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은 왜 지금 WTO의 문을 두드리는가
"이 나라, 혹시 아직도 협상 중이야?"
솔직히 말하면,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 이야기는 좀 황당할 정도로 길다. 1994년에 가입 신청을 냈다가 당시 정부의 자립 정책으로 2005년에 협상이 중단되었고, 그렇게 10년이 훌쩍 넘게 잠잠했다. 그 사이 인터넷이 생기고, 스마트폰이 나오고, 코로나까지 왔다 갔다. 그런데 이 나라는 여전히 WTO 협상 테이블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다 분위기가 확 바뀐다. 2016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무역 자유화와 국내 무역 체제 현대화를 목표로 한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개혁 계획을 추진하였고, 2018년 3월 공식 신청서를 WTO 사무국에 제출하며 가입 절차가 재개되었다. 요컨대 독재자가 바뀌니 나라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꽤 빠르게.
# 그래서 지금 몇 단계야? 거의 다 온 거 맞아?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 작업반은 2005년 이전까지 고작 세 번 회의를 열었다. 2020년 7월에 4번째 회의가 열렸고, 2021년 12월에 5번째, 2023년 3월에 6번째 회의가 열리면서 이후 속도가 빨라졌다. 2023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작업반은 다섯 차례 회의를 추가로 진행했다.
숫자만 보면 조금 심심해 보이지만, 이 흐름이 실은 드라마틱하다. 30년 동안 세 번 만나던 사람들이, 최근 2년 사이에 다섯 번이나 모였다는 뜻이다. '이제 진짜 하려나 보다'는 분위기가 국제 협상장에서도 느껴진다는 소리다.
2025년은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한 해였다. 우즈베키스탄의 대통령 WTO 특별대표이자 수석협상가 아지즈베크 우루노프는 2025년이 결정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해였다고 밝혔다. 40여 차례의 양자 협상과 다수의 작업반 회의를 통해 200개 이상의 서면 질의가 검토되었으며, EU, 중국, 러시아, 영국, 스위스, 캐나다, 호주 등 주요 교역국과 합의가 최종 타결되었다.
마지막 한 방도 있었다. 2025년 12월 22일, 우루노프 특별대표는 러시아와의 양자 협상 완료를 공식 발표하였다. 양국 간 협상 문서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러시아 실무 방문 계기에 양측 장관이 직접 서명하였다. 무역 협상에도 타이밍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모스크바에 가서 그 자리에서 서명까지 받아낸 장면은, 아무리 봐도 "우리 이번엔 진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33개국은 됐는데… 남은 한 나라의 정체는?
현재 33개국 중 32개국과 양자 협상을 완료하였으며, 대만과의 양자 협상만 남은 상황이다.
대만, 왜 이게 복잡하냐고? 우루노프는 대만을 WTO 내 공식 명칭인 '중화 타이베이'라고 칭하였다. 대만은 실질적으로 독립 국가이지만, 중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WTO에서도 '대만, 펑후, 진먼, 마쭈의 별도 관세 영역(중화 타이베이)'이라는 긴 이름으로 불린다. 즉, 우즈베키스탄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면서 대만과도 무역 협상을 타결해야 하는, 정치·경제가 뒤엉킨 마지막 숙제를 껴안고 있는 셈이다.
# 카메룬 야운데 각료회의, 우즈베키스탄은 무엇을 얻었나
WTO 제14차 각료회의(MC14)는 2026년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카메룬 야운데에서 개최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이 "여기서 정식 회원으로 승인받겠다"라고 못을 박아두었던 바로 그 자리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한 가입 승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후퇴도 아니었다. 우루노프 수석협상가는 MC14에서 양자 협상 거의 완료, 진전된 다자적 참여, WTO 규정에 부합하는 포괄적 입법 개혁 등 모든 가입 트랙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강조하며, 최종 단계에 접어든 만큼 가까운 시일 안에 가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확고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MC14 직전인 2026년 3월 9일에 열린 제12차 작업반 회의도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부총리 호자예프는 우즈베키스탄이 2026년 말까지 가입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재확인하였다. 회의에서는 현재 62개의 초안 의무사항으로 구성된 작업반 보고서 초안의 진전 상황과 최근 새롭게 완료된 5개의 양자 시장접근 합의도 확인되었다.
