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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Nov 08. 2024

신에 맞선 12인 - 윌리엄 볼리토

신이 정해준 운명을 거부한 사람들

# 01.


위대한 왕의 아들로 태어난 알렉산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자신을 수련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 도시국가에서 볼 수 있는 훌륭한 왕자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조금 독특한 점은 어머니 올림피아스 때문에 비민족주의라는 사고방식을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모험가 기질을 가진 이에게 가장 큰 부담인 배타적 애국심을 떨쳐버릴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또한 본인이 신이라고 굳세게 믿게 된다.


이러한 유산들은 알렉산드로스가 왕이 되고 정복전쟁을 지속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결국 그는 망상에 빠져 남을 의심하고 안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어린 시절에는 알렉산드로스를 비롯하여 정복 전쟁을 통해 제국을 설립하거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역사에 큰 변화를 일으킨 사람들을 좋아했다. 아마도 내가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나와 다른 매력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동경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신뢰하고 모든 것을 절제하고 관리하며, 이상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것만이 훌륭한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삶을 살다가 한순간 망가져버리는 사람을 수도 없이 봤다.


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에는 '적당히' 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은 무한하게 발전할 수 없고 매번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로스는 거대한 제국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끝없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지만, 결국 그의 최후는 볼품없었고 거대한 제국도 쪼개졌으며, 자신의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자녀는 목이 잘려 생을 마감한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살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그에 대한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사람은 한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것을.

자신이 고통스럽거나, 타인이 걱정하면 지금이 한계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른 길을 찾는 것 또한 훌륭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 02.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의 파멸은 원동력의 과열과 욕구와 소유 사이의 균형 변화로 인해 발생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삶의 균형성이 중요하다는 점과 욕구보다 소유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삶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생각했다.


본인이 추구한 이상을 이루고 싶다는 욕망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본인의 이상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던가.


인간은 자신의 꿈과 희망, 이상을 포기하는 순간 파멸하고 만다.



# 03.

"어떤 방식으로든 유년 시절에 새겨진 인상은 호감과 혐오, 동기 혹은 욕망이라는 신비로운 비밀. 즉 성격을 이루는 원소가 된다."(p.171)


공감해서 따로 기록을 남긴 문장이다. 현재 나를 괴롭히는 감정과 생각들의 시발점을 떠올려보면 유년 시절에 새겨진 것들이었다. 삶은 연속성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로 분투하고 있지만, 때로는 깊은 외로움과 공허에 빠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 때도 있다. 유년 시절에 새겨진 요소들은 쉽게 변치 않는다.


그럼에도 결국 끝없이 투쟁하여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된다.



# 04.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은 비난과 조롱을 당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독특함'은 저항을 이겨내야 피어날 수 있다.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즐기고 이겨낼 수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 05.

"간단히 말해서, 그녀에게는 행운과 판단력이 있었으나 도덕성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탐욕스러운 모습의 혼란함으로부터 강한 의지를 불어넣어 인간 역동성의 어두운 문제를 해결했다."(p.207)


도덕성이 없어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끝은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도덕성을 지킨다는 것은 언제나 힘들고 괴롭다.



# 06.

철저히 이성이 강조되었던 18세기에 사람들은 오히려 각종 미신, 초자연적인 현상에 집착했다. 기존 관념이 무너지며 발생하는 절망과 불안 그리고 혐오 때문이었다.


사람은 자신의 믿음과 관념이 무너지면 희생양을 찾거나 잘못된 미신을 추종한다. 항상 그런 시기에 세상은 많이 변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혹시 18세기와 같은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앞으로 5년, 10년 뒤의 세상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 07.

칼 12세의 삶을 살펴보면 '롤 모델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는 알렉산드로스의 작은 생활 습관까지 따라 할 정도로 그를 신봉했다. 칼 12세도 모험가 성격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왕이 된 초반에는 국정운영에도 관심이 없어 보였고 말도 없었다고 한다.


"어둠과 침묵은 종종 무로 오인되기도 하기 때문이다."(p.236)


하지만 국가에 위기에 놓이자 그는 침묵을 깨고 자신의 롤 모델. 알렉산드로스가 그랬듯이 모험가이자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난공불락의 보루를 점령하고, 오를 수 없는 곳을 오르고, 비논리에서 논리를 찾는 일이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어찌 되었건 이것이 바로 모험의 본질이다."(p.241)


그는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적들을 물리치고 영토를 확장한다. 그는 진정한 모험가였고 알렉산드로스처럼 살며 기적을 찾아 나섰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얻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만 좇으며 살았기 때문일까? 그는 전선의 흉벽에서 전투를 준비하다가 단 한발의 총알에 쓰러진다.


"진정으로 고귀한 사람은 약간의 백치미 같은 것이 있어야만 가장 상식적인 비천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p.257)



# 08.

나폴레옹 3세 이야기를 읽으며 깊은 생각에 빠지지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을 기록한다.


"이와 달리 전쟁과 평화, 정부 교체 등 모든 심각한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목소리를 낼 때는 폭도들의 함성처럼 거칠거나, 그 안에 증오나 웃음 또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p.324)


모든 혼란에는 증오와 분노만 있지 않다. 그 안에는 사랑, 웃음, 기쁨도 존재한다.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안한 지금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안에는 소소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힘들지만 이러한 부분을 생각하면 삶을 조금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루이와같이 의지가 강한 자에게 투옥은 선입견을 강화하고 종종 기존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추가하는 계기가 된다."(P.328)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이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들은 고난을 기회로 만든다. 이는 나폴레옹 3세뿐만 아니라 앞서 봤던 인물들도 그랬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불안과 걱정 그리고 두려움을 버텨내거나, 아예 신경 쓰지 않는 사람만이 큰 업적을 남긴다.


한편으로 그런 그들의 삶이 부러워 모방하지만, 이내 모든 사람이 그런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그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 에필로그.

신이 정해준 운명에 맞서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이상을 추구한 사람들은 불굴의 의지,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무모한 도전 등 모험가의 기질을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면서도 이내 자신은 운명에 순응해야 되는 사람인 것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간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번 글을 읽으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자신의 이상은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의 이상이 존재하는가와 그것을 쫓는 삶을 살고 있는가다.


신에 맞선 사람들도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는 순간 삶이 흔들렸고 결국 파멸을 맞이했다. 평범한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내면서도 자신만의 이상이 있는 사람은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반면 그 이상이 꺾이고 포기한 사람은 어김없이 권태, 우울 등 삶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고 죽는 그 순간까지 생기 없는 죽은 삶을 살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크기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이상을 가져야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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