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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늦을 수 있어?

#5

by 복지학개론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인간 발달이 무의식 속의 본능에 의해 추구된다고 하였다.

즉, 어렸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5세 이전 모든 심리는 발달하게 되고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에 의해 성격이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현재 프로이드의 주장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의 제자인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은 꽤 인정받고 있다.

에릭슨의 주장은 인간이 살아감에 사회환경적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성격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5살 때 경험으로 얻은 성격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지는 않다.

에릭슨의 주장처럼 살면서 성격이 변화하고 있을 뿐이지.

우리들에게 이런 주장은 갑을론을 따지듯 이야기되지만, 만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아에게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조금 늦다는 생각이 들 때, 부모는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나의 경험상 갑자기의 늦음은 달팽이와 같은 것이 생각했었다.

달팽이처럼 늦지만 뭐든 해낼 것이라 확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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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하겠지~"





갑자기가 두 돌이 지났을 때다.

두 돌이 지났다는 것은 벌써 3살이 되었다는 이야기고, 일반적으로 다른 아이들처럼 또는 큰 아이처럼 어느 정도 말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갑자기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아주 단순한 음성이었다.

"어우~ 어우~"

물을 달라고 해도 어우, 밥을 먹어도 어우였다.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누군가를 부르기는커녕,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있는 장소만 빤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조금 이상했다.

"오빠, 갑자기는 왜 이렇게 말이 늦지?"

"하겠지."

"엄마, 아빠도 안 하잖아. 병원에 가봐야 하나?"

"기다려. 조금 늦나 보지."

사실 큰 아이도 말이 느렸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기에는 세 돌이 지나고야 가능했으니, 누구 말대로 나와 집사람 집안에 말이 늦었던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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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있는 삶이 좋아."



그러던 중, 갑자기가 혼자 걸어가다 바닥에 넘어지게 된 일이 있었다.

"쿵!"

"어머, 우리 아들 넘어졌네."

집사람은 당연히 울음을 터트릴 것이라 예상하고 갑자기를 달래기 위해 다가갔다.

하지만 울음은 없고 무표정만이 집사람을 맞이한다.

"안 아파? 왜 안 울어?"

"어우~ 어우~"

절대 울지 않는 녀석. 까지고 깨져도 절대 울지 않는 녀석이었다.

갑자기의 성장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란 생각은 단 1도 하지 않았다.

단지...

엄청 느린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또 그러던 중, 어느 날은 자기 혼자 빙글빙글 돌며 웃기 시작했다. 저렇게 빙글빙글 도는 행동을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하기 시작한다.

갑자기의 행동을 관찰하던 내게 불현듯 떠오르는 알파벳이 있다.

ASD(Autism Spectrum Disorder)

'신경발달장애'의 일환으로 아동의 초기 발달 단계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일단 이 증상은 대표적으로 사람끼리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친구 또는 또래와 놀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반복적인 행동을 하고 종종 공격적인 행동도 보인다.

내가 ASD를 의심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와 눈도 잘 마주치고 형에게 같이 놀자고 팔도 잡아당기며, 물건을 달라고 말은 못 하지만 손가락을 가리키는 등의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오빠, 혹시 그 자폐..."

집사람의 질문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됐어! 느린 아이들이 있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병원 가서 검사라도..."

"됐다고! 갑자기는 달팽이 같은 녀석이야. 천천히... 그러면서 할 건 다 하는 녀석이라고."

그래도 혹시 의심을 해봐야 했었다.

바로 '자폐스펙트럼 장애(ASD)'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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