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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기막힌 우연

#2

by 복지학개론

'갑자기'의 이름을 지어주어야 했다.

사람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 그의 생애를 책임질 아주 중요한 인생 첫 고난과도 같은 일이었다.

종교적 차이로 나와 부모님은 의견이 대립되곤 한다.

불교를 믿는 부모님은 아이의 출생일과 시간 등을 따져 사주에 맞는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기독교를 믿는 나는 우리가 부르기 쉽고 나름 뽀대(?) 나는 이름을 짓길 원했다.

대부분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데 우리 집은 '자식을 이기는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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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제일 강했어..."



나의 뜻은 버려지고 부모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짓기로 결정했다.

대신 나도 부모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마음에 이름에 딱 한 글자를 제안해 본다.

"아버지, 큰 애가 '윤택할 윤(潤)'자로 끝나니 둘째도 윤자로 끝나는 이름을 짓고 싶어요."

우리 아버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이야기가 통한다.

"너의 마음 받아, 윤으로 끝나는 이름을 지어보자."

집안 풍습에 따라 이름에 돌림자를 사용했어야 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봉착했다.

아버지의 형제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사촌들도 너무 많은 우리 집안에 사촌들이 낳은 조카들도 엄청 많았다.

때문에 예쁜 돌림자 이름을 모두 조카들이 사용하고 있기에 돌림자를 포기하기로 했다.

항상 좋은 일만 생기라는 의미를 담아 좋은 이름을 지었다.




멋진 이름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한문으로 쓰인 둘째의 이름을 들고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동사무소로 향했다.

내 이름 밑으로 또 한 명의 가족이 생겼다는 느낌의 감동은 아마 이때 가장 크게 받는 것 같다.

신고가 끝나고 난 뒤 받아보는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에 네 번째 줄에 적힐 둘째의 이름을 기대하고 있었다.

"출생신고를 하려고요."

"여기 서류 작성하시고, 병원에서 서류받아 오셨죠?"

동사무소 직원이 알려주는 데로 필요한 서류와 함께 작성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제 둘째의 주민번호를 받을 차례였다.

"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니까... 주민번호는 이렇게 나오네."

직원은 무언가 적힌 종이를 보며 아이의 신상정보에 따라 주민번호를 조합해서 만들어냈고, 완성된 주민번호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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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셔, 공무원 양반."



하지만 그 번호를 보고 나는 놀랐다.

"저기... 주민번호 뒷자리 가요..."

"왜요?"

"지금 저에게 주신 뒷자리 번호가 34xxxxx이거든요."

"그런데요?"

"우리 큰 아들이랑 똑같은데, 상관없나요?"

"생일은 다르잖아요?"

"생일은 다른데, 뒷자리 번호가 똑같아서요. 문제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생일이 다르니까 상관없어요."

"우와..."

정말 신기했다.

두 아이의 주민번호 뒷자리가 똑같았다.

이 것은 두 아이가 정말 의좋은 형제처럼 사이좋게 성장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얻게 만들었고 이상하게 내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두 아이의 생일만 다른 주민번호, 이런 기막힌 우연이 또 있을까!

둘째는 분명 복덩이고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징조와 신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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