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크라임씬 : 세실 호텔 실종 사건

다큐아리움9

by Dolphin knows

https://youtu.be/4XlZpj0QWJM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시점이 초여름, 6월 초다.

슬슬 후텁지근해지고 또 괴담을 찾게 된다. 실제로 그걸 보고 듣는다고 시원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묘한 재미가 있다. 특히 그 '괴담'들이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할 때 매력이 더해진다.

성공한 괴기영화중 하나인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시리즈는 워낙 연출도 좋았지만 주인공인 워런 부부가 실존인물이라는 게 셀링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 우리의 서프라이즈가 있다.

저 '그런데'만 보면 설레던 기억 누구나 한 번은 있지 않았을까? 어색하고도 진정성있는 해외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사건' 베이스라는 게 합쳐진 콘텐츠. 그래서 오래도록 놀림을 받고 또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 살펴볼 다큐멘터리는 '서프라이즈'에서도 방영되었던 세실 호텔 실종 사건, 혹은 엘리스 램 사망 사건을 다루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TjVBpyTeZM

유튜브에 Elisa Lam이라고 치면 위와 같은 동영상이 수도 없이 나온다. 영상은 4분 가량, 등장인물은 현재 고인이 된 엘리사 램 한 명이다. 보통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이면 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어서 꽤 화제가 되었고. 하필 이 영상을 찍은 시점이 그녀가 죽기 직전이었다는 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엘리사 렘이 죽은 장소가 하필 악명높은 세실 호텔이었다.

악명높은 연쇄살인마 리처드 라미레즈가 묵었던, 그리고 수 많은 마약, 매춘, 살인 사건으로 이름난 L.A.의 세실 호텔에서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 다니던 20대 초반의 엘리사 램이 미국 여행중 이 호텔에 묵게 되었고 어느날 실종됐다. 양극성 장애와 우울증을 달고 살던 대학생이었으며 예술적인 관심이 많고 감정이 섬세한 편으로 텀블러라는 플랫폼을 통해 수 많은 글을 썼었다.

답답한 마음으로 살던 중 기분 전환겸 자아도 찾을겸 부모님께는 '매일 전화하겠다'약속하고 혼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난다. 그랬던 엘리사가 2013년 1월 31일 부모님과의 마지막 통화를 하더니 더이상은 연락이 없었고. 결국 가족은 실종신고를 내고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다.

LAPD 강력반 형사 팀 마르시아와 그레그 케이딩을 포함한 총 18명의 형사가 이 사건에 뛰어들었다. 특히, 팀 마르시아 형사는 자신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이 이민자 가정의 소녀에 대해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동양계 캐나다인 소녀가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에 혼자 오는 것 자체가 범죄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엘리사 램은 실종상태였고, 혹시라도 살해나 다른 피해를 당하기 전 최대한 빨리 찾아내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기 시작했다. 또한,

10년간 세실 호텔 지배인을 했던 에이미 프라이스는 이 호텔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 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시체들 또 복도에서 나는 총격전과 칼부림 등등. 그래도 그 가운데서 나름대로 호텔의 인프라와 운영체계를 개선하려고 애썼고 또 그만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세실 호텔은 그동안 쌓아온 악명을 뒤로하고 저렴한 여행자숙소,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장기 투숙 시설로 이용 되고 있었다. 위치는 참 좋았다. L.A. 한복판에 있어 접근성이 좋았고. 여행객들은 사실 숙소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관광에 치중하기 때문에 뭐 무리없이 씻고 잘 수만 있으면 되도록 저렴한 숙소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세실 호텔이 운영되던 중 와중 엘리사 램 실종사건이 발생했고 에이미 프라이스는 당국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리고 엘리사의 방에서 그녀가 복용했던 약과 약간의 귀중품 그리고 옷가지 등 여행에 관련된 짐이 뭉터기로 발견된다. 그야말로 '사람만' 증발했다.

