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 비즈니스의 역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기후변화 관련 논의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기후변화 정책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으며, 지난 임기에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국제 사회와 소비자 의식의 흐름은 과거와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환경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고,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품질과 가격뿐 아니라 환경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과거 기후변화는 국제 협약이나 국가 정책 수준의 거대한 담론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자들은 단순히 정부의 규제나 기업의 선언을 넘어,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고 행동에 반영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진이 어떤 환경적 가치를 지향하는지, 제품이 폐기된 이후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고려하는 시대다. 이는 더 이상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 시민들이 환경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조업과 중화학 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제조기업이 배출하는 막대한 이산화탄소는 이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구조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정책과 대기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해결의 열쇠는 기후 환경 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낼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어필사이언스(Apeel Sciences)는 기후변화를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업은 아보카도 씨앗에서 지질을 추출해 과일 표면에 코팅함으로써 산화를 늦추고, 식품의 유통기한을 두 배로 늘렸다. 이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냉장 유통이 필요 없도록 해 탄소 배출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혁신적인 기술로 어필사이언스는 이미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며 월마트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협업 중이다. 기후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스타트업과 벤처 캐피털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재정적 한계로 인해 이런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민간 벤처캐피털이 기후변화 관련 투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전개했지만, 자금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시민들과 기업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식 전환이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경제 구조와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거대한 도전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책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를 통해 기후 문제를 풀어나가는 스타트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도전 과제가 더 이상 위험이 아닌 기회로 변모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