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AI 혁신, 한국 자동차 산업의 도전
2024년 하반기,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는 권고를 내렸으며, 정부 차원의 전기차 보조금 역시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물론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보조금은 상대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 변화는 소비자 신뢰와 전기차 시장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한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지연시켰던 사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 제조사들은 더욱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고,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를 맞았다. 전기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보호주의적 접근보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개방적 전략이 필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와 비야디가 주도하는 양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테슬라는 로보택시 사업을 통해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으며, 비야디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유럽과 동남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앞세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기아는 최근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며 중저가 시장과 상용차 시장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동시에 중국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은 단순한 내연기관 차량의 대체 개념을 넘어, 새로운 이동수단과 모빌리티 서비스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재편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배터리 성능 향상이나 제조원가 절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AI,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GM과 포드는 로보택시 및 무인 배송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완성차 업체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T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주요 전자 기업과 자동차 제조사 간 협력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전장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기술을 전기차 플랫폼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보유한 중국과의 협력 역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배터리 기술, 자율주행 시스템, 전력 인프라 등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한국 기업들도 이를 활용한 전략적 협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호무역주의에 기대기보다, 기술적 차별화와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유리한 선택이 될 것이다.
결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는 단순한 제조업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데이터, AI 기반의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보호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 지금은 국내 시장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