또한 엘리사 램은 텀블러 헤비 유저였다. 21세 대학생이면 할 수 있는 고민, 특유의 복잡한 마음과 생각들을 토로하듯 이 텀블러에 글로 남겨놓았다. 여행 일정과 결심의 계기 등등 엘리사가 쓴 글들이 경찰이 수사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도 했다. 나중에 한 번 언급하겠지만. 이 글들이 네티즌 수사대의 과몰입과 뇌피셜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스키드로 그리고 세실 호텔

영국에서 온 부부는 큰 기대를 갖고 미국여행을 결심한다. 한 번도 미국에 와본 적이 없기 때문에 L.A.에 위치했고 접근성이 좋은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숙소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첫날부터 이 호텔 시설의 열악함과 위생상태 때문에 실망하고 만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 자체가 숙소에 가만히 앉아서 머무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부부는 햇살좋은 L.A.의 거리 풍경을 만끽하고자 밖으로 나가는데.

하필 이 세실 호텔이 있던 거리가 그 악명 높은 '스키드로' 즉, 우범지대였다. 헐리웃 근처의 번창했던 이 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등을 겪고 쇠락했고 또 이 곳에 범죄와 빈곤 등이 나타나자 미국은 이 곳을 일종의 게토처럼 격리해버린다. 짐 맥솔레이가 말하길 일종의 인공해자를 파서 이 곳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다른곳에 미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마약과 폭력, 매춘, 살인 등. 이 부부가 여행하며 꿈꾸던 라라랜드는 어디 가고 범죄와 위험으로 가득한 우범지대 속에 떨어진거다. 게다가 그들이 묵었던 호텔의 전 숙박인이 실종상태였다.

호텔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1900년대 미국은 중공업 발달로 초 호황기였다. 세실 호텔은 그렇게 웅장하고 멋진 고급호텔로 지어졌다. 그러나 곧 발생한 경제공황 등으로 이 잘지어진 호텔은 그 뼈대만 공룡처럼 남기고 위엄과 아름다움은 증발되어 버렸다. 고급 숙박시설은 저렴한 장기숙소로 변해갔고 이 호텔이 위치해 있는 스키드로 거리의 몰락은 이 호텔 전체가 '복마전'으로 급속하게 변하는데 한 몫을 했다.

웅장한 로비와 뼈대 그러나 그에 따르지 못하는 시설, 무엇보다 시내 중심가에 있지만 이 호텔 주위 거리엔 온갖 범죄와 마약이 난무했다. 게다가 이 호텔조차도 위험했다. 범죄자들의 임시 숙소로도 사용되었던 이 세실 호텔에 하필 동양계 캐나다인 여성이 홀로 묵게 되었을때 과연 어떤 일을 겪었을까? 이 다큐는 계속 추적해간다.




큰 떡밥이 던져지다


형사들이 수사를 계속하다가 엘리사 램이 실종되기 전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걸 알아낸다. 그리고 그 지겹고 힘든 CCTV판독을 시작한다. 세상엔 부패하고 불성실한 경찰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 지난한 작업을 정말 쉴새없이 해내는 형사들을 보며 '경찰'은 꼭 필요하고 그 노력을 폄훼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서 마련한 작은 의자와 책상이 있는 구석방에서 온 몸과 눈이 뻐근하도록 장면 하나 하나를 찾았다. 결국 형사들의 정성은 결국 결실을 보았고. 엘리사 램의 엘리베이터 영상을 찾아낸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엘리사는 아직 세실 호텔에 있다고

당시 호텔 지배인도 놀란 게 바로 형사들의 열정이었다. 600개가 넘는 옷장 하나하나 다 뒤졌다. 그렇게 하루에 18시간을 꼬박 이 호텔 전체를 수색하는 데 보냈고, 경찰견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이렇게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중 복병이 발생한다. 전직경찰이 경찰들을 공격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아무래도 사안이 급한만큼 같은 관내 경찰서에서 인력들이 다른 사건으로 다 빠져나가게 된다. 그렇다고 엘리사 램 실종사건 수사를 멈출 수 없어서 형사 두 명만 이 사건에 온전히 매달릴 수 있었다.

