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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x May 13. 2020

순례길 前_이건 꼭 챙기시길(1)

준비하는 자세 / 신발 / 양말 / 백팩


순례길을 다녀오면 대부분 하는 소리들이 있다.


"다신 그렇게 짐 안싸야지"

"다음엔 더 가볍게 가야지"

(대충 다음에 또 가겠단 소리)


나도 그랬다.

지금은 아주 가볍게 갈 자신이 생겼.


30일 넘는 일정을 걷는건 태어나 처음이니까

정말 필요한게 뭔지 몰라서,

검색에 의존할 수 밖에.

구글에서 각종 블로그에 올라온 순례길 글들과

까미노프렌즈 라는 산티아고 최대 커뮤니티에서 많은 정보들을 찾았다.


하단 이미지는 검색하면서 나온 준비물들이다.

최종 약 40여 가지의 물품을 구매 혹은 대여(지인에게)했다.

약 4-50여 가지의 준비물 리스트. 저게 한 배낭에 다 들어가다니.


걸으면서 느낀것 중 가장 필수품은

등산화 / 물 팩 / 배낭 / 옷 / 모자 / 선글라스 / 선크림 / 침낭 / 양말 / 판초우의 / 헤드램프 / 수건 / 약(지사제, 타이레놀) / 슬리퍼 / 스틱 / 쿨토시 정도였다.

그리고 +a로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유성 매직이다.

(유성매직은 차후에 알랴드림)


어떤 것들을 사야 하는지 찾아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아, 그래서 뭐 사라고!'였다.

'이러이러한 걸 중점으로 보셔야 하고, ~한 상품을 찾아보셔야 합니다'은 솔직히 서터레스였다.

언제 그 물품들을 만져보고 알아보고 다닙니꽈!

(라고 말하고 나서 보니까 신발 신어보러 두 번 가고 가방 매러 세 번 갔네요)


차라리 뭘 샀는지, 그게 왜 좋았는지 알려주는 게 편하더라.

그래서 저도 제가 뭘 왜 샀는지 알려드립니다.

가장 필요했던 물품 위주로.


그리고 그전에,

다녀와서 느낀 점부터 듣고 가시라.

행복함을 조금이나마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랄까.

그리고 돈도 아낄 수 있(을수 있)다.

(과거의 나, 듣고 있나?)


무엇을 잃어버려도 속상하지 않을 정도의 제품을 가져가라

같이 걷는 외국인들 중에서

'와 저러고 걷는다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챙겨 온 게 별로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근데, 진짜 편해 보인다. 그렇게 편해 보일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문득 내 배낭엔 뭐가 들었는지,

뭘 위해 한가득 싸와서 땀을 내고 힘들어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본인이 가지고 온 무게만큼 땀을 흘리고, 힘들어진다. 아주 진실되게.


물품을 잃어버릴 가능성은 아주 많다.

알베르게에선 수십 명이 같이 잠을 자고, 신발은 모두 모아 한 곳에 보관되는 경우도 있으며,

스틱은 보통 전체 한 곳에 전부 모아두기 때문에 헷갈려서 가져가거나 심하면 훔쳐가는 경우도 있다(훔치는건 여권이 제일 많긴 하지만).


그리고 제일 많이 분실하는 경우는 깜빡하고 두고 올 때이다.

걷다가 중간쯤에 깨달으면 아주 난감하다. 그걸 찾으러 버스로 왔다 갔다 하기에도 애매하고, 버스 타고 돌아갔다가 걸어서 오는 것도 무리다. 알베르게는 보통 아침 8시 이후에 청소하기 때문에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전전끙끙 앓지 말고 쿨하게 돌아설 수 있을 만큼의 것들만 가져가는 게 좋다.


나는 선글라스와 충전케이블 2개를 잃어버렸다.

선글라스는 전날 잤던 알베르게(스페인하숙 나왔던 곳)에다 두고 왔는데, 찾으러 갔다 오는게 너무 애매해서 그냥 포기했다. 아디다스 선글라스였는데,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쿨하게 버릴 수 있었다.

(10만원 이상이었으면 넘었다면, 울면서 버스타고 돌아갔을)


자유로운 길이 됐으면 싶다.

무엇도 방해하지 않는 길을 걸으셨으면 좋겠다.

기대한 만큼 들고 오고, 해보지 않은 만큼 가져온다.

많이 들고 가서 가장 많이 버리고 오는 길이다.

짐도, 고민도, 생각도.

그 길에서 어떤 부담도 없이, 버려야 하는 것들을 버릴수 있길 바란다.


생각보다 버리기 힘들다.

필요없는 물품이 가득한 당신의 집처럼.