그리고 더 의미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시선이다. 2026년 3월 WTO 일반이사회에서 사무총장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는 우즈베키스탄이 전략적 최우선 가입 후보 중 하나라고 명시하며,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지도하에 이루어진 주요 개혁 성과와 협상에 투입된 노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WTO 사무총장이 직접 이름을 거론하며 추켜세웠다는 것, 이 정도면 사실상 '거의 다 됐다'는 공식 신호나 다름없다.
# 한국은 왜 이 협상에 이렇게 열심인가
WTO 협상 테이블 한쪽에 한국이 꽤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 WTO 가입작업반 의장국으로서, 2018년부터 우즈베키스탄 WTO 가입을 적극 지원해 왔다.
지원의 형태도 구체적이다. 2025년 8월에는 우즈베키스탄 국무조정실, 투자산업통상부, 경제재정부, 법무부, 농업부, 디지털기술부 등 8개 부처 공무원들을 초청해 한국의 산업정책, 수출지원 정책, 농업지원 정책, 경제적 영향평가 기법 등을 직접 전수하는 연수를 실시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우루노프 WTO 특별대표와의 별도 고위급 회담에서 우즈베키스탄 WTO 가입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하였다. 외교적 언어치고는 꽤 직접적이다. 단순히 응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의장국이니 우리가 이끌겠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 경제적으로 보면, 이게 그렇게 대단한 일일까?
숫자로 따져보면 확실히 대단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즈베키스탄의 GDP가 2024년 말 약 979억 6,000만 달러 규모로, 카자흐스탄에 이어 중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인구 3,600만 명에 달하는 이 나라가 WTO 규칙 아래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면, 교역 상대국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기대치를 숨기지 않는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향후 3년 동안 완제품 수출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WTO 회원이 되는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였다.
WTO 가입이 이루어지면 세계 시장 접근성 개선, 무역 장벽 및 관세 감소, 수출 다변화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이는 2030년까지 상위 중간 소득 경제로 도약하려는 우즈베키스탄의 목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국내 개혁의 속도와 깊이도 이를 뒷받침한다. 세계은행 유럽·중앙아시아 담당 부총재는 우즈베키스탄이 2020년 이후 200개 이상의 국내 법적 개혁을 완료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개혁 속도를 보이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법이 200개 넘게 바뀌었다. 이건 '말로만 하는 개혁'이 아니라는 증거다.
# 마지막 문 앞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WTO 가입이 눈앞에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탄하지는 않다.
우선 국내 저항이 있다. 수십 년간의 보호주의 정책 아래에서 번성했던 현지 기업들은 이제 그 장벽이 사라지면서 WTO 가입의 혜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보호막이 걷히면 당장 경쟁에 내몰리는 산업들이 있다. 이들을 어떻게 연착륙시키느냐가 정부의 숙제다.
농업도 민감한 영역이다. WTO 가입을 위해 관세를 유라시아 경제연합(EEU) 수준에 맞추어 조정하면 농업 부문 수입량을 다소 감소시킬 수 있지만 정부의 관세 수입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득과 실이 부문별로 엇갈린다는 뜻이다.
거시 재정 측면도 점검이 필요하다. 2025년 10월 기준 우즈베키스탄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32.3%인 439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연초 대비 37억 5,000만 달러 증가한 수치다. 빠른 성장의 이면에 쌓이는 부채 부담은 WTO 가입 이후 시장 개방과 맞물려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 결론: 32년짜리 여정의 끝은 어디인가
WTO 사무차장 장샹천은 "가입 과정이 어떻게 변모하고, 성숙하고, 이제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는지 놀랍다"라고 말했다. 외교관들이 '놀랍다'는 단어를 쓰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32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 사이 우즈베키스탄은 독재자를 하나 보내고, 새 대통령 아래 나라를 통째로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법을 200개 이상 바꾸고, 40여 차례 협상 테이블에 나갔으며, 33개국과 악수를 나눴다. 이제 대만이라는 마지막 관문과 작업반 보고서 채택, 그리고 국내 의회 비준이 남아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026년에 경제성장률 6.6%, GDP 1,670억 달러, 투자 500억 달러 유치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우즈베키스탄 경제를 기술 및 혁신 성장 모델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하였다.
WTO 가입은 그 전환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2026년 말, 이 나라는 32년의 기다림을 닫고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까. 중앙아시아 무역 지형을 바꿀 그 순간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