인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했다. 그래서 결국 이 엘리베이터 영상을 공공에 풀어서 제보를 받고 지원을 받고자 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부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터넷 탐정들, 유튜버, 블로거들이 이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한마디로 '떡밥을 물었다'

온갖 음모론이 난무했다. 심령술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워낙에 세실 호텔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었고 최악의 범죄자 '리처드 라미레즈'가 묵었던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실종자가 흔한 백인 청년이 아니라 홍콩 이민자의 자녀이자 캐나다인 여성이었다. 또한 SNS에 남긴 그녀의 디지털 족적은 사람들이 '엘리사'에게 더욱 과몰입 하게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영상에 나오는 엘리사의 행동이 너무 기괴했다.

귀신들린 호텔, 귀신들린 엘리베이터, 귀신에 홀린 동양여성, 그리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엘리사의 텀블러 글까지 이 모든게 사람들의 관심을 흡수했고. 이 떡밥을 보고 또 보고 했던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영상 조작설 등등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엘리사가 발견된다. 죽은 채로

엘리사 램은 지난 번 경찰 옥상 수색때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수사가 진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호텔에 묵었던 위의 영국인 부부가 탁하고 더러운 물, 낮아진 수압이 너무도 이상해 호텔 측에 시정을 요구했고, 그 원인을 찾아 옥상 물탱크를 검사하던 관리인이 엘리사 램을 발견하게 된다. 경찰의 추측 대로 엘리사는 호텔 안에 있었다. 다만 물탱크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을 뿐이다. 나체였고 일단 겉으로 봤을 때 타살흔적은 없었다.

수사 중이었고 부검도 아직 실시하지 않은 상태라 경찰은 결론을 내릴 수도 그걸 또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내보낼 수도 없었다. 일단 증언들을 전부 모으고 수사를 진행할 뿐이었다. 그러나 성질급한 '네티즌'들은 스스로 탐정을 자처하며 엘리사 램의 자취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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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다크 투어를 하듯. 이 세실 호텔에 사람들이 들이닥치고 휴대폰과 캠코더로 생중계를 했다. 인터넷 게시판과 각종 SNS에는 각종 토론이 오고 갔고. 이 가엾은 젊은 동양 여성의 처지에 과몰입을 했거나 수수께끼를 푸는데 중독이 된 사람들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리고 경찰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다.

물탱크 속에 있는 엘리사의 시신은 무척이나 차가웠고, 반대로 그녀를 다루고 이 사건을 다루는 민간 탐정들 과 유튜버, 블로거들은 아주 뜨거운 화염검을 휘둘러댔다.

온갖 가설들이 오고 갔다. 비슷한 물탱크 자살 영화에서 어떤 살인자가 영감을 받은 것이다. 혹은 세실 호텔은 처음부터 저주받은 곳이었고 이 끔찍한 사건은 이미 여러 미디어를 통해 예고된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모은 자료들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또 이런 음모론의 공유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의 '이상한 유대감'을 더 끈끈하게 했다. 정의감을 가장한 호기심의 충족 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범인은 바로 너!
근거는 우리의 생각과 주장

모비드라는 활동명을 사용했던 파블로 베르가라 라는 뮤지션이 이 호기심과 집착의 그물에 걸렸다. 데스메탈음악을 하며 기괴한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던 파블로 베르가라가 이 세실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는게 인터넷 탐정들의 레이더에 포착되었다.

모비드의 뮤직비디오 중 엘리사 램의 살인을 암시한 부분을 찾았다며 저마다 의심가는 부분을 공유했고 서로 그 의심가는 부분이 맞아 떨어지면 그것은 곧 기정사실화 됐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제 모비드는 '빼도 박도 못할 살인마'가 되었다.

