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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대를 여는 은밀한 이야기

- 우즈베키스탄 맛보기

by Miracle Park


최근 한 플랫폼에서 ‘유라시아 특강’이라는 제목을 걸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유라시아 각국에 흩어진 한민족의 핏줄인 고려인들의 활약상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것이 방송의 주요 주제다. 유라시아 대륙의 각국을 직접 방문하여 책으로 펴낸 이들부터 관련 전문가들이 패널로 출연하여 실감 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유라시아 시대를 여는 그 중심에 우즈베키스탄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을 알면 유라시아가 한눈에 보인다. 그만큼 유라시아 국가 중 우즈베키스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유라시아 땅을 선점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 가면 ‘대우’라는 브랜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대우 그룹이 해체된 이유 한국 GM, 그리고 지금은 ‘쉐보레’ 마크를 달고 있다. 예전 모델인 ‘마티즈, 매그너스, 다마스’ 등을 보면 한국 사람들은 아마도 옛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우즈베키스탄에서 ‘대우’라는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다. 구소련 당시 김우중 회장은 ‘세계경영’이라는 모토를 걸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였다. 그중 대우 그룹은 우즈베키스탄에 최초로 진출한 해외 기업에 속한다. 대우 그룹의 공과를 놓고 얘기한다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당시에는 꿈도 꾸기 어려웠던 해외 시장 공략에 역점을 둔 추진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주고 싶다.


‘최초’라는 타이틀에는 항상 양면성이 존재한다. 초기에 진출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현지 상황이 열악한 탓에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에 대우 그룹이 진출했을 당시에도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현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를 추진한 공로도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


당시에는 현지의 취약한 경제 구조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 해외 기업의 도움이 무엇보다도 필요했을 것이다. 자체 생산력과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제 발전을 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즈베키스탄 전 지역에 상당량 매장되어 있는 석유, 천연가스 등을 포함한 각종 광물 자원을 개발하는 기술력 역시 매우 취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대우 그룹의 진출은 우즈베키스탄의 핵심 산업을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저개발 국가의 취약한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선진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현대’와 ‘삼성’이라는 기업 브랜드를 언급하는 현지인들이 많다. ‘현대’ 현지식으로는 ‘훈다이’, ‘삼성’은 ‘삼숭’이라고 발음한다. 이는 러시아식 영어(일명 렁글리쉬) 발음이 보편화된 데서 비롯된 언어습관이다. 특히 삼성은 ‘휴대전화 시장’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거의 독보적이다. 일부 노키아와 중국의 저가 브랜드가 있지만, 삼성 제품은 고가에 거래가 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있다.


현지인을 거리에서 만나면 10명 중 8, 9명은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걉(우즈베크어 gap : ‘말, 대화)’이라는 현지식 모임까지 있는 것을 보면 대화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민족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지식 대화 문화’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한국의 휴대전화가 한몫한 것 같다.


반면 저개발 국가임에도 ‘중국 브랜드’는 현지에서 외면받는 경향이 있다. ‘중국’이라고 하면 ‘짝퉁’ 혹은 ‘값싼 제품’을 떠올린다. 또한 ‘중국’의 국가 브랜드는 현지인들 처지에서는 우즈베키스탄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운 대목이다. 대학생에서 외국어 전공을 선택하는 성향을 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삼성, 현대, 대우’ 등의 기업 브랜드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귀빈’으로 예우를 받는 현상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해당 브랜드 이름을 친숙하게 부르면서 ‘꼬레야 하라쇼’ (한국이 좋다는 러시아어 표현)‘을 연발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을 단숨에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일본 제품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일본을 가는 사람한테 항상 SONY, AIWA 등의 전자제품과 ‘코끼리 밥솥’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최고의 선물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 일본과 비교하면 열악했으니, 선진 기술로 무장한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우즈베키스탄이 한국을 보는 시선이 이와 같다. 한국의 기술력과 국가 브랜드가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징표이다. 현지인 처지에서는 다소 고가인 한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기업 브랜드가 곧 그 나라의 국가 경쟁력과 일치한다고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진출하려고 하는 것도 결국 한국 기업의 영향이 크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부의 에너지’를 현지인들은 동경한다. 현지 젊은이들 역시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 한국어 실력이므로, 자연스럽게 한국어 학습 열풍이 부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단기간 내에 개발도상국을 벗어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이제는 명실공히 ‘원조를 베푸는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파격적인 경제 성장의 사례를 현지인들은 본받고 싶어 한다.


새로 들어선 미르지요예프 정부의 주요 정책이 ‘한국의 성장 모델’을 벤치마킹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구소련의 위성 국가였던 우즈베키스탄, 독립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이제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바로 기본적인 산업 인프라 구축이다. 이에 새 정부가 한국을 경제 성장의 본보기로 정하고 야심 차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보다 ‘느림’의 문화가 기본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경제 성장만큼은 ‘한국처럼 단기간’ 내에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다. 현지인의 ‘느린 DNA’까지 개조하겠다고 공표한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금수저’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사회의 모순된 사회 구조가 젊은이들에게 허탈감을 던져주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다.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을 꺼린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도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사에는 안정적인 것이 하나도 없음을 기억하라.”


안정적인 삶은 없다. ‘개척자의 정신’을 가슴에 품어 보자. 눈을 들어 유라시아 땅을 바라보자. 끝없이 넓은 대륙에는 희망이 넘친다. 그곳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우리 미래의 먹거리다. 천하를 호령하던 고구려의 후손, 우리의 본향이 바로 유라시아다.


우즈베키스탄은 유라시아를 여는 마스터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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