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를 믿는 게 오히려 똑똑한 이유다
왼발부터 신발을 신어야 마음이 놓인다.
중요한 날이면 꼭 같은 옷을 입고 나가야 한다.
시험 전에 항상 같은 펜을 써야만 제대로 풀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행동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거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미신처럼 보인다.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행동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징크스라는 녀석, 생각보다 꽤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
심리학적으로도, 진화적으로도, 꽤 그럴듯한 전략이라는 말이다.
1. “틀려도 손해는 적게, 맞으면 생존이다” – 뇌의 선택은 현명하다
먼 옛날, 인간이 사바나에서 살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어느 날 풀숲이 흔들린다. 이건 바람일 수도 있고, 맹수일 수도 있다.
이때 “설마 뭐 있겠어?” 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잡아먹혔다.
반면, “혹시 모르니까” 하고 도망친 사람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유전자가 오늘날 우리 안에도 흐르고 있다.
실제로 위험이 아닌 걸 위험이라고 착각해도 손해는 작다. 하지만 위험을 무시했다가 진짜 위기라면 그 대가는 크다. 이걸 진화심리학에서는 오판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뇌는 그 상황에서 최소한의 리스크로 최대한 살아남는 쪽을 선택해 왔다. 그래서 괜히 징크스를 따르는 것도, 알고 보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2. “내가 뭘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은 때때로 도움이 된다
세상은 예측 불가능한 일투성이다. 결과를 아무리 준비해도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이럴 때, 징크스는 통제감을 준다. 적어도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착각을 통해 불안감을 잠재운다.
심리학자 엘렌 랭어는 이런 현상을 통제의 착각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영향을 미치지 못해도,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이 사람을 안정시킨다. 중요한 회의 전에 늘 마시던 커피를 마시거나, 행운의 펜을 챙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행동은 결과를 바꾸지 않아도 마음을 다잡는 힘이 된다. 마치 안전벨트처럼 말이다.
3. 징크스는 집단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징크스는 혼자만의 기이한 행동이 아니다.
때때로 그것은 ‘우리만의 의식’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스포츠팀은 경기 전 같은 노래를 듣는다.
회사에서 “이 식당만 가면 계약이 잘 된다”며 회식 장소를 고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그 안에는 집단적 믿음과 일종의 연결감이 존재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리에 속하고 싶어 한다. 함께 공유하는 믿음은 팀워크를 높이고 심리적 유대를 강화한다. 그래서 징크스는 개인적인 미신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윤활유 역할도 한다.
# 비합리적인 행동 속에 숨은 생존의 논리가 있다
징크스를 믿는 건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만 년 동안 누적된 인간의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라는 말은 두려움의 산물이 아니라, 뇌가 선택한 신중함의 결과다. 조금 우습더라도,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우리에게 안정과 연결감을 준다면 그건 이미 충분히 똑똑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