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시아의 조용한 도약
# 1. 왜 지금 우즈베키스탄인가
중앙아시아 한복판에 자리한 우즈베키스탄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나라는 폐쇄적인 권위주의 국가의 이미지가 강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까다로운 비자 절차에 막혔고, 국영기업이 경제를 틀어쥔 채 외자 유입을 가로막았다. 그러던 나라가 지금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가장 빠르게 올라오는 신흥 시장 중 하나가 됐다.
전환점은 2016년이었다. 철권 통치자 카리모프가 사망하고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3년 8월, 집권 3기를 시작한 미르지요예프는 「우즈베키스탄-2030」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자유롭고 번영하며 강한 새로운 우즈베키스탄 건설'이라는 슬로건 아래 5가지 전략 방향과 100가지 목표를 담고 있으며, 총 2,522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숫자만 보면 야심차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정부가 내세우는 장밋빛 계획이 늘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도 역사가 증명한다. 그래서 이 글은 목표 수치보다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2026년 현재 어디쯤 와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 2. 출발선: 지금 경제가 어디쯤 와있나
전략을 평가하려면 출발점부터 확인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 GDP는 2017년 이후 꾸준한 개혁 덕분에 2024년 1,150억 달러를 기록했고, 1인당 GDP도 처음으로 3,00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20억 달러를 기록했고 성장률은 6.5%였다.
정부의 목표는 2030년까지 GDP를 1,600억 달러, 1인당 GDP를 4,000달러로 끌어올려 현재의 '중하위소득국가'에서 '중상위소득국가'로 올라서는 것이다. 세계은행 기준으로 연간 1인당 소득 4,466달러를 넘어야 중상위소득국가로 분류되는데, 현재 속도라면 달성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게 주요 기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2025~2026년 경제성장률은 약 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어서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3. 2026년 예산: 돈의 흐름이 말하는 것
정부의 진짜 의도는 예산서에서 드러난다. 2025년 12월 우즈베키스탄 의회가 최종 승인한 2026년 예산은 몇 가지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GDP 성장률 목표는 6.6%로, 인플레이션은 7% 이내 억제, 재정적자는 GDP의 3%(약 60조 숨)를 상한선으로 설정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서비스업(14.5%)과 건설업(10.2%)이다.
전체 정부 지출의 55%에 해당하는 220조 숨(약 183억 달러)이 사회 부문에 배정됐다. 그중 교육이 전체 예산의 4분의 1인 100조 숨을 차지한다. 의료비는 49조 숨으로 전년 대비 11.4% 늘었다.
외부 차입 한도는 총 50억 달러로, 재정적자 보전용 25억 달러와 투자 프로젝트용 25억 달러로 나뉜다.
IMF는 이런 재정 운용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2025년 재정적자가 GDP의 2.1%로 목표치(3%)를 밑도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고 인정하면서도, 2026년에는 세수가 예상보다 좋더라도 추가 지출을 늘리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 4. 국영기업 해체: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2030 전략」에서 가장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분야가 바로 민영화다. 우즈베키스탄 경제는 오랫동안 국영기업이 지배해 왔다. 은행, 통신, 항공, 에너지, 자동차까지 굵직한 산업 대부분이 국가 손에 있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국영기업의 약 45%가 민영화됐으며, 여기에는 상업은행 2곳, 화학 공장, 식품 가공 및 제조업체들이 포함됐다. 2024년에는 대형 국영은행 구조조정 작업이 예상보다 복잡해지면서 민영화 속도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2025년부터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통째로 파는 대신 자본시장에서 지분 일부를 공개 매각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정부는 2025년 2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을 우즈베키스탄 국가투자펀드(UzNIF)의 운용사로 선정했다. UzNIF는 20억 달러 규모로, 우즈베키스탄 항공·할크 은행·우즈벡텔레콤 등 주요 국영기업 지분을 국제 증시에 상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2025년 4월에는 대통령령으로 115개 기업, 659개 부동산, 6,100헥타르 토지를 포함한 총 30조 숨 규모의 자산 매각 계획이 확정됐다. 2026년 1분기에는 우즈오토모터스(UzAuto Motors), 우즈베키스탄 리징 인터내셔널 등의 민영화가 예정돼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2030년까지 국방·안보 분야를 제외한 신규 국영기업 설립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정책 기조를 말로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제도로 못 박는 방식이다. 2026년 3월에는 UzNIF의 IPO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펀드 내 주요 기업들의 국가 지분 구성이 재조정되기도 했다.
