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카피 Oct 19. 2020

카피라이터의 문장은 과녁안에 있습니다.

나만 알거나 너무 가지 않도록

필드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두 가지 표현이 있다.


너만 안다
너무 갔다

모든 제작 팀원들은 아이디어를 낼 때 이 두 문장을 염두에 두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너만 안다'는 것은 메시지를 너무 깊게 판 나머지 심오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고, '너무 갔다'는 것은 기발함을 위해 신선한 결합을 시도하다 보니 의도하는 바와 멀어져 어색하다는 뜻이다. 두 상황 모두 아이러니하게도 과제에 너무 깊이 몰입하다 소비자와의 끈을 놓쳐버린 경우다. 광고는 클라이언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비자의 베네핏을 찾아, 시대의 니즈에 맞게 전달하는 것. 아이디어는 언제나 현실에 발 딛고 있어야 한다.




광고업계에서 말하는 아이디어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의해 *RFP에 맞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핵심인데, 업계 용어로 과녁에 맞힌다고 표현한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기발해도 과녁에서 벗어나면 쓸모없는 아이디어가 된다.

*RFP(Request For Proposal) : 과제 수행에 대한 요청사항이 적힌 문서.



시선이 중요하다.

카피"라이터"지만 쓰는 것보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르지만 정확하게 보는 능력이다. 그저 다르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녁에 맞혀 야 한다.


 


시선은 과녁안에 있어야 한다.



과녁에 화살을 쏜다고 가정하자. 정방향에서 쏘면 정직하게 들어간다. 재미가 없다. 정직하게 90도로 꽂힌 화살은 많은 영감을 주긴 어렵다.



과녁을 그대로 두고 옆으로 몇 발자국 옮겨 쏘아 보자. 꽂힌 화살과 과녁 사이에 전과 다른 각이 생긴다. 다른 시선이다. 예각과 함께 둔각도 보이고 과녁은 이제 타원으로 보인다. 조금만 옆에서 쏘는 것, 흔히 관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아이디어는 달라진다.




발걸음을 더욱 옆으로 옮겨서 90도에 가깝게 쏘아보자. 과녁에 들어가기 힘들다. 아예 많이 가버린다면, 심지어 거꾸로 가 뒤에서 과녁을 맞히면 그것은 더 이상 광고가 아니라 예술이 된다. 예술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정답을 찾아야 한다. 입체적 사고에 매몰되어 뒤틀어 보는 것에만 집중하면 보편 사고가 뭔지 잊게 된다. 힘껏 비틀어만 놨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 이유다.







동료 카피라이터를 찾습니다 - 목차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카피라이터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