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주인은 어디까지 친절해야 할까?

서른넷에 산골짜기 펜션주인이 되었습니다.

by 소담

션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정말 별별 사람을 다 보긴 했었다. 다른 펜션들에 비하면 착한(?) 손님이 대다수였지만, 오픈하고 초반에는 꽤 신기한(?) 손님들도 있었다. 초창기에는 민박(한 방에 열댓 명씩 들어가는 민박을 말한다!) 생각하고 인원수 상관없이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최대인원이 4명인 객실이고 그에 맞는 세팅이 되어 있는데 두 배가 넘는 인원이 와서는 이미 왔으니 그냥 봐달라는 사람도 꽤 많았다. 오픈하고 얼마 안되었었고, 그 산골짜기까지 왔는데 돌려보낼 만큼 강심장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시간을 들여 의논하는 척 카페에서 기다리게 하다가 결국은 대부분 들여보냈었다. 초반이 지나가며 인원문제는 차츰 해결이 되었었다.




인원문제는 사실 양반이었다. 어느 날 손님이 객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며 강아지 데리고 입실이 가능하냐고 물어보았다. 알레르기가 있는 손님이 묵을 수도 있으므로 강아지 입실은 금지를 하고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절대로 안된다고 말하고 소리를 찾아서 문을 두드렸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남자가 문을 열었고, 혹시 개를 데리고 들어가셨냐고 물어보니 남자는 개 없다고 말하며 문을 닫으려고 했다. 마침 개가 문쪽으로 달려와서 개가 있지 않냐고 말하자, 남자는 인상을 쓰며 돈 주면 되지 않냐고 말하며 꼬깃꼬깃 손에 쥐고 있던 돈을 내 얼굴을 향해 던지며 문을 닫았다.


2만 원이었다.


잠깐 사이에 온갖 험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었다. 하지만,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을 꾹 참고(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나 자신을 칭찬한다) 카페로 돌아가 남편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하고 살림집으로 올라가서 그날은 안 내려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꽤나 자주 오던 나이 지긋한 커플이 있었다. 우리랑 카페에서 술도 몇 번 같이 마시며 담소도 나누었던 손님이었다. 대여섯 번의 방문 후에 어느 날인가 또 예약을 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체크인을 한 후 인사를 하려고 카페로 갔더니 남편이 조용히 주방 쪽으로 불렀다. 같이 온 사람이 그전에 오던 여자가 아니라고.


그날 같이 온 사람이 부인과 아이고, 몇 번이고 같이 왔던 사람이 애인이라나!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서 그때도 그냥 안 보는 편을 선택하였다.




그 외에도 동창모임이라며 꽤 부티나는 40대 남녀들이 놀러 온 적도 있었다. 늦은 시간에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하며 놀아 남편이 주의를 주었다가 내가 누군지 아냐며 펜션주인이면 펜션주인답게 굴라고 꽤나 레트로한 멘트로 훈계를 하던 손님들도 있었고, 먹을 것이 없다고 하는 손님에게 선의로 우리가 먹으려고 사놓은 라면과 공깃밥, 반찬을 나누어 준 것 등을 홈페이지에서 봤다며 자기도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던 손님도 있었다.


놀러 와서 떠들 수도 있고, 라면이니 반찬이니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모르고 개를 데리고 올 수도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어떤 사연인지 모르기에 함부로 폄하할 수도 없다.




다만, 우리에게는 조용한 산골짜기 펜션을 생각하고 놀러 온 대다수의 보통의 손님을 위한 배려가 먼저였고, 우리도 사람이기에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나면 마냥 친절하게 대응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손님이 있으면 달라고 하지 않아도 항아리에 숨겨 놓은 장아찌며 매실주를 꺼내오고 냉장고를 뒤져서 국적불문의 요리를 대접하게 되었지만, 무조건의 친절을 요구하는 손님에게는 마지못해 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펜션주인에게 원하는 친절의 성격도 변화해 왔던 것 같다. 그 때문인지 펜션을 10년 넘게 했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친절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적당할 때 가장 오래 남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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