아직 경찰의 부검결과와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수사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나 경찰은 드디어 미디어를 통해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부검 결과 강간흔적이나 마약흔적도 전혀 없었고, 엘리사 램을 일부러 옥상에 데려간 사람도 없었다. 당시 엘리사가 홀로 묵고 있던 숙소의 창문에 비상계단이 있었고 거기에서 엘리사가 물탱크로 스스로 들어갔던 거다.

물탱크 뚜껑이 닫혀있었다.

타살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그건데 이 거대하고 관리가 힘든 호텔에서 관리인이 엘리사 렘이 물탱크에 있는 줄도 모르고 옥상 물탱크 뚜껑이 열려있으니 그냥 닫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거리에 있었고 세실 호텔은 덩치만 큰 그야말로 애물단지였으니까.

그렇다면 엘리사 램은 물탱크에 스스로 들어갔을까? 경찰은 엘리사의 양극성 장애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봤다.

이미 캐나다 집에 있을 때부터 엘리사는 양극성 장애 즉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매일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숙소를 뒤져본 결과 약은 거의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먹지 말아야 할 약을 먹은 게 아니라 먹어야 할 약을 먹지 않았다.


정신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선 상담도 중요하지만 처방된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급작스런 단약의 부작용은 작게는 현기증 부터 크게는 착란까지 다양하다. 엘리사의 텀블러 글에서는 양극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낯선 곳을 홀로 여행중이라 평소보다 긴장감이 높은 상태였고, 하필 엘리사가 묵었던 호텔이 우범지대 스키드로 한복판에 있었으며 원치 않는 관심을 받기도 했었으니 상태를 짐작할만 하다. 게다가 약조차 제대로 먹지 않았으니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져 엘리베이터에서 환각에 시달렸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럴 리 없어! 이건 음모야!

검시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 인터넷 탐정들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누군가 검시 보고서를 조작했다.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 높은 분의 지시가 있었다.

자신들이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자 수사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경찰을 무능한 경찰 혹은 타락한 경찰로 몰아갔다. 아마 경찰이 더 많은 자료를 내밀어도 이들의 태도는 똑같았을 거다.

사실 그 생각이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거다. 내가 했던 추리가 틀렸다고 공공연하게 확인받는게 화가나고 맘에 안들었던거다. 매우 감정적인 반응이다.

또한, 이들의 분노는 엉뚱한 사람을 향했다.


멈추지 않는 마녀사냥

앞서 인터넷 탐정들의 추궁을 받았던 파블로 베르가라. 그가 세실 호텔에 묵은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엘리사 램을 본 적이 없고. 실제로 그는 엘리사 램이 세실 호텔에 묵기 1년 전에 겨우 3일 숙박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엘리사가 죽었을 때는 멕시코에서 음악작업을 하느라 미국에 있지 않았다. 그러나 소용 없었다. 이런 증거를 들이대도 '조작이다 뭐다' 라고 부인하는 것은 양반이고, 욕설과 테러가 빗발쳤다.

파블로 베르가라는 현재 더 이상 음악작업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온 세계 사람, 그것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공격을 당했다.

좌표 찍히면 끝인거다. 믿고 싶은 것을 믿으니 사람 하나 죽이기도 쉽고.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는다.

엘리사 램의 가족도 인정한 바다. 그 전에도 엘리사는 툭하면 약을 걸렀고 환각, 환청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가족도 인정하는 걸 구경꾼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럴리 없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걸까?

그리고 그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무지하다'. 물에 들어가면 저체온 증에 시달리기에 스스로 옷을 벗는것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강간사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이교적 의식이나 귀신 홀림 무엇보다 부적절한 성학대와 관련짓지 못해 안달을 한다. 그들에겐 '사실 그대로의 자료'가 중요하지 않다. 자기가 내놓은 결론에 맞는 '자료'가 필요하지.

