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작팀으로서 디지털 소재를 만들게 될 당신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당신은 더 세심하게 타겟을 나누고, 더 다양한 매체를 고려해야 할 것이며,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소재를 더 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만든 당신의 피조물이 A/B테스트라는 명목 하에 무참히 삭제될 수도 있으며, 생각만큼 매출이 일어나지 않으면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다만 디지털 광고 생태계를 대략적으로 나마 알고 있다면 적어도 이유도 모른 채 만들고, 승복할 수 없는 결과에 좌절하고,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디지털 매체팀의 롤과 함께 디지털의 큰 그림을 톺아보자.
디지털 광고의 종류. 세세하게 파면 무궁무진하다.
디지털 매체는 전통 매체 이후에 생겼다. 그렇다면 왜 전통매체 대신 디지털 매체를 이용할까?
모든 광고는 목적이 있다. 클라이언트는 자사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를 한다.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과정은 여러 단계가 있지만 가장 큰 틀은 노출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전통 매체는 노출에 강점이 있고 디지털은 구매전환에 강점이 있다. 때문에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전방위적인 *IMC를 통해 TVC 등으로 인지도를 높인 후 디지털로 구매전환을 유도하는 전략을 쓴다. 광범위하게 폭탄을 터트린 후 정교하게 저격하는 식이다. 작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디지털에 집중하다가 사세가 커지면 TVC로 확장하기도 한다.(배민, 마켓컬리, 오늘의 집 등등)
*IMC :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디지털 광고는 다양한 소재를 세분화된 타겟에게 정밀하게집행할 수 있다 (타겟팅). 타겟이 광고를 보기만 했는지, 보고 자사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왔는지, 와서 뭘 봤는지, 구매까지 이어졌는지를 추적할 수도 있다 (트래킹). 광고를 클릭한 고객에게 유사한 다른 광고를 노출해서 광고 효율을 높이기도 하고, 관심은 있지만 구매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같은 브랜드의 다른 광고 소재를 노출해서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리타겟팅).
이 말은 곧, 디지털 기획팀과 매체팀이 전략 단계에서 더 많은 타겟과 매체와 소재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고, 광고가 집행되는 동안에 소비자의 행동을 더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뜻이며, 소비자의 반응을 토대로 후속 광고에 대한 대응도 다각도로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할 일은 많고 광고주의 요청은 늘 아삽(ASAP)이기에 이 많은 요소들을 짧은 시간에 모두 고려해 내야만 한다.
때문에 제작팀은 매체 특성에 맞춘 광고 소재를 빠르게 만들어 낸다. 검색 광고(SA; Search Ad), 배너 광고(DA; Display Ad) 같은 퍼포먼스에 집중된 광고부터 영상 광고, 소셜 미디어 광고처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광고까지. 매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광고 소재를 만들게 되면 기획, 매체팀 등 유관 부서와 얼굴 붉힐 각오를 해야 한다.
검색광고와 배너 광고
* 검색 광고(SA; Search Ad) : 네이버나 다음 등에 해당 검색어를 입력하면 상위 노출되는 키워드 광고. * 배너 광고(DA; Display Ad) : 웹(web)이나 앱(app)을 볼 때 사각형의 지면에 노출되는 광고.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의 메인 화면이나 뉴스 기사를 내리다 보면 많이 볼 수 있다.
디지털 매체에 집행되는 광고들 중 기존 전통 매체와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검색 광고와 배너 광고다. 인지도나 대세감, 호감도 등의 정성적인 목표가 매출 향상과 함께 묶여있는 기존 광고들과는 달리 검색 광고와 배너 광고는 퍼포먼스, 즉 구매전환이 지상목표다. 때문에 [선녀같이 고상한 제품] 같은 애매한 카피보다 [50% 할인], [1+1 이벤트] 같은 직관적인 카피를 통해 구매 동기를 자극하게 된다. 이러한 전투용(?) 카피를 공장 기계처럼 찍어낼 땐 현타를 주의하시라. 클라이언트는 매출이 높아져도 좀처럼 광고 덕이라고 말하는 일이 없으니까.
유튜브, SMR(네이버 tv, 카카오tv 등) 등에서 볼 수 있는 영상 광고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의 소셜 미디어 광고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흔히 보는 브랜드 필름부터 구매 전환을 위한 영상, 이벤트 진행 및 고지 등등. 모든 광고 제작 소재마다 매체 특성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모든 소재들이 유기적으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발생시키는 소비자 행동 들을 파악하고, 취합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클라이언트의 목적 달성을 위해 분투하는 것. 그것이 디지털 광고다.
이미 데이터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안다. 얼마 전 공개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소셜 매트릭스]에는 페이스북을 위시한 소셜미디어들이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도파민을 내뿜으며 그들의 서비스를 떠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디지털 광고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는 것과 그들을 제품/서비스에 중독되게 만드는 것. 기술의 발전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CSR을 넘어 ESG경영이 대세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시대에 맞는 광고 윤리를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