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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Nov 07. 2024

속도냐, 신중함이냐?

만약 당신이 잡초라면 다른 식물에 앞서 빨리 싹을 틔우는 쪽을 선택할까?

속도냐, 신중함이냐?

잡초가 생존에 성공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싹을 틔우는 시기다. 

즉, 씨앗에서 작은 싹을 틔울 때까지가 가장 위험성이 높다.


만약 당신이 잡초라면 다른 식물에 앞서 빨리 싹을 틔우는 쪽을 선택할까? 

아니면 다른 식물의 상태를 살펴보면서 서서히 싹을 틔우는 쪽을 선택할까?

속도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신중함을 중시할 것인가?


사실 이것은 우문이다. 

잡초가 자라는 곳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장소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조건에서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는 것은 그 자체가 어리석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즉, 양쪽 모두 가능해야 한다.



《조용하고 끈질기게 살아남는 잡초들의 전략》에는 다양한 잡초가 나온다.

길에서 본 적은 있어도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는 잡초, 그 잡초마다 이름이 있고 나름의 생존 전략이 있다.

잡초의 생존 전략은 ‘잡초’라는 이름에서와 같이 매우 효과가 있다.

수많은 잡초 가운데 도꼬마리를 설명한 내용이 흥미롭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잡초들의 전략'은 자연법칙이다. 

우주를 이루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다룬다. 잡초들이 그렇게 살아남았으니까 증명된 해답이다.


도꼬마리는 국화과 식물이다. 도꼬마리 열매 속에는 성격이 다른 씨앗 두 개가 들어있다.

하나의 열매에 성격이 다른 씨앗이 두 개 들어있다니, 이란성쌍둥이일까?

도꼬마리 열매 표면에는 삐죽한 가시가 있다.

삐죽한 가시는 사람의 옷이나 동물 털에 달라붙어서 먼 곳까지 퍼져나간다.


도꼬마리 열매의 가시 끝이 구부러져 있어서 옷이나 동물 털에 잘 달라붙는다. 

흔히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 테이프를 발명하는데 단초가 된 식물의 구부러진 가시와 모양이 비슷하다.

도꼬마리 열매가 특이한 점은 열매를 깨 보면 안에 길이가 다른 씨앗이 두 개 들어 있다.

하나의 열매 안에 들어 있는 긴 씨앗과 짧은 씨앗은 각각 싹을 틔우는 시기가 다르다.

배구의 ‘시간차 공격’처럼 두 개의 씨앗 가운데 하나가 먼저 싹을 틔우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 또 하나의 씨앗이 싹을 틔운다. 생존을 위해서 시간차를 두고 싹을 틔우는 특이한 식물이다.


약간 긴 씨앗은 짧은 씨앗보다 먼저 싹을 틔운다.

식물의 생장에서 먼저 싹을 틔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싹을 틔워서 잎이 자라는 식물이 더 많은 빛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싹을 틔우면 그만큼 빨리 가지를 뻗는다. 싹을 늦게 틔우면 일찍 싹을 틔우고 잎이 자라난 다른 식물의 그늘에 가려진 채로 살게 된다.


그럼 일찍 싹을 틔우고 잎이 자라면 무조건 좋기만 할까?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

잡초의 세계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일찍 싹을 틔웠는데, 싹을 틔운 그곳이 밭이어서 밭을 갈 수도 있고 작물이 자라는 데 방해가 돼서 김매기를 당할 수도 있다.

“서둘러 싹을 틔워서 일을 망친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경우다.


하지만 괜찮다.

도꼬마리 열매 안에는 아직 씨앗이 하나 남아있다. 영화 <아저씨>에서 "아직 한 발 남았다."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짧은 씨앗은 뒤늦게 싹을 틔운다.

긴 씨앗이 먼저 싹을 틔우고 잎을 펼쳤지만 밭갈이, 김매기에 뿌리째 뽑힐 때까지 짧은 씨앗은 여전 땅속 어딘가에 있었다.

여유 있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 짧은 씨앗은 밭갈이, 김매기가 끝난 뒤에 싹을 틔운다. 그렇게 잡초로 살아남아서 다시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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