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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Mar 24. 2021

인연일까요, 우린?

일상의 흔적 131

3월 23일, 싸늘한 바람도 당신 곁이라면 따뜻한 날. 우린 운명이죠 난 그렇게 믿어요.

한동안 마음이 울렁였다. 갑자기 어느 순간 찾아온 감정을 정리하고 다듬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글을 몇 번이고 쓰고 지우길 반복했다. 사실은 이 낯선 감정이 불안했던 것도 있다. 나는 지나온 시간 속 나를 믿지 못하기에 차오르는 감정이 무서웠다. 차오르다 흩어질 감정일까 봐, 무딘 내가 튀어나와 다시 감정을 덤덤하게 만들까 봐, 그래서 결국 상처를 줄까 봐 망설였다.


그러다 내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인걸 깨달았다. (앞으로의 먼 미래까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 옆에 항상 변함없이 있어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 사람의 눈빛에서, 차가운 내 손을 감싸 쥐는 따뜻한 온기에서, 툴툴 심술부릴 때조차 귀엽다고 해주는 목소리에서 언제나 사랑을 느낀다. 아직은 생소하고 낯선 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이기에 이곳에 편지를 남기고 싶었다.


언제가 당신이 내 브런치에 당신에 대한 글을 써줄 건지 물었다. "쓰고 싶어 지면 언젠가는?"이라며 새침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그 순간부터 글을 남기고 싶었다. 당신을 향한 내 감정이 너무나 소중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몇 번이고 망설였다. 그래서 미루려고 했지만 이미 내 마음이 당신으로 가득 차 다른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언젠가 이 글을 읽게 될 때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할까, 문득 궁금하다.


당신에게 남길 글을 쓰려고 하니 당신의 마음을 처음 느꼈던 그날이 떠오른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나를 향한 당신의 감정을 읽었다. 그냥 친한 지인이라고 생각했던 내 마음에 당신은 따뜻한 눈빛으로 작고 여린 꽃잎을 던졌다. 잔잔하던 내 마음에 작은 파동이 일었다. 그 후로도 당신은 나에게 무수히 많은 꽃잎을 던졌다. 작고 여리다고 느꼈던 꽃잎으로 일어난 마음속 파동이 점점 커졌다. 마음은 어지러웠지만 싫지 않았었다.


당신이 던진 꽃잎이 쌓여 조금씩 당신의 향기로 차오르는 내 마음에 나도 간질간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내가 보낸 작은 용기는 커다랗고 따뜻한 진심으로 돌아왔다. 떨리는 손과 흔들리는 눈을 곧게 하려고 노력하며 나에게 진심을 전하는 당신이 좋았다. 순수하게 마음을 다 드러내는 당신에게 그 순간 더 반했다고 하면 믿을까, 수줍게 꼼지락거리는 손을 잡아주고 싶어서 내 손도 그 주변을 방황했다.


짧은, 혹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만나며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불안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늘 당신은 나에게 믿음과 진심만을 주었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나는 당신을 통해서 알게 됐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알 수 있었다. 언제나 나를 향한 당신의 눈을 알고 있어서 당신에게 늘 고마웠다.


나는 독립심과 더불어 자존심도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당신과 만나며 나는 자존심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다. 당신은 나에게 한 번도 아닌 척을 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 온 마음을 표현했다. 사랑만 주어도 부족하다는 당신에게 기대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잔잔한 내 마음을 온통 뒤흔들고 있는 당신 이건만, 쿵쿵 뛰는 그 순간의 감정이 사실 좋았다고 하면 당신은 어떤 얼굴로 나를 볼까.


"인열일까, 우린?"이라고 묻는 나에게 당신은 "운명이야 우린."이라고 말했다. 인연보다 더 단단하게 묶인 운명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돌고 돌아 뒤늦게 당신을 만났지만, 오히려 지금 당신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순수한 진심을 고맙게 여길 줄 알고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을 온전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금의 '내'가 당신을 만나서 감사하다.


용기를 내어 나에게 꽃잎을 건네주고 나를 잡아줘서 고마운 당신.

나의 물음표를 늘 느낌표로 만들어주는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해.

당신을 알까,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당신은 느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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