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변환의 조건과 방법
이전 단락에서 우리는 변환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았다. 변환이란 프랑스 철학자 시몽동이 제시한 개념으로서 양립 불가능한 대립자들이 새로운 구조를 산출하는 긍정적인 소통의 관계자들로 전환되도록 사고하는 인식능력이다. 변환은 개체의 발생 과정을 인식하는 새로운 사유 방법이다. 시몽동은 개체의 발생 자체가 준안정적인 전체 시스템 안에 내재하는 서로 이질적이고 대립하는 것들 사이에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문제해결의 과정으로 보았다.
잠재 에너지와 우연, 그리고 관계
개체는 존재의 한 상태일 뿐, 존재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시몽동에 의하면 개체는 생성의 도중에 있으며 언제나 자신의 존재 조건인 환경과 공존한다. 개체는 그 내부에 아직 개체화되지 않은 잠재 에너지(Potential energy)의 안에 잠겨 있다. 이 잠재 에너지가 새로운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씨앗으로 작동한다.
잠재 에너지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온도나 속도 등의 조건에 의해 유동적인 힘을 실어나르는 존재이다. 이것은 그 시스템 내부의 힘들의 관계가 안정화되어 있을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스템이 어떤 우연적인 특이성 조건에 의해 비대칭 상태에 놓이게 될 때, 즉 안정적 상태의 힘의 균형이 어긋나 서로 다른 진동을 가진 요소들이 움직이고 서로 간섭하기 시작할 때 나타난다. 이 초기의 대립적인 것들의 상태는 퍼텐셜 에너지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새로운 모습이 출현하면서 구조 전체에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잠재 에너지는 상태를 바꾸어 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다. 시몽동은 그의 개체화 이론(individuation) 에서 변화잠재력을 두고 ‘관계’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개체는 그것을 이루는 요소들 간의 에너지 상호작용과 그 체계 바깥과 에너지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곧 ‘요소들 간의 배열’ 및 ‘개체-환경과의 배열’이라 할 수 있고, 시몽동은 이를 두고 ‘관계’라 일컬었다.
개체화(individuation) 과정
관계맺음과 유사성 인식
이 점에서 잠재 에너지의 ‘관계맺음’은 새롭게 생성하는 존재의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관계맺음은 대립적 관계에 있는 것들 사이의 ‘유추(Analogy)’ 작용을 통해 작동한다. 유추는 대상들의 유사성에 의해 적극적인 관계맺음을 하는 추론이다. 유추와 같이 겉으로 보기에 이질적인 것들의 관계 맺음을 양자 간의 기능적 유사성을 통해 찾는 것이 변환적 사고이다. 이 관계맺음은 서로의 모순과 비대칭을 양립 가능하게 유지한 채로 차원을 새롭게 연결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종합이 아니며 상보적 관계이다.
유추적 관계 인식
새로운 차원의 발견과 의미작용
이상과 같이 비대칭적 관계에 있는,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통합된 힘들의 관계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간다. 시몽동은 이 새로운 차원이 ‘의미작용(significatiohn)’을 창조한다고 했다. 즉 서로 어긋나는 특수한 것들을 보존하고 그것들을 전체 안에 통합시킨다. 이 특수한 것들 사이의 갈등을 이용하여 그것들을 통합하는 더 우월한 체계를 발견하는 사유는 인식적 발견이자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키는 의미작용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관계론적 사유이자 변환적 사유이다.
새로운 관계를 찾기위한 변환적 사유
변환적 사고는 각 개체를 분리시켜 인식하지 않고, 관계의 존재를 발견하는 유추적 사고를 지향한다. 유추(類推)는 유비적 사고라고도 하며, 연역 · 귀납과는 다른 인식이다. 이는 하나의 모퉁이를 보고 다른 모퉁이를 추리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개의 특수한 대상에서 어떤 징표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징표도 일치하고 있음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변환적 사고에서는 A와 B 사이의 동일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A와 B 사이의 관계와 C와 D 사이의 관계, 이 두 관계 사이의 동일성을 찾는 것이다. 즉 A : B = C : D 를 찾는 것과 같다. 가령 전자기파의 발견이 이런 변환적 사유의 성공적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시몽동에 의하면, 가시광선과 헤르츠파는 “파장길이 : 반사물질의 분자적 조건” 사이의 관계가 동일할 뿐서로 동일한 것도 이질적인 것도 아닌 유사한 것의 관계라 했다. 가시광선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전자기파의 영역이지만 헤르츠파는 전자기파이면서 보이지 않는다. 헤르츠파는 가시광선에서 성립한 이 관계를 다른 크기의 차원에 유추적으로 적용하여 실험을 통해 발견해낸 것이다. 헤르츠파 발견의 인식론적 가정은 가시광선과 헤르츠파 사이의 관계가 그 자체로 하나의 관계라는 것이다. 둘은 모두 전자기파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