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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아들의 아빠로 살아가기
04화
갑자기, 그냥 화가 났었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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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학개론
Jun 24. 2021
가끔 사람은 누구나 아주 소소한 것에 중요함과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마치 그 자리에서 원래 계속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한, 지속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일단 우리 주변부터 살펴보자.
가족이라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1차적 집단이며 이 집단의 상태에 따라 사회적으로 안정화가 된다.
그렇다면 가족의 구성원은 서로에 대해 서운하지 않고 불평이 생기지 않도록 섬세하게 보살펴주며 양자 간 화합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의 의견이 충돌하거나 상황적으로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주며 행동을 지켜봐 주어야 한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며 살아온 집사람과 나이가 어린 자식에게도 이런 이해심은 무조건 필요하다.
그게 남편이자 아빠가 되는 현실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살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꿈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현실이었다.
가족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간다는 것은 굉장히 행복하고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연년생을 키우느라 약 2년 가까이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었고 아이들에게는 비행기를 타보는 경험과 육아 스트레스로 힘들어할 집사람의 기분전환 겸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멀리 해외로 가고 싶었지만 시간적 이유와 개인적 이유로 국내여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가장 의미 있는 날을 찾던 중, 달력에 적힌 한 날이 눈에 들어왔다.
"10월 15일, 갑자기 생일!"
찾고 찾던 최적의
날이었고 첫돌을 맞이한 갑자기를 축하하고 싶었다.
떠나자, 비행기 타고 바다 건너 제주도로!
청주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약 1시간의 비행을 제주공항에서 멈췄다.
10월의 제주도는 약간 쌀 살 했지만 추운 편은 아니었고 걷다 보면 오히려 등에서 땀방울이 흘렀다.
용두암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의 신나는 제주도 탐방이 시작되었고,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예전에도 몇 번 가봤지만 갈 때마다 새로움을 느낀다.
가본 곳도 또 가보고 못 가봤던 곳을 찾아 탐험하듯 돌아다니다 보니, 많은 피로감을 느꼈을 때쯤이었다.
2박 3일로 여행을 떠나 둘째 날이었던 바로 그날, 점심을 먹기 위해 한 유명 식당 앞에 도착을 했을 때쯤...
큰 아들이 떼를 쓰면 보채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승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떼를 쓰며 울고 있는 큰 아들의 행동이 얄밉게 보였다.
"아들, 왜 그래?"
"몰라, 몰라!"
"말을 하란 말야, 짜샤!"
울고 불며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정확하게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떼를 쓰는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몇십 분을 우리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점점 짜증이 몰려왔다.
심신이 살짝 피곤한 상태에서 큰 아들의 떼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었고 곧바로 큰 아들의 두 손을 꽉 잡고 목청이 올라간 상태로 말을 했다.
"너 자꾸 왜 이래?! 똑바로 말 안 해?!"
울고 있던 큰 아들은 겁을 먹었는지 훌쩍이기 시작했고, 울먹이며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울먹이며 말하는 그 소리가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나는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똑바로 말해!"
"......"
고함에 큰 아들이 내 눈치를 보는 듯했다.
나는 노려보
며 그만 떼를 쓰라는 묵언의 눈빛을 보냈고 큰 아들은 울음을 멈췄다.
나의 훈계가 먹혔다는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 때쯤, 우리를 지켜보던 집사람이 나에게 말을 한다.
"그래서 애 기가 죽니?"
"왜?"
"애가 뭐하고 싶은지 물어봐야지, 무조건 소리만 지르면 애가 말을 하냐고?"
집사람의 말은 내가 너무 과하게 혼을 내고 있다는 뜻, 아이의 심정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윽박만 지르며 애를 겁먹게 했다는 것을 질타하는 뜻의 말이었다.
내 옆에서 울음을 멈춘 큰 아이를 쳐다봤다.
이제 3살, 만으로 2살이다.
큰 아들은 언어지연이 살짝 있었지만 그래도 말을 트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 2살 아이에게 자신의 불만을 정확하게 말하라며 오히려 내가 어른스럽지 못하게 아이에게 떼를 쓴 것 같아 부끄럽기만 했다.
그때 다짐한 게 있다.
"내 절대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않으리...."
훗날, 이 다짐은 애들이 잘못했어도 훈육하지 않는 나를 집사람이 강력하게 비난하게 만들었.... 쿨럭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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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발달장애
에세이
Brunch Book
발달장애인 아들의 아빠로 살아가기
02
갑자기, 기막힌 우연
03
갑자기, 간과하고 있었어
04
갑자기, 그냥 화가 났었어
05
갑자기, 늦을 수 있어?
06
갑자기, 관찰
발달장애인 아들의 아빠로 살아가기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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