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에게

당신에게 건네는 한 뼘 위로

by 김민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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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쓰는 건 작가만이 아니죠.

농부는 땅의 이야기를 듣고

어부는 파도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죠.

판사는 이야기를 해석하는 사람이며

경찰은 타인의 이야기를 해치지 못하도록 지키죠.

간호사는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돕는 사람이며

호스피스는 이야기를 무사히 마치도록 해주죠.

요리사는 이야기를 이어갈 연료를 내어주고

수의사는 말 못하는 생명의 목소리를 듣죠.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의 낮은 목소리를 듣지요.

용접공은 불꽃으로 철판에 이야기를 쓰고

프로그래머는 알고리즘으로 이야기를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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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두가 지은이죠.

저마다의 삶에 깃든 문장이 모여

세상이라는 이야기가 되지요.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아가죠.

서로의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면

세상은 근사한 노래를 들려주겠죠.

당신 역시 하나뿐인 이야기의 주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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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피처럼 이야기는 ‘흐름’으로 생명을 얻어요.

뜻밖의 사건이 있어야 하고

바라지 않은 만남과 이별을 통해 나아가죠.

시작과 끝을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장면을 결정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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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바다가 되듯이

이 순간도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숨결은 물길 되어 나아가지요.

상처 입어도 별은 빛을 잃지 않지요.

시간을 내던져 꽃을 피우고

마음을 불태워 봄을 부르는 거예요.

선물 받은 말의 입 속을 들여다보지 않기로 해요.

공짜로 얻은 삶을 나를 위해 쓰는데 집중하기로 해요.

지금 이 순간에 깃든 기쁨에 입을 맞추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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