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금 May 30. 2018

작은 새 가족과 함께 육아하기

산을 마주한 집이라 새들이 자주 오간다고 생각했다. 여느 날처럼 잠투정하는 막내를 안아 들고 비몽사몽 간에 창밖을 바라보며 서있었을 때였다. 순간 작은 새 한쌍이 테라스 의자 위에 놓아둔 가방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는 것을 목격했다.


"둥지를 틀었나 봐."


남편에게 일렀더니 너무 멋진 일이라며 기뻐했다. 높은 나무 가지 위에 새가 둥지를 트는 일은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 집 테라스에서 그것도 쓸모가 없어 내다 놓은 가방 안에 둥지를 틀 줄이야.


방해라도 될까 봐 모른 척 몇 주를 가만히 두었다. 그리고 따뜻한 5월의 어느 날, 가방 속을 슬그머니 들여다보았더니 둥지에 작은 새 부부의 새끼들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우리는 사람 인기척에 놀라서 다시 오지 않을까 봐 조용히 덮고 방안에서만 지켜보기로 했다. 몇 마리인지 세어보지도 못할 만큼 아주 짧은 시간 들여다보았지만 어둠 속에 생명체는 확인했다. 와 흥분!



작은새 가족의 집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침대에 엎드려 새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엄마새와 아빠 새의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빛깔이 현저히 다른데 화려한 무늬가 아빠 새일 테다. 새 부부는 산과 우리 집 테라스를 셀 수도 없이 많이 오가면서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바빴다. 부리에 먹이를 물고 날아와서 가방 속으로 쏙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는데 어찌나 사냥을 잘하는지 매번 틀림없이 먹이를 입에 물고 왔다. 예민한 새 부부는 늘 경계를 늦추지 않고 난간 위에 앉아 주위를 살피고 또 살핀 뒤에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어야 새끼들이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 가족은 작은 새가 놀라 달아날까 봐 조용히 속삭이며 대화를 나누었고 인기척도 내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이들도 집중 또 집중. 이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다.

베베 인형도 같이 보자!


이 작은 새 가족이 터전을 마련한 곳은 우리 집 안방에 딸린 테라스다. 안방 침대 바로 옆에 새 가족의 집이 놓인 셈이다. 내가 이 침대에서 막내를 낳을 즈음에 작은 새도 알을 낳았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육아 동지가 곁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올봄에 우리 집에서 많은 생명이 탄생했고 집안에 좋은 기운이 가득한 느낌이다.


왕성하게 성장하는 새끼들을 먹여 살리느라고 분주한 부부 새의 모습에 우리 부부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아직 어린아이들 덕분에 늘 수면부족과 운동부족에 시달리고 때론 지쳐서 짜증이 올라오고는 했는데 육아 동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지켜만 봐도 기쁘고 행복한 기분. 같이 새끼들 잘 키워보자 작은 새야.

매거진의 이전글 익숙함을 떨쳐내는 고통을 뒤로 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