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토지』를 읽습니다

오늘 제법 기특합니다.

by 글터지기

벌써 1월을 마무리하는 시점입니다.

새해에는 『토지』 완독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토지』를 처음 읽은 건 군에 입대해서입니다.

그리고 거의 20년이 지난 2017년,

두 번째로 책을 펼쳤습니다.


두 번 읽었다고 내용을 다 아는 것도 아니었고,

그 시대의 배경과 흐름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2024년인가에

'윌라 오디오 북'에서 완간으로 세 번째 읽었지요.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것 같았으니

이제야 흐름 정도는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다 '토지 완독 챌린지' 참여자를

모집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이왕 책도 있으니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에는 꼴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쓰는 사람의 자리'에서 읽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하루 한 문장,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필사해 보자는 작은 다짐도 함께였습니다.


같은 책을 네 번 읽는 셈인데,

읽을 때마다 이토록 낯설고

새롭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처음 읽었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말 그대로 패스,

두 번째에야 겨우 줄거리를 따라갔고,

오디오북을 통해서야 흐름을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네 번째 읽는 이 시점에서야

등장인물들의 '내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은 치수가 되었다가,

어느 날은 윤보가 되고, 또 환이가 됩니다.


무엇이 이 책을 이렇게

다르게 읽히게 만드는 걸까요.


지금까지 소설의 배경화면으로만 읽히던

인물들과 상황들을 이제야 제대로 보입니다.


그동안은 소설의 배경화면처럼

스쳐 지나가던 인물과 사건들이

이제야 제 눈앞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을 역사적 맥락과 함께 들여다보게 되니,

이번 네 번째 읽기는 유난히도 의미가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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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이제 3권을 읽겠구나 싶어

서재에서 책을 꺼내 책상 위에 펼쳤습니다.


그런데 책장 한쪽에 남아 있는 메모를 보니

2017년, 머리에서 이상한 혹이 발견되어

입원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읽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망각이라면 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퇴원하며 '다시 사는 인생'이라고

스스로 말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과연 그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는

문득 자신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다시 『토지』를 읽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

다시 사는 인생이라는 말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챌린지가 끝나는 날에는,

제게 원고지 노트 한 권은 남을 겁니다.


행여, 남지 않는다 해도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

흘려 지나는 것 같지만 콩나물 자라듯이

저도 자라고 있지 않을까.


나, 오늘은 제법 기특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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