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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만남

#1

by 복지학개론

2014년 3월 초, 이른 아침이었다.

벌써 아침이 밝아왔다는 신호는 내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집사람이 먼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 소리였다.

내가 게으른 편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는 왠지 모르게 닝기적닝기적거리게 된다.

전날 과음한 영향도 있었고.

"일어나 봐."

집사람의 투박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것 마냥 대답하지 않았다.

"일어나 보라고. 보여줄 게 있으니까."

이 아침부터 뭘 보여주겠다는 건지...

간신히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질러본다.

"왜? 뭘 보여주겠다는 거야?"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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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좀 잤으면 해..."



침대에 누워있던 나에게 무심하게 던 저준 하얀 물체.

언젠가 한 번 봤던 물건 같은데...

"응? 이게 뭐야?"

"하... 나도 몰라."

"......"

집사람이 아침부터 보여줄 게 있다며 나에게 던져준 것은 '임신테스트기'였다.

잠이 확 달아나기 시작했고, 큰 아들 때 경험했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임신테스트기에 나와 있는 줄의 개수가 어떻게 되는지부터 확인했다.

"한 줄... 두 줄... 두 줄이네. 그럼 뭐지?!"

"몰라, 나도!"

둘째 임신 소식을 이렇게 무드 없이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고, 산부인과에서 확인사살을 받았다.

"급하셨나 봐요. 첫 째 낳고 얼마 안 됐는데 벌써.... 호호호."

"......"

큰 아들 때 담당 원장님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다.

만나도 몇 년 지나고... 아니, 어쩌면 한 명으로 내 생에 더 이상 자식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정일은 10월입니다. 그때까지 산모님 잘 챙겨주세요."

"네..."

느닷없이 우리에게 찾아온 둘째의 소식에 약간 황당했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자식이 생긴 것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짝 뻥친 것 빼고는...

그래서 붙여진 둘째의 태명이 '갑자기'였다.

우리 가족에게 갑자기는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 생겼으니 나에게, 아니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빠이자 남편의 위치에서 만삭이 된 집사람의 배를 보며 나름 열심히 가족을 챙겼고, 드디어 둘째와 만나게 될 10월이 되었다.

예정일이 17일이었기 때문에 10월 1일부터 만발의 준비를 하였고 우리의 또 다른 가족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14일경,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집사람을 보았다.

현관 앞에는 캐리어와 짐가방이 하나 놓여있었고.

"나 왔어. 그런데 이게 다 뭐야?"

욕실에서 머리를 감고 있던 집사람이 물이 떨어지는 머리카락 속에서 대답한다.

"병원 가려고. 조금만 기다려."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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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병원이라니? 예정일도 3일이나 남았는데 병원을 간다는 말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을 즘, 안방 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가 나올 것 같데. 애 낳으면 한동안 머리를 깜을 수 없으니까 미리 깜고 있는 거야."

우리 어머니다. 큰 아이를 무릎 사이에 앉히고 퇴근한 나를 바라보며 집사람의 행동을 설명해주고 계셨다.

"애가 나온다고? 벌써?!"

"신호가 왔데. 엄마들만 아는 신호."

"헐..."

머리를 다 깜은 집사람과 나는 큰 아이를 우리 어머니에게 부탁하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속으로는 예정일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나올 리 없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여자의 느낌은 무서울 만큼 정확하기 때문에 또 다른 기대감을 안고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고 병실의 문이 열리며 간호사 한 분이 들어오라며 나에게 손짓을 한다.

멍하니 있었다.

아니, 아무 생각이 없었다.

간호사의 손짓을 보고 터벅터벅 병실로 향했고 그 병실 문에 들어서자 첫째 때와 같은 BGM이 내 귀에 들여왔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커튼이 처진 곳 넘어 들여오는 살이 부딪히는 소리...

"찰싹찰싹!"

"응애~ 응애!"

한 번의 경험으로 익숙하지는 않지만 낯설지 않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내 품으로 다가오는 그 아이...

바로 우리의 사랑과 축복으로 당당하게 이 세상에 태어난 둘째 '갑자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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