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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리미 Oct 22. 2023

여전히 바람에 쉽게 나부끼는 나뭇잎일지라도

울타리 밖에서 무사 생존하기


 위태롭다. 아슬아슬하다. 외줄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다. 쓰러진다. 넘어진다. 이내 앞으로 꼬꾸라져 바닥에 딱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다시 일어설 결심을 하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린다. 어찌어찌 마음을 굳게 먹더라도,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를 쓴다. 애쓴다. 한 발짝 두어 발짝 내딛는다. 그렇게 나아간다.


 하루 또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그저 쉽사리 스쳐 지나가는 나날들일지도 모른다. 나의 어느 하루만 들여다보아도 불쑥 나를 찾아오는 고통과 괴로움, 무수한 고비들을 무사히 넘기는 것이 성취하기 까다롭지만 꼭 이뤄야만 하는 목표이다. 그래야 내일이 올 테니까!





 2020년 가을, 죽음의 강을 스스로 건너기 직전에 극적으로 발견되어 구조당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돌봄을 받으며 응급 상태가 어느 정도 치료된 후, 울타리 문을 열고 밖으로 터덜터덜 나오게 되었다. 울타리 밖은 깜깜한 밤의 정글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무섭고, 어떤 맹수가 나를 언제 덮칠지 조마조마 두렵다. 그렇게 1초가, 1분이 흐르고 흘러 새벽에 도달한 듯하다. 여명이 밝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까지 나는 살아 있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며, 반드시 살아낼 것이다.

 비겨도 좋다. 이기면 더 좋겠지. 지지 말자. 지지 않고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또 한숨을 들이켜고, 내쉬어 이 순간을 살아낸다. 응원한다, 나를. 그리고 밤의 정글을 지나고 있을, 여명을 기다리는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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