다만 SQB(제2 국영은행) 민영화는 2025~2026년 중 진행될 예정이지만, 아사카 은행·알로카 은행·투론 은행은 2026~2027년으로 밀린 상태다. 민영화 일정이 수차례 연기된 전례가 있어 실행력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반신반의다.
# 5. 녹색 에너지: 전력난이 만든 역설적 기회
우즈베키스탄이 녹색 에너지에 속도를 내는 데는 이상론적 이유만 있는 게 아니다. 가스 자급률이 떨어지고 있고, 여름철 전력난이 반복되면서 에너지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2025년 12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미래를 향한 에너지(Powering the Future)' 포럼에서 총 94억 6,000만 유로 규모의 42개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착수를 선언했다. 태양광·풍력·수력 등 16개 발전소(합산 3,500 메가와트)가 포함되며, 정부는 2026년 중으로 녹색 에너지 생산량이 연간 가정 소비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는 230억 킬로와트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 자본도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프랑스 볼탈리아(Voltalia)는 200 메가와트 규모 풍력·에너지저장 복합 프로젝트에 투자 협약을 체결했으며, 500 메가와트 규모 저장 프로젝트의 공사를 2026년에 착수할 계획이다. 사마르칸트 지역 전력망은 이미 터키 민간 기업 악사 엘렉트리크(Aksa Elektrik)에 위탁 운영 중이며, 연간 약 1,720만 유로의 손실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저소득층을 위한 소규모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전국 300개 마할라(mahalla, 전통 공동체 단위)에 107 메가와트 규모의 옥상 태양광을 설치하고, 3만 가구에 녹색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잉여 전력을 전력망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현재 전체 발전량의 80% 이상이 가스에 의존하고 있어 단기간에 에너지 구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국영 에너지 기업들의 탄소 배출 투명성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 6. 관광: 가장 빠른 변화가 일어나는 곳
변화를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야는 관광이다. 10년 전만 해도 우즈베키스탄 관광은 배낭여행객과 실크로드 마니아들만 아는 틈새 여행지였다. 지금은 다르다.
유엔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2025년 1~9월 국제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7대 관광 목적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비결은 복합적이다. 비자 장벽을 낮추고, 사마르칸트 국제공항을 현대화하고, 국제 항공 노선을 늘렸다. 한국·일본·말레이시아 등 7개국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도 효과를 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사마르칸트·부하라·히바를 전면에 내세운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도 기여했다.
정부는 단순히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태관광·미식 여행·지역 공동체 기반 체험으로 관광 상품을 다양화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30년 이후에는 방문객 수보다 관광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호텔 수용 인원 부족, 서비스 품질의 국제 기준 미달, 성수기 수요 집중 문제 등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인력 양성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다.
# 7. 2026년, 기로에 선 개혁
2026년은 「우즈베키스탄-2030」 전략이 중반부에 접어드는 해다. 몇 가지 분수령이 동시에 다가오고 있다.
첫째, WTO 가입 여부다. 우즈베키스탄은 2026년 WTO 가입을 목표로 협상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관련 국내 법제 정비도 병행 중이다. 가입에 성공하면 수출 경쟁력 강화와 외자 유치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둘째, UzNIF IPO 성패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영기업의 지분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느냐는 민영화 개혁 전체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피치와 S&P가 2025년 우즈베키스탄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실제 투자자 반응은 또 다른 문제다.
셋째, 인플레이션 관리다. IMF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상승과 높은 국내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우즈베키스탄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치인 5%에 도달하는 것은 빨라야 2027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넷째, 사마르칸트 ADB 연차총회다. 2026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제59차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는 우즈베키스탄이 국제무대에서 개혁 성과를 직접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 8. 결론: 개혁은 시작됐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우즈베키스탄-2030」은 다른 많은 권위주의 정부의 청사진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수치와 일정이 꽤 구체적이고, 국제기관 자금과 민간 투자가 실제로 따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ADB만 해도 중소기업 지원, 환경 전환, 제도 역량 강화를 위해 54억 달러 이상의 지원을 약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의 역사는 제도 설계와 실행 사이의 간극이 언제나 존재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민영화 일정 지연, 에너지 전환의 구조적 한계, 관료주의적 타성, 그리고 러시아·중동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위험 요인이다.
결국 이 전략의 성패는 목표 수치를 달성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개혁을 시작한 것보다 멈추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우즈베키스탄이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2026년은 그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중요한 시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