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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리 Apr 10. 2020

태교 여행을 떠나다

관광보다 쉼!?

#1. 떠나요~ 제주도


“Cho! 우리 어디로 놀러 갈까? 국내로 가야겠지?”

제주도!!”


 쌍둥이를 품고 있을 때는 해외여행은 좋지 않다고 하여(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 국내로 태교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정해진 여행지는 제. 주. 도


 Cho와 셀프 웨딩촬영을 위해 제주도에 다녀온 뒤로 너무 오랜만에 가게 된 여행지이다.

어디를 가면 좋을지,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쉼! 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사실 여러 번 제주도 여행을 오는 동안 유명하다는 관광지는 많이 가보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준비할 때는 빡빡한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이 일반적이고 나 또한 이번 태교여행 장소가 처음 가는 곳이 었다면 여유로운 여행보다, 명소를 쫒는 여행을 하고 있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1월의 제주도는 햇살이 따뜻해도 바람이 동반되어 추운 느낌이었다. 그래도 전반적인 날씨는 좋아 아름다운 제주 풍경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힐링이며, 행복한 태교의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페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거나 여행 중 몸이 지치는 일이 생기면 숙소로 돌아와 약간의 낮잠을 청하면서 나름 바쁘지 않은 여행을 했다.


제주도 카페에서의 시간들


#2. 일상이 아닌 여행이기에 가능했던 시간


 여기서 쉼이라는 목적의 태교여행도 관광여행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던 점은 ‘일상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일상이 아니었기에 내가 먹는 음식, 내가 있는 장소를 사진에 담고 SNS 계정에 ‘나 잘 살고 있어요’ 증거를 남겨 가지 않았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핸드폰을 잠시 꺼두고 제주도 여행에서의 느낌만을 온전히 즐겼으면 백 퍼센트에 아주 조금 모자라는 쉼의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 당시 제주도 태교 여행은 70퍼센트의 쉼과 30퍼센트의 관광 및 체험 일정이 함께 100을 이루고 있었다. SNS 세상 속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말이다.


 30퍼센트의 관광과 체험 일정은 당일 혹은 전날 정해졌다. 조금이라도 태교여행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서 미리가 아닌 즉석의 계획을 짠 것이다. 그중에서도 베이킹 체험은 여행지에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경험이었으리라.


Cho가 물었다.

내일은 뭐해볼까?”

뭔가 체험해 보고 싶은데

  찾아보자

여기  만들기 하는 곳이 있대. 초코머핀 만들어볼까?”


 제주도에 왔기에 이곳의 특산물이나 유명 장소와 관련된 체험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기를 품고 있는 지금 남편과 함께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것! 그 자체가 즐거울 것 같았다. 그래서 빠르게 결정하게 된 체험 일정.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던 토토 아뜰리에라는 곳에서 우리는 초코머핀을 만들게 되었다.


 꽤 굽이 진 길을 올라가 도착한 토토 아뜰리에는 멀리서 바다가 어렴풋이 보이는 나름 훌륭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나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아 보였고 넓은 주차장과 내부가 답답함 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카페, 카페 안 쪽으로 베이킹 체험 공간이 펼쳐져 있었고 베이킹을 하는 곳은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체험할 수 있는 널찍한 구조였다. 이미 재료들은 필요한 용량만큼만 그릇에 담겨 있었으며, 우린 화면에 나오는 순서를 영상으로 보며 따라 하면 되었다. 선생님들이 돌아다니면서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초코머핀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곳의 독특했던 점은 요리를 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아주는 사진사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와 이 사진들을 받아 보았을 때 다시금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선생님들의 도움과 베이킹 순서 영상을 보아가며 초코머핀의 2/3가 완성되었고 마지막 단계는 굽는 과정과 데코레이션!

 머핀이 구워지는 동안엔 카페 자리로 나가 둘 만의 사진을 남기기도 하고 바깥 경치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핀이 구워졌음을 알리는 타이머가 울렸다.


 다시 손을 씻고 우리의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을 땐 달콤한 초코향이 체험실 내부를 은은히 채우고 있었다.

 구워진 머핀 위에 크림을 올리고 장식을 하는 일은 가장 단순하며 쉬운 작업이었다. 완성된 머핀은 훌륭했고 사진 속에서도 먹음직스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완성된 오레오 초코머핀

 Cho와 함께 처음으로 해 본 베이킹 체험은 추억의 시간뿐 아니라 맛있는 간식까지 제공해주어 두 개의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3. 제주의 바람이 만들어 준 대화의 시간


 제주의 바람은 정말 세고 차가웠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추천 해준 차귀도를 가보았는데 역시나 이 날도 세찬 바람이 우릴 가장 먼저 반겼다. 차에서 내려 바닷가 해안을 걸으려 했지만 차 문을 열자마자 ‘누가 이기나 보자’라고 싸움을 걸듯 바람을 때려 부어 대는 제주도 바다 앞에 우린 지고 말았다.

 

그냥 안으로 들어갈까?”

그러자! 너무 추워


 우리는 바람을 피해 실내 여행지나 카페를 찾았고, 실내로 발걸음을 돌릴수록 Cho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차귀도 바다

 그리고 둘이 오랜만에 여행지에서 같은 시간을 나란히 걷고 있으니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아쉬움들이 말이다.

 그동안 바쁜 일상에 치이고 치여 1박 2일의 짧은 여행도 자주 해보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밀려오는 듯한 기분. 그래서 지금의 순간을 더 즐기기로 했다. 앞으로 우리 아기들이 태어나고 나서의 삶, 우리가 그리는 가족의 모습들을 나누며 말이다.


 대화의 힘은 강력하다.

특히 여행지에서의 대화는 색다른 풍경에 취해 보다 긍정적인 말들을 쏟아내게 만든다.

 우리의 여행 또한 그러했다. 다툼보다는 재미가, 짜증보다는 웃음이 가득했다. 임신 중이기 때문에 나를 배려한 Cho의 노력이 즐거운 대화를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대화에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한다면?

그렇다. 대화의 일부는 음식 맛에 대한 평가도 더해지겠지만 대화는 더 줄줄이 이어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제주도 토속 음식이 아니어도.

그래서 찾아가게 된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그곳은 장진우 식당.

장진우 식당

 예전에 수영장이 함께 있던 펜션? 혹은 풀빌라를 개조해 지금은 레스토랑이 되어있는 곳이었다. 물이 가득 담겨 있어야 할 것 같은 수영 장안에 긴 직사각형의 식탁이 놓여 있던 매우 인상적인 곳. 바람을 피해 이 곳에 왔기 때문에 굳이 또 한 번 외부 식탁에서 바람의 힘과 대적할 의지는 없었고 바로 내부 자리로 들어가 안내를 받았다.

딱새우로제파스타&라자냐

 음식은 맛있었다.

현지인의 추천과 그 추천을 뒷받침해 줄 다양한 SNS들의 후기들이 이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이끌었는데, 후기만 보고 실패한 식당들도 있었지만 다행히 이곳은 성공적이었다.


#4. 다시 일상으로

 

 제주도 태교 여행을 끝으로 집으로 돌아왔을 땐, 집에 왔다는 편안함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임신 중의 여행은 아무래도 피곤을 동반할 수밖에 없긴 했나 보다. 아무리 쉼이 함께한들.


 그래도 가장 움직이기 편하다는 임신 중기에 태교여행을 다녀와 큰 탈 없이, 별일 없이 여행을 즐기고 올 수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왔고, 다시 임산부이자 교사의 시간을 병행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을 그냥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일상으로 칭하며 지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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