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시대 피할 수 없는 새로운 질문들입니다. 가 본 적 없는 길이라 당황스럽지 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제 경우는 암수술 후 자연치유로 8년 차, 새 몸 새 마음으로 살고 있죠.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나름 건강하게 살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자꾸 새로운 도전이 되네요. 이 정도 불편은 기꺼이 감수해야겠죠? 더구나 이 시대가 제게 30% 마이너러티에 속하는 영광까지 주니 더더욱 그러죠.
난생처음 코로나19 CPR 검사받았습니다. 12월 13일 월요일 아침 8시 30분 상록수보건소 앞에 도착했어요. 영하 7도의 아침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벌써 긴 줄로 늘어서 있더군요.
파란 방호복을 입원 직원이 118번 번호표를 나눠주네요. 이 추운 날 제 앞에 벌써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는 겁니다. 이제 수시로 이 짓을 해야 할지 모르잖아요. 얼마나 걸릴지 궁금해서 한 번 왔달까요.
그렇잖아요? 제가 미접종자거든요. 백신 접종 안 맞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데, 이래저래 불편한 일이 자꾸 생기는 요즘입니다. 도서관까지도 못 들어오게 한다는 데 빡쳐서 일단 한 번 받아보는 거랍니다. 미접종자로 살아보겠다는 건 진정 무리일까요? 생각하며 서 있노라니 118번 제 뒤에도 금방 긴 줄이 이어지더군요.
보건소 안이 어떤 풍경인지 호기심 발동, 궁금해서 유리 문밖에서 기웃기웃 들여다보았죠. 출입문에는 '선별 진료소 방문자는 보건소 출입 불가'라고 떡하니 써 붙여져있으니, 결국 안으로 들어갈 순 없었네요. 배제와 차별은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경험이란 말입니다.
9시가 지나자 제 앞에서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한 걸음씩 앞으로 전진했죠. 보건소 동쪽 앞에서 남쪽을 향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이렇게 현 위치에서 'ㄷ' 자로 오른쪽으로 꺾어서 남쪽 벽을 따라가면 뒤편 보건소 후문 쪽이 선별 진료소로 이어지도록 돼 있었어요.
코로나 시대 2년을 살면서 보건소 앞을 지나다니기만 했더군요. 이 줄에 직접 서 보니 눈에 보이는 게 참 많았어요. 저 긴 줄이 언제 줄어드나, 어떻게 기다리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궁금했거든요. 근데 선별 진료소별 실시간 대기 현황을 볼 수 있다는 안내가 떡하니 있었어요. 바로 QR코드를 찍어봤더니 안산 시청이 뜨네요.
금방 시작한 거 같은데 09시 04분 현재 제 앞에선 31명이 줄었고 총 대기인원 273명이라고 뜨네요. 진도 잘나가고 있는 거죠? 코로나19 검사, 금방 하고 돌아갈 수 있을 거 같죠?
줄은 과연 생각보다 빨리 앞으로 줄어들어 어느새 보건소 건물 남쪽 벽으로 돌았네요. 몇 발짝마다 화단 위엔 선별 진료소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요.
1m 거리 두기라고요? 사람들이 많은 대기 줄에서 그 정도 거리를 유지하긴 쉽지 않았답니다. 마스크 꽁꽁 쓰고 서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상록수 보건소 건물 남쪽 벽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선별 진료소 천막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상록수보건소 서쪽 후문에 선별 진료소 임시 텐트가 늘어서 이어져 있는 구조였습니다.
생각보다 줄이 금방금방 앞으로 전진했어요. 이때가 09시 11분, 118번 대기번호가 진료소 들어오기까지 11분 밖에 안 걸렸다는 겁니다.
오늘 같은 날씨엔 핫팩이 필요하긴 하겠죠. 저는 나올 때 두꺼운 장갑 두 겹 끼고 채비를 했기에, 환경을 생각하자 하고 핫팩은 그냥 지나쳤죠.
