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외로움을 마주하다.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다. 살아 움직이는 곳에서, 살아 있는 풍경을 보고 싶다는.
원래 계획은 마린 월드에 가서 돌고래쇼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숙소에서 거리가 멀었고, 입장권도 생각 이상으로 비쌌다. 급하게 가고 싶은 곳을 찾아봤고, 마리노아 시티에 있는 대관람차에 가기로 했다.
어렸을 때 나는 유원지나 놀이동산에 놀러 간 적이 많지 않다. 중학교 때는 친구가 없었고, 고등학교 때는 현장학습 때 말고는 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 성인이 되어서 가끔 가긴 했으나 관람차는 타본 기억이 없다. 연인들이 주로 탄다고 하니까 관람차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다. 연인이었던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슬프니까 여기까지)
그런 내가 관람차를 타러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일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후쿠오카의 넓은 바다가 보고 싶기도 했다.
내가 머무르는 숙소는 12인실 캡슐형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숙박료가 저렴한 대신 개인 공간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이 잦았는데, 낯가림이 심한 데다가 언어도 되지 않아 어울리기가 어려웠다. 외로움이란 게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고… 한눈에 바다가 넓게 보이는, 움직이는 관람차에 몸을 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갈아타는 사이에 배가 고파서 빵집에서 산 크루아상과 단팥빵을 먹었다. 크루아상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웠고, 단팥빵 안에는 달콤한 팥이 가득 들어 있었다. 자판기에서 복숭아 물을 뽑았다. 일본 여행 와서 복숭아 물을 질리도록 마셨지만, 여전히 질리지 않았다.
가슴이 단팥빵처럼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버스에서 내려서 20분인가 걸어가야 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정말 없었다. 하지만 목적지인 마리노아 시티에 갈수록 더 사람이 없었고… 그때부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유명한 관광지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없다고?
마침내 도착한 내 눈앞에 보이는 건 폐허처럼 텅 비어 있는 마리노아 시티 쇼핑몰과 멈춰버린 관람차였다. 그 앞에 검푸른 빛을 띤 바다가 물결에 잔잔히 일렁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하늘이 묵직한 구름들을 드리웠고, 건물들은 폐장한 놀이공원처럼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다리에서 그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내가 봤던 리뷰는 작년 7월쯤에 작성된 것이었고, 그로부터 한 달 후인 8월에 폐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행하는 동안 종종 겪어오는 일이었음에도, 허무함이 잔잔한 물결처럼 밀려 들어왔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쇼핑몰 내부는 짙은 어둠 때문에 보이지 않았고, 커다란 고래 벽화는 폐장과 동시에 생명력을 잃은 듯 무감동했다. 관람차는 무척이나 고독해 보였는데, 한때 자신이 수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태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쓸쓸한 자세로 멈춰 있었다.
여행을 한 뒤 일주일 뒤에 겪은 일이었는데, 내 기억에 이 일은 여행의 시작을 암시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아무 계획도 없이 후쿠오카에 와서 이 주일을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내 감정을 대변한 것처럼 느껴졌달까? 사실 여행은 재밌었지만, 때때로 느낀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텐진에서도, 나카스에서도, 후쿠오카의 외곽에서도. 어쨌든 난 이름 모를 외국인 여행객에 불과했으니까.
그때는 몰랐다. 친근하고 마음 편했던 후쿠오카에서의 여행이, 사실은 내 안에 자리한 외로움을 멈춰버린 관람차처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행하는 동안 그것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여담. 일본 빵은 왜 그렇게 저렴하고 맛있을까요… 마트나 편의점도 나쁘지 않았지만, 특히 빵집 빵이 맛있었던… 아 또,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