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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Sep 17. 2022

텅 빈 책가방

영국 교육




새 학년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났다. 둘째는 13학년까지 다닐 수 있는 학교여서 몇 년째 같은 교복과 가방을 들고 다닌다. 셋째는 새로운 학교에서 새 학년을 시작했기에 학교 로고가 박힌 교복과 책가방을 사야 했다. 더해서 운동복과 운동 가방도 마련해야 했는데 PE(Physical Education)라고 부르는 체육, 잉글랜드 초등학교 의무 과목인 수영, 게임즈(Games)라고 부르는 운동경기. 이런 움직이는 활동을 하기 위해 각각의 운동복과 가방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책가방 하나에 운동 가방 세 개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교는 게임즈(운동 경기) 시간에 축구, 럭비, 크리켓, 하키 등 학기별로 다른 종목을 배우고 팀을 나누어 경기를 하는데 학교 운동장이 없는 학교는 가까운 지역 시설을 이용한다.


이곳 사람들은 운동에 얼마나 진심인지 뉴스에 언급될만한 기상 악화나 이변이 아니면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사실 눈은 거의 오지 않는다) 무조건 ‘이다. 하긴 하루에도  번씩 바뀌는 날씨를 모두 감안하다가는 아무것도   없다. 학교가 끝나면 각자의 스포츠 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 주말에는  가족이 아침부터 소속팀의 원정 경기를 다니느라 바쁘다. 주말 오전에 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를 먹겠다고 동네로 나가면 이미 경기를 끝내고 운동 가방을 이고 지고 무리 지어 가는 가족들을 만난다. 부지런한 그들이 대단하다 여겨지기도 하고 나는 하루에 반만 살고 있는  같아 머쓱해지기도 한다.



운동하고는 거리가 좀 있는 셋째는 적어도 학교 갈 때는 축구복을 입고 축구화에 보호대까지 챙겨서 또 다른 종목의 운동 가방을 몇 개를 더 메고 들고 학교를 가야 한다. 그런데 등에 맨 책가방은 2주째 텅 비어있다. 물통 하나와 필통이 들어 있긴 하지만 교과서도 공책도 없다.  보통 숙제는 매주 금요일 간단한 과제물이 나오지만 이번 학교는 아직 숙제도 없다.


사실 영국 초등학교에는 교과서가 없다. 학기마다 토픽이 정해져 있어서 그 안에서 선생님들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 한 학년이 세 학기로 이루어지는데 이번 학기의 토픽은 고대 로마이다. 나머지 두 학기는 고대 그리스와 고대 이집트. 미술 시간에는 고대 로마 문자와 숫자를 캘리 그라피로 그리고  영어 시간에는 게르만 민족의 이동이 로마 제국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시대를 배경으로 ‘Setting(상황 설정)’에 대해 글쓰기를 했다며 학교에서 돌아와 신이 나서 이야기 한다.


무거운 운동 가방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견뎌내는 강인함과 끈기를, 텅 빈 책가방 속에는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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