텐트 안에서 직원들의 친절하고 신속한 안내가 있어서 저는 줄을 따라가며 하라는 대로 따랐어요.
검사 전 손소독을 해야 했어요. 코나 쑤시지 손소독까지 할 필요가 있나,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귀찮게 장갑을 벗었죠. 앞을 보니 손소독까지 하는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어요.
검사 전 사전 설문지를 수기로 작성해야 하더군요. 여러 사람들이 쓴 볼펜을 사용해야 했어요.
세 담당자가 안내하고 있으니 세 명씩 줄어드는 셈이죠? 바짝 다가서지 못하게 떨어져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어요. 아~ 그나저나 미접종자로 살아가자면 이 짓을 앞으로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 걸까요?
모든 게 얼마나 신속하게 흐르는지 저도 놀랐어요. 준비된 샘플을 따라 금방 써넣었죠. 어느새 작성 끝!
코로나 시대 가장 수고 많으신 분들 앞에 서니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어요. 매일 방호복을 입고 일을 하자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요. 저도 모르게 어리바리할 틈 없이, 착한 어린이처럼 앞으로 잘나가고 있었어요.
사람들 손엔 모두 자기가 작성한 사전 설문지가 들려 있었어요. 다시 줄을 길게 늘어서서 앞으로 앞으로.
선별 진료소는 보건소 건물 후문 외벽에 달아 텐트가 쳐져 있는 구 조더군요. 오늘 아침 같은 추위엔 더더욱 난방 기구들이 꼭 필요했겠죠. 의료계 종사하는 분들 더위에도 추위에도 정말 정말 수고 많았어요.
제 앞에서 줄이 안내를 따라 착착 줄어들었어요. 접수/안내 창구 세 개 중 한 군데로 저도 안내됐어요.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만들어 놓은 창구 보이나요? 저 작은 문 속으로 사전 설문지를 들여보내고 기다리면 되더군요. 역시 또 눈 깜짝할 새 제 이름이 불렸어요.
이런 안내판은 무슨 의미일까요? 생각할 틈도 없이 자그마한 의료기기를 받아야 했어요.
요렇게 생긴 검사 키트를 받고 이름과 주민번호를 확인한 게 09시 21분이었어요. 빠르게 진행되는 셈이죠?
코를 쑤셔 줄 담당자들에게로 바로 안내됐어요. 세 군데 중 한 쪽으로 가서 바로 의자에 앉았죠.
"마스크를 코만 내려주세요"라는 안내를 따라 마스크를 내리기 무섭게 제 콧구멍이 뜨끔! 했어요. 끝! 코로나와 함께 살아온 게 어느새 2년인데, 제가 드디어! 첫 '콧구멍 쑤시기'를 끝낸 순간이었습니다.
꿈지럭댈 틈 없이 뒤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고 나왔죠. 사람들 뒤를 따라 출구로 나갔습니다. 아~ 끝이다! 코로나19 시대에, 백신 미접종자로 산다는 것, 무리일까요?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선별 진료소 밖으로 나왔을 때가 09시 23분이었어요. 영하 7도의 아침 공기가 얼얼한 콧구멍으로 싸하게 들어왔어요. 선별 진료소 주변을 서성이며 사람 구경 잠시 했습니다. 줄은 여전히 끝이 안 보이게 길더군요. 보건소 건물 벽을 따라 줄이 있어서 거기 걸어가긴 불편하더군요. 경찰서 쪽으로 건넜다가 상록구청을 향해 걸었습니다.
궁금해서 QR 검색 한 번 더 해 봤죠. 09시 27분쯤 206명이 검사를 받고 306명 대기하고 있다고 뜨더군요. 빨리빨리, 대한민국 참 좋다 싶대요. 코 쑤시기, 아침에 딱 한 시간 한 시간 걸려 끝났네요. 저야 상록수보건소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사니, 까이꺼, 해야 한다면, 며칠에 한 번씩 이러고 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