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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Jul 14. 2021

그렇게 엄마가 된다.

엄마 성장 일기

[서하야, 엄마 아빠가 우주가 될게]

아기의 우주는 엄마라고 한다.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로지 믿을 거라곤 눈앞의 엄마뿐이라서 일까. 괜히 뭉클한 기분이 든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가의 우주가 더 밝게 빛날 수도 있겠다.

생후 12일차, 아빠와의 두번째 만남
생후 한 달, 쪼꼬미 시절


[잠 많던 나는 이렇게 엄마가 되는 구나]

신생아에게 밤은 따로 없다. 눈 위에 돌덩이를 얹은 듯 눈이 감긴다. 그래도 배고프다며 우는 아가에게 모유를 주고 토닥토닥 트림을 시킨다. 말똥말똥 쳐다보는 눈을 마주치며 노래를 부른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 뜰과 뒷동산에" 그렇게 반복 또 반복. 창가 너머로 빛이 드리운다. 아 벌써 아침인가. 잠 많던 내가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건 기적이다.

[아기 모빌도 쿠션도 뭉치 마음에 드나봐]

서하보다 일찍 우리 집에 온 뭉치. 아기가 태어나기 전 하나, 둘 늘어나는 짐에 어리둥절해하더니. 킁킁 냄새를 맡는다. 아기를 위해 준비한 쿠션이 맘에 드는지 제 물건처럼 누워있는다. 뭉치야, 너에게 동생이 생길 거야. 좋은 친구가 되어줘!

뭉치야, 무슨 생각해?
서하의 첫번째 친구, 뭉치

[우리집 서열 1위는 생후 69일 찰떡이]

“으아앙” 고요한 집 안을 깨우는 울음소리. 아기가 울면 모두가 우왕좌왕.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집안일을 하다가도 후다닥 달려간다. 오늘도 우는 아가를 달래고 있는 나를 쳐다보는 뭉치 그리고 갸우뚱.

“여보, 뭉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와 저 아기가 서열 1위인가 봐. 엄청 센 놈인가 봐.”

“ㅋㅋㅋ”


[처음 내 손을 잡던 그날을 기억해]

“자연분만 중에 왼쪽 쇄골이 골절됐어요. 아기는 안 아파하고 잘 붙으니까 걱정 마세요”

담당 의사의 말에 덤덤한 척 끄덕였지만 그날은 한 숨도 자지 못했다. 조리원에서 내내 오른쪽으로만 누워있었고 걱정 많은 나는 사두가 될까 하여 한나절은 방에 데려와 정방향으로 눕히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주곤 했다. 조리원에서 그만 쉬라며 아기를 데려갈 정도로 자주 모자동실을 했지만 배넷저고리 위로 고정시킨 붕대를 풀 자신이 없더라. 그러다 우연히 붕대가 풀려 빼꼼 내민 손을 봤다. 왜 그리 겁을 냈을까 싶을 정도로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손가락이 너무 고마웠다. 슬쩍 건드리니 내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마치 ‘엄마 나 괜찮아’ 하는 것처럼..

생후 11일, 아기 손가락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던]

아기는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엄마가 “사랑해”라고 하면 아가도 다 느낀다고. 그러니 자주 말해주라고. 하지만 서툰 엄마는 미안하다고 말하기 바쁘다.

“엄마가 몰라서 미안해”

“엄마가 울려서 미안해”

지금부터라도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생후 10일차, 조리원에서
생후 10일차, 아기 발

[으악, 기저귀 갈고 뒤집기라면 안될까?]

기저귀를 갈아주려 하면 휙휙 하고 돌아 눕는다. 못 돌아눕게 잡으면 울음을 터트린다. 이게 말로만 듣던 뒤집기 지옥이구나. 결론은 “여러분, 우리 서하가 생후 68일에 뒤집기를 시작했어요! 보통은 100일 전후에 한대요. 아주 잘했죠?”

[우는데 너무 귀여워서 찍어두고 싶어]

아기들은 감정에 솔직하다. 울음을 터트리기 전에 입술을 삐쭉삐쭉 내민다. 서러운 마음이 얼굴 표정에 다 드러난다. 어서 달래줘야 하는데 너무 귀여워서 카메라를 꺼낸다. 철없는 엄마란..

[인간의 진화 과정은 이런 건가]

아기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성장한다. 품에만 안겨있던 아기는 어느새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하며 더 넓은 세상을 향해간다. 최근에는 앉는 연습을 하는데 손으로 바닥을 짚고 있는 폼이 킹콩 같다. 이렇게 손으로 짚고 있다가 서서히 허리를 편다고 한다. 마치 인간의 진화를 관찰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엄마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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