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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Sep 26. 2023

 피의자 VS 피고인

언젠가 아는 의사가 하얀거탑이라는 의학드라마(이 드라마 알면... 최소 몇 살?)를 보면서 민망해서 끝까지 보지 못했다는 말을 했었는데, 변호사들도 법정 드라마를 보면서 오글거림에 끝까지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토리를 잘 만들어도 기본적인 용어를 틀리게 사용하는 경우에는 흥이 확 깨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끝까지 시청했던 감동적인 드라마였습니다.

기사나 댓글에서도 종종 잘못 사용하는
기본적인 형사소송상 용어가
피의자와 피고인입니다.


수사기관은 범죄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범인을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를 합니다. 수사가 끝나면 범인에게 범죄의 책임을 묻기 위해 공소를 제기합니다.


물론 수사가 끝나고 범인에게 범죄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면,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불기소"처분을 하기도 합니다.  


"공소 제기"는 그 범인의 범죄를 재판받게 하기 위해 법정으로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검사는 공소가 제가 된 범인의 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절차를 "공소 유지"라 합니다. 공소 유지가 잘 되면 법원은 범인에게 그의 범죄에 대한 책임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합니다. 물론 무죄판결을 선고하기도 하지요.  이때 검사의 입장에서는 공소 유지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의 "수사 절차에서의 범인" = 피의자
수사가 종결된 후 "재판 절차에서의 범인" = 피고인


수사 절차에서의 범인을 피의자로 부르고, 재판 절차에서의 범인을 피고인이라 달리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수사 절차에서 피의자는 검사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 의해 수사의 대상이 되는
객체의 의미가 강하고,
재판 절차에서 피고인은 판사 앞에서
검사와 대등한 관계로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재판의 주체로 보는 의미가 강합니다.

수사는 본질적으로 수사기관이 주체가 되는 활동입니다. 피의자의 행위와 생각은 수사기관의 각종 수사 방법에 의해 파헤쳐 지는 대상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피의자가 수사기관과 대등한 지위에 설 수가 없습니다.  


피고인은 피의자와 달리 검사와 대등한 관계로 보지만, 물론 실제에 있어 피고인도 검사와 대등한 정도의 관계에 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재판은 검사에게 시작부터 검사에게 주도권이 있고, 검사가 불기소하지 않고 기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법원으로서는 유죄의 예단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물론 무죄 추정 원칙이 적용되지만 말입니다). 이는 우리 형사재판의 구조가 법원이 주도하는 직권주의 성격이 강하고, 당사자주의가 가미된 절충적인 구조라는 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영국이나 미국은 전통적으로 형사재판에서 당사자주의를 강하게 적용하고 있는 점에서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 법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모두 수사기관에게 맞설 수 있는 무기를
쥐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무기 대등의 원칙"이라고도 합니다.

피의자에게는 진술거부권, 변호인 선임권, 체포, 구속의 사유 및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 받을 권리, 증거보전청구권, 체포·구속 적부심사청구권, 체포·구속 취소 청구권, 압수·수색·검증에 참여할 권리, 접견교통권, 피의자 신문조서의 열람·증감·변경 청구권, 유리한 증거에 대한 증거보전청구권 등이 인정됩니다.  

피고인에게는 공소장을 송달받을 권리, 공판기일 변경 신청권, 공판조서 열람 및 등사권, 진술거부권, 진술권, 증거신청권, 의견진술권, 이의신청권, 증인신문권 등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판사에 대한 기피 신청권, 관할이전 신청권, 관할위반 신청권, 공판정에 출석할 권리 등 소송절차에 참여할 권리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수사란 본질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사생활과 인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활동이므로 수사기관에 의해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에게 무기가 주었고, 재판에서도 역시 피고인이 대등한 당사자로서 자신의 사생활과 인권을 지키면서 싸울 수 있도록 무기를 쥐어 주었습니다.      

강력 사건들의 기사 댓글을 보면, 피해자보다 피의자 혹은 피고인의 인권을 존중해서 문제라는 내용을 많이 봅니다. 단순히 감정적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 또는 하지만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인권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이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비해 적다고 생각할 때 나오는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고의적으로 잔인한 방법으로 침해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경하다는 생각을 저만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국가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도 인권을 인정하고 가능하면 대등하게 싸울 수 있도록 무기까지 손에 쥐어 주었다면, 그들이 모든 무기를 사용하였는데도 유죄임이 인정된다면 처벌을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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