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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22. 2023

0과 1

했다와 안 했다 




일이 잘 되지 않는 날, 나는 내 책상 위에 있는 작은 타이머를 꺼내든다. 소설가 장강명씨는 매일의 작업시간을 타이머로 체크한다고 하던데, 나는 해야하는 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날 “그럼 10분만 하자”고 나를 설득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타이머를 켜고 10분 작업하기’는 친구가 청소를 할 때 쓰는 방법을 응용한 것인데, 친구는 청소가 하기 싫을 때 20분 타이머를 켜고 딱 그 시간 만큼만 집안 정리를 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마음에 부담이 있는 일을 할 때는 타이머를 사용하게 되었다. 커다란 일을 10분 20분 30분 단위로 쪼개어 마음에 부담을 줄이고 그저 묵묵히 시간을 쌓아 보는 것이다. 


“잘 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떡하지.”

끝을 걱정하며 시작을 미루고 있지만 중요한 건 ‘했다’와 ‘안 했다’의 경계에서 ‘했다’로 넘어가는 일이다. 그래야 하지 않았다는 부담감에 짓눌리지 않고, 실제로 무언가를 해 볼 수도 끝낼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이해하고 있다. 10분 타이머를 켜고 한 결과물이 운이 좋게 일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그저 실패한 시도로 끝날 때도 많다. 하지만 실패한 시도라고해도 어차피 했어야 할 실패를 쌓은것이니 ‘0’은 아니고 ‘1’ 이다. 10분이든 20분이든 하기만 한다면 ‘0’은 ‘1’이 될테고, 그 다음의 나는 ‘0’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미처 하지 못한 일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면 10분만 해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아침에 베이글을 굽는 10분 동안 책을 읽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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