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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mie Nov 28. 2018

임신 후기 Tdap과 Flu Shot, 그리고 가을

미국 예비맘의 임신 이야기_임신 후기 (29주-31주)


정말 믿기 어렵지만 어느새 임신 후기가 되었다. 임신 후기에 들어선 이후부터는 진료 횟수가 잦아져야 하는 건지, 지난번 진료를 마치고 다음 예약을 잡으려고 하는데 언제나처럼 4주 후가 아닌 3주 후로 날짜를 잡아주었다. 그리하여 3주 후, 29주 차에 찾은 병원. 겨우 1주일 일찍 가는 건데도 평소보다 굉장히 일찍 병원을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새로웠다.


이날도 정기 검진은 여느 때와 같았다. 체중, 혈압을 재고, 상담 후 배 크기 측정. 마지막으로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는 것으로 진료 끝!


막 임신 후기로 넘어간 이 시기에는 Tdap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일반적인 성인은 10년마다 한 번씩만 맞으면 되는데, 임산부의 경우 지금 백신을 맞으면 그 항체가 아이에게 전달되어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약 두 달간 해당되는 질병에 면역을 갖게 된다고 (두 달 이후에는 아이가 직접 백신을 맞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지난번 진료 때 맞으라고 했던 Flu Shot도 아직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정기 검진 이후에 백신 두 가지를 한 번에 맞아야 했다.


전해 들은 말로 한국에서는 임산부도 Tdap 백신을 맞은 지 10년이 되지 않았다면 임신 중 굳이 재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매번 임신 때마다 후기가 되면 Tdap 백신을 맞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Flu Shot이야 남편도 당연히 함께 맞을 생각이었는데 Tdap은 어쩌나 고민되어 물어보았더니 맞은 지 10년이 넘었다면 남편 역시 함께 맞는 게 좋다고 하여 이날 남편도 Flu Shot과 Tdap을 둘 다 맞았다.





정기 검진 후, 같은 층에 위치한 Immunization center에서 먼저 접수를 했다. 혹시 몰라서 두 가지 백신을 한 번에 맞아도 상관없는지를 접수하는 곳에서 확인했는데, 전혀 문제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제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림의 시간! 


그런데 이 대기 시간 동안 남편이 의외로 너무 긴장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주사 맞아본 게 몇 년 전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잔뜩 긴장해서 떠는 모습이라니! 나는 지금까지 훨씬 더 무서운 채혈을 몇 번이나 했는데 겨우 이 정도 가지고 그러냐며 잔뜩 으스대 주었다.


평소 OB&GYN에서 정기 검진을 받을 때에는 항상 예약을 하고 갔었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란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백신을 맞는 곳은 예약 없이 그냥 가서 접수한 후 맞는 거였던 데다, 마침 이 시기가 Flu Shot 접종이 막 시작되던 때였기 때문에 조금 오래 기다렸던 것 같다.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어 간호사를 따라 오피스 같은 곳으로 들어가 앉았더니, 알러지 등이 없는지 몇 가지 질문이 오고 갔다. 내가 임산부인 것을 확인한 간호사는 지금이 임신 기간 중 third trimester가 맞는지를 한번 더 확인하였다. Tdap은 third trimester에 맞아야 하는데 내 배가 그렇다기엔 너무 작은 것 같다며 (이 시기엔 남들보다 배가 좀 작았는지 몰라도 이후 하루가 다르게 배가 빠른 속도로 커졌다).


Flu Shot은 맞는데 그리 부담이 없을 테지만 Tdap의 경우 통증이 조금 있을 수 있다며, 오른손잡이라면 왼팔에 Tdap을 맞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그래서 Flu Shot을 오른팔에, Tdap을 왼팔에 맞았다. 먼저 맞은 Flu Shot은 맞는지도 모르게 끝이 났는데, Tdap은 맞는 순간에 통증이 상당해서 깜짝 놀랐다. 내 반응을 감지한 간호사가 웃으며, 아이를 위해서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며, 그리고 이 통증이 하루 이틀은 더 지속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해주었다. 주사를 맞은 팔을 많이 움직여주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까지를 마지막으로 듣고 나는 다시 대기실로 나왔다.


따로 다른 간호사의 오피스로 들어가서 백신을 맞고 나온 남편에게 어땠나 물어봤더니, 남편의 경우는 오른손잡이인지 묻기는 커녕, 주사를 양팔에 따로 맞을 건지 의사도 묻지 않은 채 그냥 아무 말 없이 한쪽 팔에 주사를 두 개 다 놔주었단다. 아무래도 내가 임산부라서 배려받은 것 같다.





Tdap을 맞은 팔의 통증은 집에 돌아와서까지 꽤 오래 지속되었다. 깜빡 잊고 무거운 물건이라도 들어 올리려고 하면 깜짝 놀랄 만큼 팔이 뻐근해지며 아파서 생활을 조심해야 했을 정도. 그래도 나는 팔이 뻐근하며 조금 아프고 말았는데 남편은 다음날에 열까지 조금 나는 듯해서 무척 긴장했다. 백신을 맞을 때 조금 아플 수는 있지만 그것 외의 평소와 다른 이상 징후가 있으면 꼭 의사와 상담을 하라고 했는데, 얼른 병원에 전화를 해봐야 하는 건지, 이 정도 열은 괜찮은 건지, 어쩌지 어쩌지 하며 하루가 그냥 지났다. 그런데 다행히 그다음 날엔 열이 말끔히 내려갔다.


생후 2개월까지 아이와 장기적으로 접촉해야 하는 사람은 모두 Tdap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에서 아이의 출산 즈음에 미국으로 오시기로 한 어머님 역시 맞으셔야 한다는 얘긴데, 연세가 드셔서 주사가 더 부담스러우시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어느덧 임신 후기, 어느덧 가을. 때는 이제 막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기 시작하던 10월 초순이었다. 


너무 살이 찌면 안 되니까 일부러라도 많이 걸으려고 틈이 날 때마다 산책을 나갔는데, 딱 이 시기가 살랑살랑 산책하기에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남편과 나란히 따뜻한 라테를 한잔씩 들고서 매일 타박타박 걸었다. 이날엔 마침 아직은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홀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한그루 보이길래 한참을 주변을 서성이며 호사스럽게 단풍 구경도 하였지.


임신 후,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이 정말이지 빨리 흐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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