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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와 재능'으로 다져진 당신을 기다리는 곳은?

- '흥'도 실력이다

by Miracle Park

알리세르 나보이'(1441~1501)는 러시아의 푸쉬킨처럼 우즈베키스탄의 민족 문학의 상징이며 대표적인 시인으로 추앙받는다. 당시 문학 작품은 모두 아랍어로 써야 했는데, '나보이'는 우즈베크 어로 작품 활동을 하여 그에게 '민족 문학을 이끈 시인'이라는 칭호가 생겼다. 모국어로 문학 창작 활동을 한 나보이를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민족은 “시와 노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격언이 있을 만큼 이른바 ‘예술적 감성’이 매우 풍부하다. 따라서 일상생활 속에서 ‘흥’을 빼고는 설명이 안 될 정도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에 가기 전에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은 라면, 고추장, 참치 캔 등이 아니라 ‘갬성 & 흥이다. 만일 언어의 장벽을 느낀다면 최후의 수단인 ’ 흥과 끼‘를 발휘해보자. 실크로드 거상의 후예답게 '가격 흥정‘에 능한 민족이지만 당신의 ’ 갬성 충만한 춤사위‘를 보여준다면 과감하게 ’ 연예인 DC’를 해줄지도 모른다.

일반 식당을 가면 가장 충격받는 것이 바로 ‘춤’이다. 우즈베키스탄 특유의 음악이 항상 연주되는 데, 아랍풍의 야릇한 멜로디와 한국의 ‘한’과 비슷한 감정이 어우러진 전통 음악은 매우 빠른 박자로 연주된다. 식당 중앙의 텅 빈 공간은 바로 흥에 충만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끼를 발휘하는 무대와도 같다. 누군가 ‘Feel’을 받는다면,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당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이때 당신의 숨은 장기를 보여주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까레야 하라쇼(한국 최고)’를 외칠 것이다. 하다못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틀어놓고 ‘말춤’이라도 추는 시늉만 해도 당신은 이미 ‘한류스타급’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처음 본 외국인, 특히 한국인에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매우 호의적이다. 이슬람의 율법에 ‘외국인과 나그네를 대접하면 축복받는다’는 구절이 있어서 몸에 밴 습관이기도 하지만, 직접 만나보면 한 치의 ‘가식’도 없는 ‘진심’을 느낄 수가 있다. 거대한 대륙을 호령하던 칭기즈칸의 후예, 아무르 티무르의 후손답게 호탕함과 낙천적인 기질이 오늘날의 우즈베키스탄을 존재하게 했다. 이들 민족은 천성적으로 순박하고 친화력이 뛰어나서 처음 본 외국인에게도 넉살 좋게 술잔을 권하기도 한다.


대범하고 적극적인 그들의 호의에 놀랄 필요는 전혀 없다. 주변 분위기에 맞게, 음악의 비트에 몸을 맡기면 된다.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전문 댄서 수준의 춤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한다면 ‘어색하고 뻣뻣한 막춤’이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다듬어지지 않은 당신의 춤을 보면서 그들이 즐거워할 것이다. 그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물론 한류 스타들의 춤 솜씨를 보면서 ‘한국인들은 누구나 춤을 잘 춘다’는 선입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 중에 못 추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즈베키스탄은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전통 이슬람 문화가 복원되었다. 구 소련 당시 종교적 탄압을 받았으나, 지금은 터키, 이란 등 외부 이슬람 세계와의 교류가 확대되어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로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여느 국가들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최근 미르지요예프 정부의 개혁, 개방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특히 중앙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지하철이 있는 나라다. 예로부터 농경과 교역이 발전하여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 혹은 진주’로 불리는 나라가 바로 우즈베키스탄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곧 다가올 유라시아 시대에 그 진가가 더욱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고대 문명의 흔적들이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남아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세 유럽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이슬람 건축 양식은 아직 세상에 덜 알려진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 민요(3/4박자)와 전통 춤(페르가나 춤과 호레즘 춤)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가무로 꼽히고 있다. 각종 기념일과 국경일, 명절, 축제 등의 행사에 이 전통 춤은 절대 빠질 수 없는 ‘통과 의례’이다. 한 마디로 ‘춤으로 소통하는 민족’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명절에는 ‘차반’이라 불리는 전통 의상을 입고 노래와 춤을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각 지역 별로 노래의 리듬과 춤사위가 조금씩 다른 점은 눈 여겨 볼만하다. 첫 소절 혹은 손가락의 위치만 봐도 어느 지역 출신인지 현지인들은 대번에 맞출 정도다.

술잔은 첨잔을 하는 것이 예의이며, “원샷”은 원래는 ‘상대방과 술을 안 마신다’는 의미로 통하기도 하지만, 러시아 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최근에는 ‘친근함과 호탕함’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인사법은 보통 악수를 먼저 청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끼리는 뺨을 우-좌-우 순서로 3번 살짝 대고, 여성들과 악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예의이다. 단, 문지방 등 경계선 위에서 악수하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도 결례에 해당한다.


이슬람 전통에 따라 ‘남녀 간에는 내외’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습이다. 특히 여성과 인사를 할 때는 가볍게 하고, 베일을 쓴 여성과의 신체 접촉은 삼가야 하는데, 가벼운 악수는 무방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주의를 해야 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양고기 요리를 즐긴다. 대표적 음식인 플롭(pilav: 볶음밥의 일종)은 주인이 직접 손님에게 만들어 접대하는 것이 전통인데, 주로 남자가 요리하는 것을 ‘최고의 예우’로 생각한다.


이러한 요리사를 우즈베크어로 ‘오쉬 파즈(Osh Paz)’라고 하는데 요리하는 사람들에게는 ‘셰프’라고 하는 것처럼 최고의 극찬이다. 주로 손님이 방문하면 ‘샤슬릭(양꼬치 구이)’, ‘케밥(터키식 요리)’, ‘라그만(양고기 국수)’등을 대접한다. 음식은 우리나라 70년대의 식문화처럼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준비하는 것을 예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코스 별로 나오는 요리를 3~4시간 혹은 그 이상 먹을 수 있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요령이다. 초반에 무리하게 덤벼든다면 화장실에 들락거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집에 손님이 오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고 가난한 사람과 여행객들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후하게 제공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당신이 손님이 되어 초청받으면 사돈에 친척까지 모두 집합하여, 성대한 환영 만찬을 준비할 것이다.


손님이 들어오면 최고 연장자가 먼저 이슬람 식으로 기도하고, 주인은 차에 물을 붓고 따라내기를 세 번 한 후, 손 씻을 물로 손을 닦고 차를 대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집주인이 ‘논’이라 불리는 빵을 찢어 나누는 것이 식사의 시작이며, 메인 요리는 공동으로 먹으며 서열 순으로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전통 이슬람의 스타일로 기도하는 것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이제,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당신의 '숨은 개인기'와 '감성'이 미래의 성공을 부른다.

축하한다. 끼와 재능이 넘치는 당신, 유라시아 시대를 여는 주인공이 될 자질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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