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읽을 예정인 책들
지이잉~ 카톡 알림이 왔다.
[ ******도서관 책나르샤 안내 ]
은진님 안녕하세요. **도서관입니다.
은진님께서 요청하신 책나르샤 자료가 도착하여 대출 가능합니다.
아래 내용을 확인하여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7월, 밀란 쿤데라가 떠났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모든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번째로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원래도 그의 책을 좋아해서 대부분 읽긴 했지만 읽은 지 오래기도 하거니와 그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배경에 두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아 어렵기도 했다.
그래서 늘 마음속에 제대로 풀지 못한 수학 문제처럼 얼기설기 뭉쳐져 있었다.
읽었다고 말하지만 내가 그의 문학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렇게 시작하는 책은 기본 적으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회귀 사상'에서 출발하여 그 의미를 삶에서 해석하는 것으로 계속 이어진다. 그렇기에 '니체'의 사상을 조금 알고 이 책을 읽는 것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책을 읽다 보면 자연히 '니체'의 사상이 궁금해지기도 할 것이다.
이제는 조금 더 깊이 있게 그의 글과 그가 말하면 삶의 내면을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 본문 中 -
집에 이미 책이 있어서 꺼내어 읽고 있는데 어쩐지 문체가 매끄럽지가 못하다.
이 작품은 1984년에 발표되었는데 집에 있는 책은 1998년 번역된 출판본이었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 번역된 책이라 현재의 번역가와 다른 사람이기도 하고 그 본질의 내용이야 같겠지만 번역의 방향은 시대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대출을 신청했고 그것이 오늘 도착했다.
다음 날, 또
지이잉~ 카톡 알림이 왔다.
[ ******도서관 예약자료 안내 ]
은진님 안녕하세요. ******도서관입니다.
예약하신 도서관 자료의 대출가능일에 대해 안내드리니 도서관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뭐지? 이게 뭐지? 예약한 게 또 있다고?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나의 예약 내역을 확인해 보니 무려 2달 전에 신청을 한 책이었다.
앞 선 여러 명의 대출자와 연체를 거쳐 이제 겨우 내 차례가 된 거 같은데... 그 두 달 사이 나는 이 책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당시 이 책이 보고 싶었던 이유는 분명 존재할 텐데 지금은 뭐 그런 이유 따위는 기억도 나지 않고, 그저 책이 내게 왔으니 읽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철학은 언제나 중요하고 또 궁금한 것이니까.
그나마 아포리즘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만한 내용이다.
더군다나 앞서 얘기한 '니체' 또한 가장 영향을 받은 인물이 '쇼펜하우어'라고 하니 어차피 모든 책들이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부터 침대 옆 협탁에 못 보던 책이 한 권 놓여있었다.
나는 보통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이 있는데 그래서 언제나 몇 권의 책들이 머리맡에 놓여 있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둔 것이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책을 주르륵 넘겨보다 보니 가져다 둔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어디선가 받아 온 책을 본인이 읽고서는 나도 읽어보려나 싶어 내 머리맡에 가져다 둔 것일 게다.
몇 달 전부터 양자 역학을 간절히 이해해 보고 싶다는 그는 수시로 과학 관련한 책들을 읽는다. 심지어 소설조차 과학 관련한 소설을 읽는다. 그러면서 곧잘 읽었던 내용을 나에게 설명하곤 하는데 이제는 아예 나더러 직접 읽어보라는 무언의 제스처로 가져다 둔 것이 틀림없다.
아... 과학의 세계는 너무나 멀고 난해한 것인데... 어쩐지 숙제를 하나 받은 기분이다.
얼마 전, 퇴근을 하고 들어온 그의 손엔 여러 권의 책이 들려 있었다. 잘 다녀왔냐는 나의 인사에 대한 그의 바쁜 대답은 이것이었다.
- 이거 8월호인데 읽어 볼래요?
- 아... 지금 읽을 거 많은데.... 하하하하 ^^;
그래, 알겠어요.
문학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애써 챙겨 들고 들어온 그의 정성을 싫다 안 된다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뭐 그 마음이 고마운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정기 구독을 하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읽을 책, 아니 읽어야 할 책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부풀고 배가 부르다.
그런데 어쩐지...
9월은 자의적이라기보다 타의적인 독서를 하게 되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