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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리미 Dec 13. 2023

등산과 글쓰기

글쓰기 초심자가 바라본 등산과 글쓰기

 등산과 글쓰기는 소중한 나의 취미들이다.


 이 두 가지 취미의 시작의 이유는 ‘그냥’이었다. 동네에 오름직한 산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냥 오르곤 했다. 꽃 피는 봄에는 학교에서 소풍으로, 날 좋은 날에는 엄마 손 붙잡고, 어느 정도 컸을 땐 그냥 혼자 놀멍 쉬멍 오르내리던 산이었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누구나가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깃들여지는 것이다. 특히 뭐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럴싸하거나 거창하지 않더라도 그저 몇 글자씩 끄적이는 행동을 즐겨 하곤 한다. 그렇게 그냥 시작되었다.


 등산과 글쓰기는 처음엔 최소한의 도구만 있어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적당한 운동복과 운동화, 그리고 종이와 펜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장비병이 도지기 시작하면, 가령 값비싼 등산복과 장비들이라든지, 좋은 사양의 아이패드나 노트북, 혹은 글이 잘 써질 것만 같은 키보드 같은 것들을 야금야금 사 모으게 된다. 장비들을 나열하다 보니, 나도 어느 정도의 장비병을 앓고 있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다양한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너무 덥고 습한 날이나 해가 지나치게 쨍한 날, 그 반대로 꽁꽁 얼 정도로 추운 날 같은 경우에는 산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 글쓰기를 집에서 한다면, 해야 할 집안일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경우라든지, 카페나 개인 작업실에서는 에어컨이나 히터의 세기가 선을 넘는 경우에도 글쓰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행위는 한 글자 한 단어 골라 쓰는 모습과 닮은 듯하고, 산에서나 글쓰기에서나 길을 잃을 수 있겠지만 결국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바로잡는 과정을 겪을 수도 있다. 산을 오르기 전이나 중간중간 틈틈이 무언가를 섭취하여 영양소를 공급해야 한다면, 좋은 글은 좋은 영양분 역할이 되어줄 수 있으므로 꾸준한 읽기를 실천해야 한다.


 어느 산의 정상에 올라 야호 한 번 소리친 후 맞이하게 되는 건 내리막길이다. 오르막길도 힘들지만, 내리막길을 조심하지 않으면 부상을 입을 수가 있다. 글을 내키는 대로 쭉 쓰다 보면 얼렁뚱땅 글이 완성이 되곤 하는데, 그 정상을 맛본 후 탈고의 과정을 거쳐야만 제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등산과 글쓰기에 종종 소원해지고, 멀어지는 순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돌고 돌아 맨 처음에 내가 꺼낸 ‘그냥’의 이유에서, 나는 찾을 수 있다. JUST DO IT! 또다시 ‘그냥’ 재시작 버튼을 누르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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