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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Oct 11. 2024

친정 엄마의 화분에서 부추를 자르며

채식생활이라 쓰고 채소를 먹기까지의 번거로움이라 읽어도 된다


 "이것도 가져다 먹어라."

당신이 키운 화분 부추를 가리키며 엄마가 말했다. 먹기 좋게 자란 부추였다. 엄마집 냉장고정리를 끝내고 먹을만한 식물성식품을 다 챙긴 후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또 입원하면 엄마가 부추를 직접 잘라 먹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소리였다. 부추를 버리고 갈 수 없었다. 짐을 놓고 부추를 잘라 다듬어 캐리어 한쪽에 끼워넣었다. 부추향기가 진동하는 손을 비누로 알뜰히 씻었다. 곧 부추비빔밥을 먹으며 엄마와 통화하겠지. '채식생활'이라 쓰고 '채소를 먹기까지의 번거로움을 피하지 않는  일상'이라  읽어도 되겠다. 이 보잘것없는 부추 한 줌이 기후위기에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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