고 하지요. 하지만 세상에 순전히 나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도움을 받게 됩니다. 책이나 인터넷도 결국 누군가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니까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는 삶은 무인도에서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하는 것에 주저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니까요.
물론 적극적인 태도를 가졌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나의 태도와는 상관없는 장애물이 있거든요.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입니다. 정확히는 자신의 신념만 옳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말하길, 응당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질문이 없습니다. 다 알고 있으니까요. 다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게다가 그들은 소위 ‘튀는’ 행동을 싫어합니다. 때로는 질문하는 행위가 그 ‘튀는’ 행동에 포함되기 때문에 손을 들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많은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이런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모른다고 말하는 건 늘 어렵습니다. 모르니까 알려달라고 하는 건 더 어려워요. 누군가 그것을 ‘부끄러운 것’ 혹은 ‘이상한 것’이라고 규정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손을 직접 끌어내리지는 않을 거예요.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얼굴을 찌푸리고 속닥거리는 것만으로도 나의 의지를 꺾기에 충분합니다.
나 역시 그 분위기를 기운차게 이겨내지는 못했습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었어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단지 모르는 것뿐인데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어요.
모른다고 말하거나 질문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떻게 이것도 모르냐”, “뭐 그리 궁금한 게 많냐”고 합니다. 어떤 때는 “왜 그리 당당하냐”고도 해요. 그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합니다. 모름을 인정하고 알고자 하는 건 이상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말이죠.
나는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남들과 같아야 한다’는 강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못 견디는 사람이 참 많거든요. 심지어 대세를 따르지 않는 사람을 보는 것도 힘들어해요. 물론 여러분도 나도 벗어나기 힘든 유혹입니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이 뒤로 걷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쭈뼛쭈뼛할지언정 일단 나도 뒤로 걷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걸 묻는 건 용감한 행동이 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시도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 자체가 도전이 되는 겁니다. 나에게 눈총을 주는 그들 중 몇몇도 분명 ‘하지 않는’ 게 아닌 ‘하지 못하는’ 상태일 거라 장담합니다.
질문하세요. 그러면 모르는 것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태도가 변하게 됨을 느낄 거예요. 해 보면 알겠지만, 걱정했던 것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분명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될 겁니다. 물론 누군가는 여전히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거예요. 이제는 번쩍 올린 그 손을 직접 끌어내리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닙니다. 그 솔직함과 당당함에 힘을 실어 주는 사람들도 생길 테니까요.
물론 가만히 있어도 괜찮습니다. 정말로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일부러 질문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의무감에 하는 건 금세 잊어버리게 되니까요. 그저 궁금증이 생길 때 쓸데없는 이유로 자신을 억누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힘껏 용기를 냈는데 그 질문을 받아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지만 너무 걱정은 마세요. 당장은 답답할 테지만 결국은 찾게 될 겁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예요. 무언가에 집중하면 그것만 보이거든요.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도 내가 관심을 두는 순간 보이고 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정신없는 소음 속에서도 내 이름에 반응하는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