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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28. 2022

감사와 사과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다 보면,

입문서 첫 페이지는 항상 인사말이고 두 번째 페이지는 감사와 사과다.

감사와 사과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할 때, 가장 중요한 의사 표현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언어에서도 감사와 사과를 할 때는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의례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이 입에 달게 되었다. 

감사해야 하는 일이 아님에도 내게 일을 시키는 사람에게도,

내게 업무를 부탁하는 사람에도 감사하다는 말이 습관처럼 해버린다.

감사라는 말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채, 

언제부턴가는 인사의 끝맺음처럼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가,

오랜만에 전화 온 친구에게도 의례 감사한다는 말을 해버렸다.

습관처럼 굳어버린 말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더 심각한 건, 사과의 말이다.

예의 없는 상대방에게,

때때로는 상사의 비난을 피하려고 무미건조한 죄송하다는 말로 입막음을 한다.     


감사하는 말, 죄송하다는 언어의 의미가 사라지자

적절하게 필요한 순간 감사하다고 말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를 태어나고 길러주신 부모님,

함께 시간을 보내준 친구들,

같이 고민해 준 동료,

나의 작가 인생을 지지해준 모두에게     


계절의 흐름 속,

때로는 좌절했으나

그로 인해 내 인생을 다양한 감각으로 채워질 수 있어서,     


나는 늘 고맙고 감사하다.     


그러나,

나의 짧은 생각에 상처를 준 이들,

의도와 다른 나의 행동에 슬픔을 준 이들,

때로는 나의 오만함에 생채기 냈던 이에게,     


작은 신음에 내 삶을 윈망했던 순간까지도     

나는 늘 미안하고 죄송하다.     


나로 인해 상처받았음에도 나를 염려하며, 

나에게 말없이 이해해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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