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업공방 디렉터 Feb 02. 2024

[책리뷰] 아픔이 길이 되려면

함께 건강한 삶을 위한 공동체적 관점 챙기기

책에서 골라 뽑은 문장

그물망처럼 얽힌 여러 원인들로 인해서 사람들이 아프다면, 그 그물망을 만든 거미는 무엇이고 누구일까요? 우리는 그 그물망을 엮어낸 역사와 권력과 정치에 대해 물어야 하고, 좀 더 간결하게 말하자면 ‘질병의 사회적, 정치적 원인'을 탐구해야 한다고 크리거 교수는 말합니다. 
 ‘역학 전쟁'이라고도 불렸던 그 논쟁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개인이 아니라 국가, 학교, 직장, 지역사회와 같은 공동체의 특성에서 찾는 연구자들이 모였습니다. 개인의 나이와 가족력과 생활 습관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공동체가 어떤 곳인가에 대해서도 질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원인의 원인'을 탐구하는 연구가 적극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덴마크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을 경우 자살 위험이 5배 이상 증가한다고 보고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위기의 순간을 버틸 수 있도록,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정신과 진료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보상-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 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 
갈등을 대하는 자세가 한 사회의 실력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갈등을 더 부추겼다. 유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을 나누고, 피해자와 국민을 떼어냈다. 우리 사회 역시 그 골을 좁히지 못했다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이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점점 그런 인간을 시대에 뒤떨어진 천연기념물처럼 만들고, 타인의 고통 위에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권장하고 경쟁이 모든 사회구성의 기본 논리라고 주장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게 저는 싫어요. 


사회역학에 대해

다음은 chatGPT에게 물어본 사회역학의 정의다. 

"사회역학(Sociodynamics)"은 개인과 사회 간의 상호작용 및 영향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는 개인의 행동, 태도, 감정이 사회적 상황, 관계, 그리고 사회의 구조와 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반대로 개인이 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룹니다. 사회역학은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등 여러 학문과 교차하며, 개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그 사람의 가족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는 사회적 지위가 개인의 정체성과 자존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사회역학적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작업치료에서도 클라이언트의 맥락(Context)을 확인하면서 사회제도적인 부분을 조사한다. 이는 클라이언트의 '작업수행(생활)'에 도움이 되는 또는 방해가 되는 사회문화적인 요인을 조사하는 측면이 있지만 말 그대로 개인 차원에서의 관점이다. 사회역학은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건강 문제의 원인을 추적하여 사회적(정책적)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하는 전문 분야다. 


매스컴에서 접했던 세월호, 이태원과 같은 사회적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런 참사로 인해 피해자들이 겪을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측정하고 공동체로 하여금 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런 과정을 연구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비슷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건강권

한 개인으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크게는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작게는 지역사회와 가정이라는 공동체에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얼마나 건강한 공동체인가는 공동체 속 약자를 어떻게 다루고 대하는지로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가정에서 노동력도 없고 가장 연약하여 늘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어린 아이다. 부모는 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가장 많은 노력과 시간과 돈을 들인다. 성인이 되어 자립할 때까지 그렇게 한다. 


건강한 사회도 마찬가지로 여러 제약들로 인해 자립하기 어려운 소외된 이웃들을 돌봐야 한다. 이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언젠가 질병과 사고로 인해 나도 언제가 소외 그룹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눌 수 있다는 자체가 사회 속에서 내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증거이고 한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작업치료 공식 문서 OTPF-4에서도 작업치료의 중재 대상에 '인구'가 명시하고 있는데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을 통해 작업치료사는 사회적 건강 전문가가 사회 속에서 어떤 요인에 의해 '작업박탈', '작업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함께 귀를 기울이고 가능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작업치료를 행하는 것임을 생각했다. 나의 전문분야에서의 역량을 깊이 있게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알지 못한 곳에서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도울 수 있는 안목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래야 함께 건강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리뷰] 태도에 관하여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