네티즌 탐정들은 경찰처럼 수 백시간 CCTV를 살펴보려 고생하지도 온갖 곳을 샅샅이 뒤지지도 수색하느라 잠을 설치거나 애를 쓰지도 않고는 '무능한 경찰'이라고 한다. 배후에 뭐가 있다. 또, 무엇보다 그들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우리라는 이상한 공동체 의식에 취해서 이미 결과가 드러난 사실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613540001306

최근 인터넷을 달궜던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 처음엔 실종사건이라고 보도가 됐고. 실종된 학생의 아버지가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학생이 살아돌아올 걸 기대했지만 결국 이 학생은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동료 의대생들의 배웅을 받고 또, 사망자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을 담은 추도사로 이뤄진 장례식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탐정놀이가 시작되었다.

의대생과 함께 있던 친구의 부모가 고위직이었다. 타살이었는데 고위직이라 감춰준거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풀린 영상이나 흔적을 캡쳐해서 입모양을 알아내질 않나. 이상한 단어를 통해 시험 부정을 운운한다.

결국 의대생의 친구와 친구가족의 신상을 털어버리고, 그저 옆에 있었던 친구를 살인마로 만들어버렸다.

경찰에서 '사고사'라고 결론을 내렸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 나가서 시위까지 한다.

생각을 하고 추리를 하는 건 인간의 중요한 능력이다. 호기심도 살아가는 데 또 세상이 조금 더 좋게 나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과몰입과 우월감 그리고 폄훼다. 네티즌들이 방구석에서 자료를 보고 또 본들 제대로 훈련받은 경찰만큼 고생을 하지도 해석기법을 알지도 못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이 사건을 해결하려 온갖 고생을 한 경찰과 사실을 전하는 언론은

부패하거나 무능하거나다.

이런 프레임이 씌워진 이상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통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일단 무리가 모여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자기네끼리 교차 검증하는 것부터가 위험하다.

그리고 좌표 찍어서 누군가를 악마화 하는 것. '무엇을 상징했다', '무엇을 의도했다'라고 목소리 큰 누군가가 주장하면 그 주장에 온갖 유튜버들이 마이크를 들이대고, 일부 몰지각한 기자가 그걸 기사화 해준다.

네티즌 수사대가 그동안 좋은 일을 꽤 해왔던 것도 많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본다.

특히 이번 한강 사건처럼 누구보다 이성적인 척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과 호기심의 충족 혹은 투사하는 무리를 볼 때 '이건 그저 광기에 다름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세실 호텔 실종 사건과 한강 대학생 사건, 너무도 닮았고 그만큼 한심하고 참담하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을 둘러싸고 각종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실종 당일 손씨와 술을 마신 친구 A씨가 사건에 개입됐다는 근거 없는 의심에 기댄 채 일부 시민은 확인되지 않은 A씨의 신상정보나 가족관계를 인터넷에 유포하거나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런 여론재판식 행태는 자칫 경찰 수사의 신뢰성을 훼손해 소모적 의혹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중략)
평화로운 시위를 준비하겠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채팅방이었지만 이곳에선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기정사실화된 채 공유되고 있었다. 한 참여자는 A씨의 큰아버지가 현직 법무부 고위직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가까운 친척의 이름과 직업이라며 근거 없는 신상정보를 열거했다. 일부 참가자는 "실종 당일 손씨가 약물에 의해 사망했다" "마취 주사를 맞았다" 등 경찰 수사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 억측을 내놓기도 했다. 심지어 사건 현장 일대에서 A씨의 사라진 휴대폰을 수색 중인 경찰을 향해 "찾는 척 연기한다"는 식의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과도한 추측이나 '신상 털기'를 자제하자고 했던 이들은 "A씨 측이 고용한 알바" "정치권에서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공격에 직면했다

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613540001306



사진출처 : 넷플릭스 '크라임 씬 : 세실 호텔 실종 사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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