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새벽 2시가 되면 “자도 되겠다” 하고 눈을 감는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 전에는 잠들기가 아쉽다. 정시 퇴근을 한 날도. 야근을 한 날도 마찬가지다.
왜 못 자는 걸까. 눈을 감자마자 잠드는 나는 못 자는게 아니라 안 자는 거다. 아직도 이유를 몰라 그 시간에 깨어있다. 지금 글을 쓰는 것 처럼.
18.
일요일 저녁. A가 말했다. “아, 학교 가기 싫다” “니가 선생님이잖아” “아! 맞다” 이 짧은 대화에 우리는 사춘기 소녀처럼 깔깔 웃었다. 우리는 학교를 다닐 때도 이와 같은 대화를 했었다.
19.
D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조용히 들어주던 C는 D의 행동을 요목조목 따지며 맞장구를 쳤다. “진짜야. 내가 심리를 공부해서 잘 알아”
순간 술자리에서 만났던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떠올랐다. 우리는 5시간 넘게 함께 떠들었다. 친구가 의사 선생님께 식상한 질문을 했다. “저는 어떤 사람 같아요?” 뒤이어 나도 물었다. “저는요?”
“데이즈씨는 아무 고난 없이 자란 사람이에요.” 틀렸다. “평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을거예요. 제 추측은 그래요.” 또 틀렸다. 확신하는 그의 말투와 눈빛에 나는 정확하게 맞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알 수 없다.
21.
서울의 야경은 야근이 만든다.
22.
항상 30대를 꿈꾼다. “서른이 되면 숏컷을 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를거야. 커리어우먼 같겠지?” “30이 와도 사실 똑같아.” 올 해 서른 한 살이 된 E에게 30대란 무엇일까.
“얘랑 헤어지면 결혼 못하겠다 싶은 나이” 언니, 20대도 가끔은 그렇더라.
23.
수요일 점심. 회사 점심 시간에 나눈 대화. 야근에 지쳤던 우리는 미세먼지로 태어나서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었다.이 이야기를 F에게 전했다.
F는 모두가 싫어하는 미세먼지가 되기 싫다고 한다. 사실 미세먼지는 자기가 미움받는 건 전혀 모를거다. 그렇게 이기적이니까 미세먼지는 오늘도 나쁨.
그렇게 일주일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