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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Jun 24. 2023

구속되어도 가족 만날 수 있나요?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변호인" 보셨나요?


독재 정권 시대를 보여주는 영화를 보면, 젊은 청년을 잡아 가두어 놓고 고문하고 가족들은 청년의 생사도 모른 채 눈물만 흘리는 그런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요?

영화 변호인 중 한 장면


끌려온 본인에게도 왜 끌려왔는지조차 제대로 말해주지 않던 시절이니, 가족들에게 '내가 어디에서 무슨 이유로 잡혀 있다'라는 걸 알리거나 가족들을 만날 수도 없는 것은 당연했겠지요.



변호인과의 접견 교통도 쉽지 않던 시절입니다.

영화 변호인 중 한 장면


영화 속에서 어머니는 결국 변호사 송강호와 함께 아들을 만나게 되지요? 하지만 아들은 이미 고문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습니다.


영화 변호인 중 한 장면



이것이 "접견교통권 接見交通權"입니다.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변호인이나 가족, 친지 등의 사람과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주고받으며,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우리나라 헌법은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고 있어요.

이러한 권리를 규정해두는 것 자체로 국가로부터 인권을 보장하는 의미가 있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국가에 의한 고문, 폭행 등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겠지요? 누군가 찾아올 수 있다면 고문한 흔적은 언제든 드러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영화 속 독재 정권의 시대의 헌법에도 접견교통권을 보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법이 실제에서 얼마나 제대로 구현되는지가 사회의 수준과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대한민국 헌법 [시행 1988. 2. 25.] [헌법 제10호, 1987. 10. 29., 전부개정]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③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⑤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ㆍ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⑥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⑦피고인의 자백이 고문ㆍ폭행ㆍ협박ㆍ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절차에 관해서 헌법을 구체화하여 규정하는 법이 형사소송법입니다.

접견교통권에 관해 형사소송법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어요.



형사소송법  

제34조(피고인ㆍ피의자와의 접견, 교통, 진료) 변호인이나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가 구속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나 물건을 수수(授受)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진료하게 할 수 있다.

제89조(구속된 피고인의 접견ㆍ진료) 구속된 피고인은 관련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 타인과 접견하고 서류나 물건을 수수하며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제91조(변호인 아닌 자와의 접견ㆍ교통) 법원은 도망하거나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구속된 피고인과 제34조에 규정한 외의 타인과의 접견을 금지할 수 있고, 서류나 그 밖의 물건을 수수하지 못하게 하거나 검열 또는 압수할 수 있다. 다만, 의류ㆍ양식ㆍ의료품은 수수를 금지하거나 압수할 수 없다.  

제200조의6(준용규정) 제75조, 제81조제1항 본문 및 제3항, 제82조, 제83조, 제85조제1항ㆍ제3항 및 제4항, 제86조, 제87조, 제89조부터 제91조까지, 제93조, 제101조제4항 및 제102조제2항 단서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이 경우 “구속”은 이를 “체포”로, “구속영장”은 이를 “체포영장”으로 본다.



접견교통권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포함한 타인과 접견할 권리          

            서류나 물건을 수수할 권리          

            의사의 진료를 받을 권리          



접견교통권의 핵심이 바로
 "변호인을 포함한 타인과 접견할 권리"
입니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변호인과의 접견할 권리는 제한할 수 없다고 합니다.


변호사라는 신분의 공적 측면을 존중하고 변호인으로부터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는 최대한으로 보장합니다. 변호인이거나 변호인이 되려는 사람에게도 접견을 허용하거든요. 변호인을 수임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이 권리는 보장됩니다. 체포 또는 구속이 되면 국가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주거든요.



한편 이 말은, 변호인 이외의 사람과의 접견할 권리는 제한할 수도 있다는 거겠지요?

네. 맞습니다.


변호인 이외의 사람과의 접견은 금지할 수 있고, 서류나 물건을 수수하지 못하게 하거나 검열 또는 압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최저한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의류, 양식, 의료품은 수수를 금지하거나 압수할 수 없지만요.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면서 동시에 공범과 접견 또는 교통하여 증거 인멸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우려가 있다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판단하는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가족의 접견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구속이라는 상황에서 가족과도 만나지 못하게 되면 고립감과 불안감을 강하게 느끼게 될 수 있지요. 범행을 부인하던 사람이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황제 구금이니 집사변호사니 하는 말을
신문지상에서 보신 적 있으신가요?


재벌 회장들 같은 경제력이 되는 사람들이 구금된 상태에서도 변호사와 접견을 핑계로 사업상 결재를 하고, 신문을 보고 외부 소식을 듣는 등 하루 종일 접견실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말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변호사의 접견을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대기업을 대리하는 대형 로펌에서 초년생 변호사들을 집사변호사와 비슷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회 초년생 변호사들은 로펌의 지시에 따르면서도, 이게 변호사의 일인가, 싶어 갈등을 겪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법이 실제에서 얼마나 제대로 구현되는지가 사회의 수준과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지요. 헌법에 규정된 접견교통권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던 독재 정권 시절과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정신이 극단적으로 구현되는 요즘의 모습. 복잡한 기분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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