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을 읽어 보았다.
고전은 물정 모르는 어린 시절에 한번 읽고,
정신없이 청춘을 살아내고 난 다음 다시 한번 읽어야 한다.
그 읽지 않는 동안의 삶의 경험이
두 번째 읽었을 때의 감상을 훨씬 진하고 풍부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고,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라,
어느 구석 하나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을 동물농장은 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내 마음을 졸이며, 책을 덮고, 서성거리거나,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다가..
다른 짓들을 무수히 하고 난 뒤 다시 책을 열고 읽었다.
책 속에 내가 보고 듣고 겪었던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 고대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이 많아서, 먹을 것이 부족해서, 육체적으로 피로해서도 고통스럽지만,
진짜로 더 큰 고통은 부당해서, 억울해서, 불평등해서 느낀다.
이 책에서 읽기 힘들었던 부분은 그런 부분이었다.
누군가 한 발 나아가고, 누군가 희생하고, 누군가 공을 들일 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열매를 어떻게 가로채고, 획득하며, 유지할 것인가에 몰두한다.
담담하고 평이한 설명체 문장으로 묘사된
인간을 몰아내고 동물농장 세상을 꿈꾸었던 스노볼이 숙청당하는 장면과,
영리하지는 않지만, 진심으로 동물농장을 건설하기 위해 희생한 복서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대신,
도살장으로 속여 데리고 가는 장면이 진실로 가슴 아팠다.
그런 사람들을 한참 많이 본 나이가 아닌가.
128페이지의 짧은 소설인 동물농장 속에
세상이, 속했던 직장이, 가족관계의 축소판이 들어있다.
왜 내가 응원하는 캐릭터는 모두 실패하는지.
모두 이용당하다가 처절하게 버려지는지.
그러다가 생각해 보았다.
그것이 진정 순도 백 퍼센트의 실패였는지.
그게 진실로 버려지는 거였는지.
고전은 생각하게 하고,
생각은 고통스럽게 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그 고통에 공감한다.
#독서가_삶을_풍요롭게하지만
#삶이_독서를_풍요롭게하기도하지
#그러니_살아내는건
#니_문제
#고전읽기
#쉽지않다
#한마디하면
#열마디의경험이떠올라
#짜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