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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을 타고 가면 마침내 도착하는 곳

ㅡ 왜 우즈베키스탄인가?

by Miracle Park


2017년 우즈베키스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어서 외신들의 화제를 모았다.‘막내 손녀딸이 한국 출생이고, 둘째 사위가 H자동차 한국 지사에서 5년 간 근무했다’고 밝혔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에서 ‘국민 드라마’로 불리는 ‘대장금의 이영애’가 초대 손님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만찬 요리에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소개된 ‘숭채 만두’와 고려인 ‘국시’와 비슷한 잔치 국수가 나왔다.


중앙아시아의 한류의 중심에는 우즈베키스탄이 있다.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한국어 학습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수도 타슈켄트를 중심으로 사마르칸트, 부하라, 우르겐치 등의 지방 도시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재 11,400여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배우고 있으며, 한국교육원 등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강좌 등을 포함하면 약 2만여 명의 수강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작년 9월에는 타슈켄트 국립 동방대학교에 중앙아시아 최초로 한국학 단과 대학이 개설되었다. 한국의 문학과 역사, 한국 정치 경제 등 3개 학과를 갖춘 한국학 단과 대학이다. 동방대학교는 14개의 동양 언어와 4개의 서양 언어 학부가 있는 외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이며, 금번 한국학 단과 대학의 개설은 향후 중앙아시아 CIS 지역의 한국학을 보급하는 데 중심축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미르지요예프 정부가 개혁, 개방을 표방하면서 각 분야의 시스템을 ‘한국에서 배우라’고 지시하며 적극적인 정책의 효과가 확산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류 드라마의 시초는 1999년 겨울에 방송된 <별은 내 가슴에>이다. 이 드라마의 영향으로 안재욱은 연기뿐만 아니라 그가 불렀던 모든 노래가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로 인해 한국 사람들의 생활과 가족 문화가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어른을 공경하는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와 드라마 속 한국인의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별은 내 가슴에>는 단숨에 ‘인기 드라마’의 타이틀을 얻었다.


그다음에 등장한 드라마가 바로 <겨울 연가>다. 배용준, 최지우, 박용하 등 톱스타들이 열연했던 이 드라마는 «별은 내 가슴에»의 인기를 한 번에 잠재웠던 것으로 유명하다. <겨울 연가>는 60%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정적인 OST는 감수성이 풍부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제목처럼 한국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과 감미로운 대사가 어우러져 일약 국민 드라마로 등극하였으며,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이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폭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이 종영되고 난 뒤에서 빗발치는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약 7~8번 정도 앙코르 방영된 기록을 가지고 있는 명작 중의 하나로 손꼽는 작품이다. 이때부터 한국 드라마가 우즈베키스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름 향기>,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 <가을 동화>, <대장금>, <주몽> 등 수없이 많은 작품이 우즈베키스탄의 전파를 타고 인기 리에 방영되었다. 이러한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에서 유독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문화적 동질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 전통을 철저히 따르는 우즈베키스탄은 어른을 공경하고 근면, 성실함을 미덕으로 생각하며, 교육 열이 매우 높다. 또한 중앙아시아 전 지역을 지배하였던 아무르 티무르의 후예로서 민족적 자존감이 높은 나라이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지역 중에서도 실크로드의 거상이 거쳐갔던 문화적, 경제적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주변 강대국의 침입이 잦아서, 이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일찍부터 민족의식이 싹 틀 수밖에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슬람의 영향으로 다분히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 수입되는 대부분의 드라마는 역사물이 주류를 이룬다. 한국의 사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한복은 보수적인 우즈베키스탄 시청자들의 입맛에는 딱이었다. 개방적인 러시아 문화에 다소 소극적인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한국의 정제된 역사 드라마는 온 가족이 시청하기에 별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달리 우즈베키스탄은 어른을 모시고 사는 대가족이 대부분이므로, 이러한 도덕적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역사적 배경은 다르지만 강대국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구 소련 체제에서 독립하면서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자국어인 우즈베크 어를 사랑하고 독립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데, ‘한국’을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독립 국가로서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합심하여 경제 발전을 이루려는 의욕을 미르지요예프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단시간에 저개발국가의 꼬리표를 떼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한 ‘한강의 기적’을 보며 감동을 한다. 최근 미르지요예프 정부는 한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2030년 아시안 게임 유치 등, 한국이 지난날 걸어온 길을 하나씩 배우면서 ‘한국을 따라 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앙아시아에 흩어진 고려인 중에 약 18만 명 정도가 우즈베키스탄에 정착하고 있다. 오랫동안 고려인들을 보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에 대한 호감과 한류 열풍은 한국의 자동차, 전자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데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한국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은 80%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한류라는 것이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한국의 고유한 브랜드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르지요예프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만큼 관련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과 비자 절차 간소화, 영주권 부여 등의 조치를 통해 투자의 문턱을 점차 낮추고 있다. 한국은 新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우즈베키스탄을 전략적 동반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어내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이로스’는 기회의 신이다. 앞머리는 길고 날개가 달려있는 데, 뒷머리는 머리털 한 가닥도 없는 대머리다. 이는 기회가 올 때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방심하는 사이에 기회가 지나가면 잡을 수 없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국내 경기 위축으로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주변 국가들의 막대한 경제적 손해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떠난 사람을 붙잡기는 매우 어렵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 나라 간의 외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우즈베키스탄이 영원히 한국만을 바라볼 것이라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한류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요즘, 한 가지만 기억하자.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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