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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간과하고 있었어

#3

by 복지학개론

예전 읽었던 책에서 본 말 중,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 게 아니라 살아가게 해야 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스라엘 부모는 자녀에게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종교적 순례를 통한 올바름을 가르친다고 한다.

세상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들이 훗날 크게 성장하고 멋진 일을 하며, 넓게는 국가와 사회 좁게는 자기들의 가정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를 한다.

물론, 부모에게 효도도 하면 참 좋겠지만...

모든 신경은 태어난 둘째에게 몰려 있던 시기였고,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잠시 놓치고 있던 때였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개인적인 생각은 아마도 사람 마음의 눈을 멀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게 제일 후회되고 그게 가장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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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미안해... 왜지?!"





산부인과 퇴원 후 산후조리원으로 옮겨간 날이었다.

병원 사람들에게 축복받으며 퇴원할 때, 많은 책임감이 생기더라.

리원에서 둘째가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오는 시간에는 집사람과 거의 함께 있으려 노력했다.

모유 수유하는 둘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또 나와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가장 근접할 수 있는 거리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둘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며 눈, 코, 입 그리고 전반적인 얼굴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또는 닮은 부분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관찰에 가깝다).

큰 놈과 달리 둘째는 나와 많이 닮지 않은 것 같았고 오히려 집사람과 닮은 외형이다.

심술이었을까?

"이 놈은 나랑 많이 닮지 않아서 큰일을 못하겠어."

그냥 툭~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집사람의 심기를 건드리기엔 충분한 언어였다.

"오빠를 많이 닮지 않았다고 큰일을 못한 다는 말은 뭐야? 유치해."

멀쑥했지만 그냥 웃음으로 넘기려 했다.

그래서였을까.

회사일이 조금 바빠졌다는 핑계로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한 아내와 아이들에게 살짝(?) 소홀했고 일에만 열중했다.

그러다 보니 퇴근이 늘 늦은 시간이었으며 아이들은 잠든 시간이었다.

친구와 술 한잔 하고 늦은 시간 귀가했을 때 집안 분위기에 싸늘한 냉기가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친구랑 한잔하고 왔다. 둘째 낳았다고 축하한데."

"......"

"걔가 당신 걱정도 해주더라. 애 낳느라 수고했데."

"......"

집사람은 좀처럼 대꾸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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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듣기 싫어~"



씻는다는 말과 함께 욕실로 들어가,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서자 집사람의 싸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질문이 시작됐다.

"좀 일찍 들어와서 큰 애랑 놀아주고, 둘째랑 눈도 마주치면 안 돼?"

"알았어."

"요즘 너무 늦게 집에 들어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알았어, 알았다고."

"나, 하루 종일 큰 애 보고 둘째랑 씨름하고... 너무 힘들다고!"

지금은 그 당시 집사람의 말이 그저 투정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그렇게 애들 키우며 살고 있을 것인데, 왜 자기만 그렇게 힘들어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다 그러고 살아. 뭐가 힘들어?"

"오빠가 일찍 퇴근해서 나 좀 도와주면 안 되는 거야?!"

"이런 거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그래."

"사회복지 공부한다는 사람이 왜 그런 건 몰라? 이렇게 아내 도와주고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집사람의 말은 당연한 말이었지만 나의 뇌가 정지된 것처럼 사고판단을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내가 둘째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알아? 그리고 나는 아빠가 처음이잖아!"

나의 말에 집사람은 얼어붙은 것 마냥 나를 응시했고 나도 그런 집사람을 바라만 봤다.

잠시 후, 집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안방 불을 끄고 잠을 청한다.

"나도... 나도 엄마는 처음이란 말이야."

정말 내가 생각해야 했을 아주 소중한 존재에 대해 간과하고 있던 일이었다.

나도 두 아들의 아빠가 처음이었지만, 집사람 역시 두 아들의 엄마는 처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자식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1순위, 아니 0순위는 집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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