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다른 것을 입어도 괜찮을까?
수트(Suit)가 남자의 갑옷이라면
셔츠(Shirt)는 남자의
브래지어와 같다.
1. 남성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아이템, 셔츠.
셔츠만큼 남성미를 잘 드러내는 아이템이 있을까요? 각종 미디어에서 섹시한 남성을 그려내는 이미지를 가만히 떠올려보면 그들은 항상 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모 남성 잡지에서는 여성에게 섹스어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으로 화이트 드레스 셔츠를 꼽기도 했죠. 공식 복장이 수트인 우리나라 남성들도 셔츠를 입을 일이 많은 만큼, 셔츠에 대한 논란과 궁금증 또한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셔츠에 대한 논란과 궁금증 또한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2. 셔츠 착용과 관련한 서구 복식 논리.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의 중심이 되는 질문은 바로 ‘셔츠 안에 다른 것을 입어도 괜찮은가’ 하는 것입니다. 서구 복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항상 ‘NO’라고 대답합니다. 서구 복식 논리에 따르면 셔츠는 속옷의 개념이므로, 속옷 안에 다른 것을 입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러한 행위는 정해진 복식 룰을 어기는 ‘비매너 행위’ 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서구 복식 논리에 따르면 셔츠는 속옷의 개념이므로, 속옷 안에 다른 것을 입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입니다.
3. 셔츠 착용 원칙과 우리나라의 상황적 특성.
그렇다면 우리는 얇은 셔츠에 비친 거무스름한 유두와 겨드랑이 땀 자국을 항상 당당하게 드러내야 하는 것일까요? 원칙이란 것은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 원칙을 수립하는 데에는 상황이 고려되게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상황적 변수 아래에선 원칙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서양에서 셔츠를 속옷 개념으로 입기로 한 원칙 이면에는 서늘하고 변화가 적은 날씨라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가슴 근육이 발달한 신체적 특성 덕분에 ‘꼭툭튀’할 일도 별로 없었겠죠.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고온 다습한 여름과 빈약한 상체로 말미암아 땀 자국과 민망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뷰(view)를 겪게 하는 것이 과연 매너에 부합되는 것일까요?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뷰(view)를 겪게 하는 것이 과연 매너에 부합되는 것일까요?
4. 결국 '멋'이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논리와 매너를 떠나서도, 셔츠 안에 다른 것을 입는 것은 멋스럽지가 않으니까요. 안에 티셔츠나 런닝 셔츠를 받쳐 입으면 으레 그 실루엣이 비치거나 주름이 지게 됩니다. 화이트 셔츠 안에 검은색 티셔츠를 매치하는 것은 고등학생들에게나 허용된 것이지, 젠틀맨에겐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논리와 매너를 떠나서도,
셔츠 안에 다른 것을 입는 것은
멋스럽지가 않으니까요.
5. 원칙과 멋을 동시에 지킬 해결책.
‘그럼 도대체 어쩌라고?’. 결국 두 가지 해결책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겨땀 패드’와 ‘꼭지 가리개’ 를 매일 부착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두 번째 해결책은 바로 ‘옥스퍼드 셔츠’를 입는 것입니다. 두껍고 원래 구김이 많이 가게 제작된 옥스퍼드 셔츠를 입으면 안이 비칠 염려도, 셔츠 구김에 대한 염려도 없습니다. 특히 옥스퍼드 셔츠는 딱딱한 정장차림뿐만 아니라 데님이나 면 팬츠에도 잘 어울리고 훨씬 활동적이기까지 하죠. 타이를 매치해도 되고, 카라에 부탁된 버튼을 잠궈서 그대로 입어도 됩니다. 원래는 폴로 경기를 하면서 입기 위해 고안된 것이니 만큼 친구들과 운동을 할 때 입을 수도 있겠죠.
해결책은 바로 ‘옥스퍼드
셔츠’를 입는 것입니다.
6. 결론 : 옥스퍼드 셔츠를 입자.
결국 셔츠를 입는 룰에 대한 케케묵은 논의는 옥스퍼드 셔츠를 입음으로써 종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옥스퍼드 셔츠를 입으면 여러분은 서구식으로도, 우리나라 식으로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젠틀맨’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덤으로 멋스럽고 편하기까지 하니, 우리 모두 다가오는 봄날엔 옥스퍼드 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by CLNA
[출처] 셔츠 안에 다른 것을 입어도 괜찮을까?|작성자 HELLO GEN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