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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흘러도 여전히 불안한 우리
가끔 노량진에 간다. 20년 전, 20살의 나는 돈이 없어도 갈 곳이 많았던 이 동네를 자주 찾았다. 값싼 분식집과 좁은 식당들, 수산시장에서 포장해 온 회 한 접시, 그리고 팬케이크 위에 소시지를 얹어 주던 작은 가게. 그때는 탄산음료를 무료로 주었고, 우리는 늘 그 혜택을 당연하게 누렸다.
이제는 주머니 사정이 나아져 좋은 주점에서 맛있는 요리를 시키고 술을 마신다. 수영장 다니던 이야기, 아르바이트하다 혼났던 일, 별것 아니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잠시 현실을 잊는다.
그러다 결국 다시 그 거리로 향한다. 예전처럼 팬케이크를 하나씩 사서 한입 베어 문다. 맛이 변했네, 그대로네, 이제는 탄산음료도 안 주네, 너무 비싸졌네. 그런 소리를 하면서 걸어간다.
20살의 내가 이 골목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을 것 같다. 나는 달라졌지만, 크게 변하지도 않았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어딘가 불완전하다. 그때는 스무 살이라서 불안했고, 지금은 마흔이 되어서 불안하다. 시간이 흘러도 나는 여전히 그때의 자리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