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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우리 꽤 저렴하답니다?

by 정인 Mar 29. 2025

투자사와 미팅을 하다 보면 당연히 Valuation, 즉 기업가치*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온다. 기업가치는 결국 투자사가 투자하는 금액 대비 지분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기에, 그 기업가치를 가지고 밀고 당기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온다. 투자자는 싸게 사면 살수록 좋고, 회사는 비싸게 팔면 팔수록 좋고.


우리가 투자를 받고자 했던 2024년은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열기, 혹은 버블이 많이 꺼진 상태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밸류에 대해서는 '부담이 된다'라고 표현하는 기관도 있었고, '이 밸류 받으려면 이 정도 숫자는 나와줘야 한다'라는 내부적인 벤치마크를 가지고 접근하는 곳들도 많았다.


근데 우리 입장은 이미 이전에도 투자유치를 몇 번 받았던 터라 대표자의 지분율이 높은 수준이 아니었고, 다음 스텝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희석**을 더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내줄 수 있는 지분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걸로 원하는 금액을 받고 싶으면 받아야 하는 기업가치의 마지노선 또한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 가치 비싼 거 아님!'이었다. 근데 우리가 우리 입으로 와 싸다, 싸다 해도 누가 믿어주냐는 거지. 우리가 푼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우리 업종의 SaaS는 원래 일반적인 B2B SaaS 보다 멀티플 많이 받아. 왜냐면 한 번 고객들이 쓰면 빼기가 쉽지 않거든. 그러니까 일반적인 B2B SaaS 멀티플이 아니라 우리 업종 SaaS 가 받는 멀티플이랑 비교를 하면 절대 비싼 게 아니라 오히려 싸다니까? 봐봐, 우리랑 비슷한 사업 하는 SaaS 들은 지금 이렇게 시장 안 좋다고 해도, 막 멀티플 30도 가고 40도 가고 평균 내봐도 한 20이야. 근데 우린 12잖아? 엄청 싼 거지.'


근데 실제로 그랬다. 전반적인 SaaS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코로나 이후 빠져서 6x~7x 정도였다면, 우리가 속한 특정 업종 SaaS 멀티플은 거의 20x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싸다, 비싸다에 대한 비교군을 재설정하면서 거래 상대방이 생각하는 프레임을 바꾸어주었고 그 결과 우리는 조금 아쉽긴 해도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라고 얘기하면 깔끔하긴 하겠지만, 과정에서 실제로 느낀 건 논리가 다가 아니라는 거다. 로직도 잘 세우고, 장표도 예쁘게 만들고, 발표도 멋들어지게 해도 투자사가 비싸다면 비싼 건고, 안 한다고 하면 안 하는 거다. 그리고 아무리 비싸다, 비싸다 해도 투자사 대표님이 하자고 하면 또 하는 거고. 그럼에도 우리의 몫은 그들이 무언가를 결정했을 때, 그 결정이 나쁜 결정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논리를 준비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부턴 사족 >>>

*기업가치
1) Pre Money Valuation (프리머니)
외부 투자가 이루어지기 전의 기업 가치. 간단하게 그냥 투자사 돈 받기 전 가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같은 비상장 스타트업의 경우 우리랑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들의 매출 대비 기업가치를 보고 멀티플이라는 상수를 계산해 낸 후, 그를 우리 회사에 적용하여 계산하곤 한다.

2) Post Money Valuation (포스트머니)
투자 후 기업가치. 프리머니에 라운드를 통해 인입된 금액을 더하면 된다. 
e.g. 프리머니 100억 + 펀딩 금액 20억 = 포스트머니 120억

기업가치가 중요한 협상의 대상이 되는 건, 투자 금액 대비 지분율이 바뀌기 때문이다. 투자사의 지분율은 포스트머니에서 투자사가 투입한 금액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로 간단히 계산해 볼 수 있다.

A라는 회사에 투자사가 20억을 투자하게 된다는 케이스를 보자.

A회사의 프리머니 밸류가 100억일 때, 포스트머니는 120억이 되고 투자사의 지분율을 계산해 보면 16.7%이다. 투자사는 20억으로 16.7%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20억/120억 = 16.7%)

그런데 프리머니 밸류가 100억이 아닌 300억이라고 가정해 보자. 같은 20억을 투자해도 투자사의 지분은 6.3% 가 된다. (20억 / 320억 = 6.3%)

지분율은 곧 회사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힘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를 두고 벌어지는 밸류에 대한 협상은 종종 꽤 길어지기도 한다. 

**Dilution (지분 희석)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추가적인 신주 발행에 따라 낮아지게 되는 현상이다.

투자유치란 돈이 은행에 입금되고 끝이 아니라 그 금액에 상응하는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원래 주주들의 지분율은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전체 주식수가 100주인 회사에서 20주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지분율이 20%이다. 그런데 회사가 투자유치를 받으면서 50주를 더 발행해서 전체 주식수가 150주(100+50주)가 되면 가지고 있는 주식수는 20주로 같은데 지분율은 약 13%로 줄어들게 된다.

물론 밸류가 100억 일 때 20%면 20억이지만, 300억의 13%면 39억이 되는 것처럼 지분율이 줄어든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의 대표자 입장에서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줄어드는 것이니 또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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