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월드
아민더 달리왈
남자가 멸종한 세계를 종종 꿈꾼 적이 있다. 세상에 남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여자들이 온갖 곳을 누빈다. 흔히들 남자는 여자 없으면 (굶어) 죽는다고 하고, 여자는 남자가 없으면 더 잘 산다고도 하질 않던가. 그렇다면 정말로 이 세상에 남자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아민더는 친구와 나눈 우스갯소리를 만화로 발전시킨다. 몇몇 장면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가볍게 읽고 싶은 마음에 리디북스에서 결제를 하고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웃으며 넘기지 않은 페이지가 없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남자가 멸종했으니 인류는 종말의 길로 치닫는다. 단성 생식에 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언제 완성이 될지 (연구를 위해 골수를 기증해달라는 에피소드도 나온다) 그리고 남자들이 기증한 정자는 이제 씨가 말랐으니 새로운 인류가 과연 탄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런 차분한 종말이 마음에 들었다. 전쟁이나 기아, 괴로움이 없이 자연스럽게 세상에서 사라지는 결말이.
단성 생식으로도 종의 보존을 이어가는 도마뱀이 소개되며, 인류도 그렇게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뭐 어떤가.
남자가 사라진 세상에서 여자들은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 그 와중에 '여자'를 정의하는 할머니의 말도 크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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