어떤 친구는 본인은 차마 버릴 수 없다고 해서 함께 걷는 친구들이 버려주기도(?)했다.


하지만 위의 고민을 제껴서,

이건 반드시 알려주고 싶은 것들 위주로 알려드린다.

나의 순례 삶의 질을 높여준 물품들.

걸을 때 아프지 않고 기분 좋게 다닐 수 있고, 다 걷고 나서도 춤추면서 놀 수 있을 만큼

상황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제품들을 기준으로 소개한다.




등산화 - 잠발란 레오파드 (294,000원)


사실 '등산화'계의 3대장이라고 불린다고 혹해서

제일 특이하고 눈에 마음에 드는 걸 샀다.

(이렇게 쓰고 보니 왠지 도움 안될 것 같은데)

근데 너무 비싸서 1번은 인터넷 주문으로, 2번 가서 신어보고 샀다.

매장은 집에서 1시간거리였다.


산티아고에서 찍은 사진. 신발에는 함께 걸었던 친구들의 사인을 받았다. 여러분들도 이렇게.


일단 고어텍스 재질로 방수가 되는 아이로 샀다. 생각보다 날씨가 궂어 하루에도 비가 왔다가 해 떴다가 하는 날이 며칠 있었다.(젖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이다. 그리고 저 날 하루 종일 비가 왔다. 그런 건 어쩔 수 없다.)

발목까지 올라오면, 부상의 위험이 적다. 사실 디자인이 예쁘다 보니 샀지 일부러 발목 오는 걸 고르진 않았다. 그런데 저 신발을 살 때는 18년 4월 즈음이었는데, 그 해 겨울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 다행히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 덕분에 불안해하지 않고 한 번의 접질림 없이 잘 걸었다.


특히 밑창(신발이 바닥에 닿는 부분)은 '비브람'이라고 하는 회사의 제품인데, 보통 좋은 등산화에 비브람의 밑창이 들어간다. 밑창의 딱딱함 정도나 모양 등은 다 다른데, 저 신발의 경우는 단단하고 무거웠다. 그래서 내구성이 좋아 오랫동안 신을 수 있었다. 이걸로 제주도 올레길과 순례길, 그리고 지금도 한국에서 야외 촬영할 때 항상 신고 간다. 순례길은 대부분 아스팔트 아니면 자갈밭이 대부분이므로 잘 걸었다. 하지만 한국의 바위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돌아와서도 한국의 산을 타실거라면 밑창 확인해보시고 타시길.


밑창이 단단하고 모양이 잡혀있어서 그런지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자연스럽게 몸이 앞으로 나갔다.(한 번 신어봤을 때 '와!' 했다. 그래서 산 이유도 있다)그래서 체력소모가 덜하다. 다른 신발들은 그런 느낌은  없는 대신 가벼웠다.


그러나 무게감이 상당해 피로감이 다른 신발에 비해 조금 있다. 산뜻하게 걷기엔 어울리지 않다. 괴한을 만났을 경우 도망가기에도, 발차기로 상대하기에도 무거운 무게다.(왜 이런걸 걱정하는건가)
 

바닥이 단단해서 그런지, 대리석처럼 미끄럽거나 흙처럼 부드러운 곳에선 잘 미끄러져 불편하다.(특히 젖어있는 곳은 더욱 위험!) 도시에서 신기에는 별로 좋지 않다.


물론 등산화가 걷기엔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800km 이상을 걷지 않을 것이라면, 러닝화나 등산 샌들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함께 걸었던 친구는 등산화를 신었었는데, 다음에 다시 간다면 가벼운 러닝화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다음에 간다면 호카오네오네의 신발을 사서 가고 싶다. 정말 가볍고, 스타일리시해서 도심에서 신기에도 적격이다. 근데 비싸다. 어휴!(응 내꺼도 비쌈)


신발에 함께 걸었던 친구들의 이름을 새겨놓으면 아주 좋은 선물이 된다. 검은색이나 어두운 색의 신발을 사면 함께 걸었던 친구들에게 사인 받기 힘들다. 그러므로 최대한 밝은 것들을 사시길.

물집 잘 안생기는 신발? 없다. 사실 어쩔 수 없다. 걷는 방법이 잘못돼서 그럴 수도 있고, 양말이 좋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으며, 충분히 건조하게 말려주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꽉 묶어서 신발과 발 사이의 공간이 없어도 생길 수 있다. 물집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인진지라면..? (바로 밑에)


신발을 살 때는 등산화 양말을 신어보고 사야 한다. 일반 양말보다 두껍다. 그리고 추천드리는 양말이 있는데, 이건 꼭 사가야 한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앞으로 추천해드릴 물 팩과 더불어 순례 삶의 질 향상에 아주 도움이 되는 녀석이다. 근데 이 양말은 2겹을 신어야 하므로 10mm 정도는 크게 신발 사이즈를 사셔야 한다. 물론 호카오네오네같이 일상생활에서도 신을걸 사실 거라면 한 겹만 신으셔도 된다. 근데 뭐 한 겹 두 겹 이러냐고? 하단을 보시라.



