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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리미 Jul 21.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전팔기 재도전 (3)

양극성장애 환자의 고군분투 직업 탐방기 3탄


7.5. 대학교 조교, 이어진 이야기


 실습 한 과목을 담당하는 조교 역할이었다. 야물딱진 전임자 선생님의 똑 소리 나는 인수인계 덕분에, 나중에 오롯이 나 혼자 일하게 되더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70% 정도 슬며시 자라났다. 나머지 30%는... 어찌어찌하다 보면 채워지겠지? (경기도 오산이었지만)


 전임자 선생님이 떠난 후, 실습 과목의 담당자 이름으로 내 이름 석 자가 새겨졌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실습 모형의 다리가 갑자기 고장 나고, 몇 억 짜리 시뮬레이터 실습 마네킹 통신 상태에 문제가 생겼으며, 그 외에도 자잘하게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저 묵묵히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것이 모범답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나 자신 내부의 제어 시스템 또한 시나브로 ‘비정상’ 방향에 가까워지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비정상 신호가 누적되던 어느 날, 그날의 수업을 다 마치고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느닷없이 나를 덮쳤다. 땅이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고, 생각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한 듯하여, 몸도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허우적거리던 그때, 스치듯 떠오른 연구 선생님의 한 마디, “힘들 땐 언제든지 즉시! 연락할 것”. 그렇게 나는 연구 선생님께 SOS 요청을 드렸으며,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필요시 복용하는 항불안제를 겨우 삼켜내고, 얼마간의 시간을 의자에 푹 삼켜진 상태로 보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을 때, 당시 나의 질병을 모르시던 직속 상사 교수님께 대충 둘러댄 후 1시간 정도 이른 퇴근을 하였고, 나의 연락을 받고 재빠르게 달려온 보호자와 함께 나의 병원 응급실에 도달하게 되었다. 응급실에서 입원 처방을 받았으나, 내 의지로 이겨내어 출근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응급실 자의 퇴원을 하였다. 그 후로 3일간 출근을 어영부영하였으나, 결국 상태 악화로 재방문한 응급실을 경유하여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후 무사히 퇴원하여 인수인계까지 마무리 지은 후, 교문을 영원히 나서게 되었다.


 이 글을 읽으시게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상냥하게 이끌어주신 전임자 선생님, 바통을 잘 이어받아 주신 후임자 선생님, 그리고 나를 이해하려 노력하시고 내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늘 말씀해 주신 직속 상사 교수님까지.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다.

 



8. 비만클리닉 간호사


 폐쇄병동에서 퇴원한 후 이듬해 봄, 다시 일어나 걸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제는 ‘아르바이트’라는 종목에만 도전하기로 보호자와 약속했다. 너무 무거운 짐은 애초에 배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렇게 찾은 아르바이트는 비만클리닉 시술팀의 간호사 자리였다. 면접 시 면접관이셨던 팀장님께서 정규직과 아르바이트는 분명 다르다고, 특히 ‘책임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셨다.


 안타깝게도 실무에서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하였고, 상상 그 이상으로 무게감이 제법 무겁게 느껴지는 직무였다. 이를 재빠르게 인지하고, 시작한 지 일주일 조금 안되어서 나는 백기를 들었다.




9. 약국 보조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정말 말 그대로의 ‘아르바이트’이다. 주 3회 출근, 하루 4시간 근무, 약제실의 잡무 담당, 혹은 가끔 약국 데스크에서 계산을 도와주는 정도의 보조 업무. 물론 월급은 정말 작고 소중한 정도이다. 하지만 나와 보호자는 지금 하는 일 정도가 나에게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족도 100% 달성이다!


 이곳에서 나의 사회생활 능력치의 초석을 부지런히 다져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준비를 하려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약국 아르바이트는 나의 최종 목적지가 아닌, 다음 단계를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레이스를 위하여 무릎 꿇고 신발 끈 다시 꽉 묶는 준비의 시기. 다시 달리기 위한 체력을 단련하는 시기. 몸과 마음의 체력을 넉넉히 키워, 다시 출발 신호가 울릴 때 후회 없는 경주를 펼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양극성 장애 환자의 고군분투 직업 탐방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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