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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Aug 23. 2024

가난이라는 게, 훈내로 토닥여지던가

어디 해보셔


사람이 시대를 뚫고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시대가 무력한 사람들을  스치고 간다.  

그렇게 매섭게 훑고 지나가는 시대를 속수무책으로 견딜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다.

기댈 것 하나 없이 말이다. 

그 와중에도 희망을 찾다 보니 , 누구나 가진 혈연을 찾고, 핏줄을 찾고, 그 관계에서 오가는 따뜻함을 찾는다.


위화작가의 글은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게 하지만, 

나는 그렇게 흐르는 슬픔을 느낄 때마다 작가에게 말려든 거 같아 억울했다. 

볼품없는 허심관이 스스로도 그렇게 의심하면서도 지켜내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가족애를 보면서, 

그 보잘것없음이 나 같고, 내 가족 같고, 거지 같기 때문이다. 


내 할아버지와 내 아버지에게서도 풍겼던 익숙한 짠내를 내며, 

독자를 단박에 중국 역사의 뒷골목 굽이굽이로 몰고 다닌, 

문단계의 소독차 운전사 같은 위화작가는 위대하다. 


허나, 이젠 그만하면 되었다 싶기도 하다. 

그래서 그렇게 키운 일락이는 어떠한 삶을 마주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혈육끼리도 서로 위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견디겠는가 하지만,

가난은 가족마저도 더 가난한 자와 덜 가난한 자로 나뉘게 한다. 

그리하여, 살면서 주고받는 모든 인간관계가 극으로 수렴하여 기어이 못 볼 꼴을 보게 하고야 만다. 

물론, 그런 역경 속에서도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스한 사랑도 있고, 인류애도 있다. 

그러나, 가난이라는 게 훈내로 토닥여지는 것인가 말이다. 


식구를 위하여 피를 팔아야 하는 스토리가 현실성이 없어서, 

신기한 이야기로 보충설명을 해줘야 하는 시대에 살고 싶다. 

일락이라면.. 허삼관이 피어낸 일락이라면, 

그런 시대를 맞이할만한 자격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쓰는독후감

#허삼관매혈기

#가난은_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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