양말 - 인진지 세트 (2020년 2월 기준 15,700원, 3켤레)


발을 아주 편하게 만들어준 녀석이다. 신발도 중요하지만, 양말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은 처음 느꼈다.

부장님의  발가락 양말은 꽤나 효과적인 녀석이었다. 아저씨 픽은 기능성에서 믿을만하다.


장점은 / 쿨맥스 소재로 만들어져 발이 습하지 않게 만들어줌 / 발가락들이 서로 어깨빵하지 않게 도와주어 물집이 잘 잡히지 않음 / 게다가 2겹을 겹쳐 신어 꽤나 두꺼워지는데, 이게 완충효과가 어마 어마마마 / 무겁지 않고 가볍다 / 다 걷고 나서 도착했을 때 냄새 거의 안남(가끔 남)


단점은 / 빨래가 2배 드러난다는 불편함 / 부피가 꽤나 큼 / 벗기 귀찮음 / 한국에서 제조하기 때문에 그나마 여기가 저렴/ 유럽에선 더비 쌈 / 이 양말에 맞춰 신발을 살 경우, 사이즈 때문에 그 신발은 무조건 이 양말을 신고 신어야 함 (하나 순례길 한 번 걷고 나시면 다시 가고 싶을걸? 그럼 또 신고 싶을걸? 맨날 꺼내서 다시 걷고 싶을 거~얼?)


꽤나 많은 사람들이 신다 보니 함께 빨래를 돌렸을 경우 섞일 수도 있으므로 양말에 이름은 필히 써놓을 수 있도록 하자. 초등학교 때의 감성을 되살리며. 유치하게 나이 적고 (3학년 3반) 그런 거는 하지 마시라. 내일은 혼자 걷게 될 수도 있다.




배낭 - 오스프리 58L (약 14만 원, 인터넷)


'등산, 트래킹' 용으로 검색하면 제일 많이 나왔던 게 [그레고리 / 오스프리 / 도이터] 이랬던 것 같다.

그중에서 이쁘면서 저렴했던 게 오스프리라서 샀다.(OK몰에서)

그레고리 디자인이 더 맘에 드나, 비용이 좀 더 나갔고 도이터도 오스프리에 비해 조금 비쌌던 기억이다.


물론 다른 브랜드들도 많다. 한국에서 많이 쓰는 콜롬비아, 노th페이th, 블랙야크 등등.

되려 이런 곳들 매장이 많아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참고해보시길.

난 그런 애들은 뭔가 주말 산악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뭔가, 한국틱한 느낌이 안나잖아?  순례길에서도 외국인들이 사용하는걸 볼 수 있다.


순례길은 여행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트래킹이다. 내 경우엔 여행용 가방은 걷기엔 어울리지 않았다.

18년 와디즈를 통해 킬리에서 나온 블랙에디션을 50,60L 둘 다 구매해서 매 보았으나 오랫동안 걷기엔 불편한 느낌이 들어 바로 팔았다.


여행 가방은 기본적으로 짐을 정리하게 편하게 되어있다. 수납할 공간이 다양했다. 그러다 보니 무거워진다.
트래킹 가방은 수납공간이 많지 않으나 가볍고 오래 걷기에 편하다. (넓지 않다는건 아니다)

사진 오른쪽처럼 가방과 등받이가 떨어진 것이 좋다. 등에 땀이 많이 차지 않는다, 그거이 핵심이다.(차긴 찬다)

허리춤의 버클은 채웠을 경우 체중이 허리 쪽으로 분산되어 어깨의 부담을 줄여준다. 함께 걷던 친구는 허리 버클이 몸에 맞지 않아 어깨가 피로해져 가방을 던져버렸던 기억이 있다.

가방 하단에 침낭을 고정할 수 있고, 레인커버가 내장되어 있다. 가방이 위뿐만이 아니라 앞면도 열린다.

가방에도 S/M/L이 있는 줄 몰랐다. 난 키가 171이었고, S사이즈가 맞는다고 한다. 이게 맞지 않으면 하중이 허리로 분산되지 않는다. 불편하다. 종로 5가 오스프리 매장 가서 물어보면 알려준다. S사이즈라서 좀 자존심 상했는데, 생각보다 S 사이즈를 많이 쓰는 것 같았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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